우리는 이과반

유년 시절의 추억. 79

by 함문평

우리는 이과반인데요?

1978년 고2 때 중앙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라 중대에서 교생 선생님이 40명이나 왔다.


고3 선배들은 예비고사, 본고사 매진하라고 1.2학년 20개 반에 반마다 2명씩 교생담임이 지정되었다.


한 분은 조회 한 분은 종례를 담당했다.


각 과목 선생님 중에 영어 선생님이 여자였는데 미스코리아 뺨칠 정도로 예뻤다.


우리 7반은 이과반이고 8반부터 10반이 문과반인데 이과는 독일어를 배우고, 문과는 일어를 배웠는데, 일어 교생 선생님은 일본교포 2세였는데 조총련 간부 딸이라고 했는데 역시 예뻤다.


영화 <서울의 봄> 김성수 감독은 문과반이라 우리 이과반은 부러워했고, 이과반도 일어 배우면 안 되냐고 헜다고 독어선생님에게 운동장 오리걸음 기합만 받았다.


우리 이과 국어 선생님이 앞 시간에 병원을 가시는 바람에 문과반 교생 중대 문예창작과 최성각 교생이 대타 수업을 들어왔다.


맨 앞자리 1번에게 교과서 진도 어디냐? 물으시더니 다른 반 보다 너희들 7반이 진도가 빠르니 교과서 덮으라고 하더니 동아일보 신춘문예 낙선 소설 <우리 모두 달밤에 춤을> 국어책 한 페이지씩 나누어 읽듯 나누어 읽혔다.


이어서 문과반 국어 선생님 김춘복의 <쌈짓골>을 소개하시면서 새마을 운동의 양지와 음지 이야기를 하고 반민특위 이야기를 했다.


우리 반에서 서울대 의대를 목표로 하는 친구가 쪽지를 써서 나에게 주었다.


- 영구야 손들고 여기는 이과반입니다. 그런 강의는 문과반에서 하시라고 해봐?

-알았어.


손을 들고 쪽지대로 말했더니 교생 선생은 그래, 여러분 중에 수학 잘하는 강 모, 이 모, 함 모 여기 교단에서 보면 선생님 강의하거나 말거나 수 2 정석 푸는 거 다 보인다.


여러분이 수학 본고사 가서 잘 풀고 의과대학 마치고 돈 잘 벌고 잘 사는 것 중요한 것만큼 이 땅 이나라 문과 놈들이 법대 나오고 경제과 나와 교묘하게 법으로 정치로 여러분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눈뜨고 당할 것이냐? 열변을 토했다.


교생 4주를 마치고 학교 신문에 실습 소감이 실렸는데 그 이야기였다.


제목이 <우리는 이과반인데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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