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했던 함 소위

내가 군바리면 넌 민바리야. 28

by 함문평

요즘은 병사가 혼인신고 안 하고 군대 갔을 때 사실혼이면 면회외박이 가능하다. 1986년 소위 시절 소대원 중 한 명이 아버지가 결혼을 반대하여 결혼식 없이 동거해 아기를 낳았다. 군대 갈 나이가 되어 영장 받고, 입대하여 우리 소대원이 되었다. 아기 한 명은 안고, 여자는 임신한 상태로 면회 왔다. 토요일이라 면회외박증을 해주려니 그 시절 용어로 인사계가 펄펄 뛰었다. 혼인신고가 안되어 외출이지 외박은 안된다고 했다. 중대장도 인사계와 같은 말을 했다.

함 소위가 계급이 소위지 배짱은 철갑선 ROTC라 바로 312 전화기로 대대 교환을 호출해 대대장 연결하라고 했다. 토요일이라 정작과장과 테니스 친다고 운전병이 전화를 받았다. 전화 안 끊고 기다릴 테니, 테니스공 아웃되면 대대장님 급한 보고라고 함 소위 전화받으시라고 해?

알겠습니다. 충성!

잠시 후 근엄한 목소리로 대대장이다, 함 소위 말해라.


충성! 대대장님이 중령이 아니고, 이병인데, 혼인 신고 안 한 상태서 사모님이 면회 왔다고 가정하시면 외출이 맞습니까, 외박이 맞습니까?

야, 인마 혼인신고 하고말고, 동거했으면 외박이지? 그런데, 월남전 참전 유공 훈장을 치렁치렁 달고 있는 박 상사는 외출이라고 하고, 중대장도 외출이라고 합니다.

야, 중대장 옆에 있어? 아닙니다. 관사에 있습니다. 대대장이 전화 들고 있을 테니, 관사 연결하고 중대장 받으면 함 소위 끊어라.

예, 감사합니다.

312를 돌려 중대장 받자, 충성! 일직사관 함 소위입니다. 대대장님, 연결하겠습니다. 대대장님, 중대장 연결했습니다. 통화하십시오! 하고 내가 전화를 일단 끊고, 교환병 SB22에 내가 짹을 연결해 들었다. 12.12군사반란 시 장태완 수경사령관 통화를 감청한 기무사병사처럼 감청했다. 대대장이 10 중대장 너는 대위라는 놈이 소위 만큼도 대가리가 안 돌아가냐? 심한 말을 듣고, 혼인신고 안 했지만 아이를 대동하고 온 병사 외박조치하라고 했다.

일단 외박을 시키고, 분한 중대장이 관사에서 부대로 올라와 호통쳤다. 소위 놈이 겁대가리 없이 대대장님께 전화해서 중대장 욕먹게 했다고, 넌 내가 중대장 하는 동안은 무조건 근무평정 꼴찌인 줄 알라고 했다.

그리거나 말거나 지냈다. 하느님이 보우하사 그 중대장은 문중에서 장손이라고 군대생활 오래 하면 안 된다고 5년 차 전역했다. 눈이 펄펄 내리는 12월에 새 중대장이 취임했다. 세월이 흘러 소령으로 진급하고 대전시 유성구 추목동 육군대학을 입학하니, 소위 시절 대대장이 대령으로 전술학처장을 했다. 나를 보더니, 함 소위? 했다.

처장님은 소령을 소위로 부르면 저도 처장님을 박 중령님! 불러도 됩니까? 했다. 그래, 정정한다. 함 소령 고맙다. 내가 일이 잘되려고 함 소위가 그때 혼인신고 안 한 병사 외출이냐, 외박이냐? 건으로 육군규정, 군인복무규율 다 읽어보고 개선할 내용을 정리했는데, 세상에 인사주특기 510회의 과제가 육군규정 중 개선할 사항을 1개 이상 작성해오라는 지시가 있었다.

그 내용이 우수제안으로 뽑혀 진급도 특차에 했다고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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