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산 2교 아래 벽시계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19

by 함문평

학생시절 국정 국어 교과서에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라는 수필을 배웠다. 그 단원 배울 때 국어 선생님이 똑같은 제목으로 200자 원고지 10매에 써오라고 했다.


원고지 1장 200자가 만주벌판으로 보였다. 그래도 어떻게 10장은 꾸역꾸역 채웠다.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복수라서 몇 가지 슬픈 것을 찾아낸 것 중 하나가 학교 현관에 커다란 원형시계가 멈췼다. 시계가 돌아가야 시계지 멈춰있으면 그게 시계야?


나는 등교하면서 현관에 항상 11시 25분을 가리키는 시계를 보면 슬프다. 시계가 바늘이 돌면서 지나는 사람이 지금 몇 시를 알 수 있게 해야 시계지 멈춰 선 시계는 없는 것만 못하다. 이것을 포함 6개 정도 슬픈 이야기를 썼다.


국어 선생님은 나도 현관 시계가 정지된 줄 몰랐다고, 바로 행정실장에게 조치시켰다. 그러시면서 야, 문평이는 멈춘 시계를 슬프다고 하는데, 다른 학생은 눈을 감고 다닌거냐? 고 하셨다.


오늘 일만 보 걸으러 나왔다가 목감천 철산 2교 아래 그 옛날 고교시절 현관에 멈춘 시계와 똑같은 것을 봤다.

이 시계는 24시간 11시 30분이다.

내가 지금 고교생으로 돌아가 나를 슬프게 하는 것을을 다시 쓰라면 아래처럼 쓰겠다.


목감천변 멈춰 선 벽시계가 나를 슬프게 한다. 시계가 걷는 사람 뛰는 사람, 쉬는 노인에게 시간을 알려주는 것이 시계지, 언제부터 멈추었는지 알고 싶지도 않다만 서 있는 벽시계는 없는 것이 좋다.


시계가 없다면 그 자리에 누가 해바라기 그림을 그러던 목감천 잉어를 그리던 그림이라도 그릴 것 아내겠나?


천변 잔디밭에 가끔 보이는 개똥이 나를 슬프게 한다. 개똥을 받을 비닐봉투 한장 들 힘도 없는 인간이라면 애완견 키울 자격도 없다.


쓰레기를 자기집 종량제에 안 버리고, 철산2교 아래 공공쓰레기 본투에 몰래 버리는 얌체족이 나를 슬프게 한다.


자기집 쓰레기를 내돈 내서 종량제 사버버리거나 종량제 돈 아끼려면 평소 쓰레기를 줄이는 생활을 해야지, 공용 쓰레기 봉투에 개인 쓰레기를 넣는 것은 공공의 적이다.

온 천지 CCTV가 있지만 공공의 적이 판치는 것은 공공근로자와 철밥통이 일을 안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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