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군바리면 넌 민바리야. 75
인간이라는 단어에 다수가 포함되었기에 뒤에 붙은 들은 사족이고, 어법에 어긋난다는 것을 국어교육과 출신이라 제자들에게는 쓰지 말라고 가르쳤다.
오늘 이글에 들을 붙인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와 장소, 격과 장을 모르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서 들을 붙였다.
한 15년 전 이야기다. 중령 진급도 못하고, 사회에 나와 이곳저곳 이력서만 100통 넘게 쓰고도 오라는 곳이 없어서 건설일용직을 갔다. 팀장이 11명의 팀원을 이끌고 일을 하고, 남구로 인력사무실에 오면 돈을 받아 일당을 나누어 주었다. 어느 날 일당에서 만 원을 빼고 주더니 팀회식을 했다. 12명이 갔는데, 삼겹살 10인분을 시켜 술안주로 했다.
다음 달도 마지막 주 금요일 회식한다고 만 원을 빼고 주었다. 나는 팀장에게 회식 참석 못하니 만 원 달라고 했다. 회식하는 바로 옆 보신탕집에서 보신탕 보통 만원, 특탕 13 ,000원 시절 특탕을 시키고 혼자 소주를 마셨다.
팀장이 물었다.
함 씨는 왜 팀장이 회식하자는데, 혼자 빠지는 거요?
회식에 12명이 가면 최소한 삼겹살 12인분으로 시작해 추가해야지, 처음 10명분 주문하니 다들 눈치 보느라고 삼겹살도 맘 편히 못 먹는데, 그럴 바에 보신탕 특탕시키고 혼자 소주 마시는 것이 맘도 편하고, 위장도 흐뭇해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자기가 밥 산다고 큰소리치고 중국집 가서 짜장면 보통시키는 놈과 뭐가 다르냐고 했다. 중학교 동기회 총무를 9년 차 하다 보니 별별일을 다 보게 된다.
9년 전 처음 동기회 나갔더니, 가운데 좌석 4자리를 예비역 대령, 중령, 소령, 대위 자리를 비워놓았다. 이거 뭐냐고 물으니 중학동기 중 예비역 대령, 중령, 소령, 대위 자리란다. 즉석에서 작가가 오는 순서대로 앉으라고 했다.
야, 미친놈들아, 여기가 서울 성남중 25회 모임이지 재향군인회 모임이야, 육사동문 모임이야, ROTC중앙회 모임이야? 군대 계급은 군대 계급으로 모이는 곳에서나 의전서열이 필요하고, 중학모임은 수평이야? 했다. 그날 작가가 신임 총무되고, 4명 동기 중 군대계급 좀 있는 4명은 9년 동안 안 나온다. 이외에도 격과 장을 몰라보는 사례가 많지만 생략한다. 때와 장소를 모르는 인간이 어디 우리 학교뿐이겠는가? 선거철이 다가오면 온 나라가 때와 장소 못 가리는 인간으로 넘쳐난다.
구구절절 다 쓰면 누워 침 뱉는 꼴이라 생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