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의 여인과 할아버지 술 대작

by 함문평

그렇게 겨우 경주행을 면하고 공부를 하게 된 그녀는 자기 말로 나는 놀 때 놀고 데모할 때 데모해도 공부한다면 집중해서 하거든! 하더니 1학년 1학기 성적이 전 과목 A 거나 A플러스로 2학기에는 경주 부모님 소 안 팔아도 공부할 수 있다고 다 할아버지 덕분이라고 우리 할아버지 좋아하시는 돼지고기 술안주를 해왔다.


좁은 흑석동 중대부고 담장 따라 부여고 방향으로 올라가는 중간쯤 문간방에 할머니 할아버지 주인 이 씨 할머니 연상의 여인 4명이 소주 막걸리 파티를 했다.


당시 우리 학교는 여름방학이 있었으나 보충수업이라는 명목으로 보충수업비 만 몇천 원씩 내고 국어 수학 영어 공부를 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보충수업비는 그렇게 학생들에게 징수해서 수업하신 3과목 선생님들에게 일정 수고비 드리고 남는 것은 학교재단으로 돈이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우리 학교 해직된 선생님을 졸업 후에 세배를 가니 그 돈도 선생님들에게 갈 돈을 줄이고 교장이 착복한 것을 이의제기 했다고 12.12거사 후 이어진 전두환 집권 초기 사회정화 운동과 삼청교육대 창설에 그 해직교사를 흑석동 할당 인원을 채우느라고 노량진 경찰서에서 김태환 선생님이 포함되어 갔다.


나는 졸업 후 한참 후에 그 일을 알게 되었다.


계속 학점 A를 기록하면서 장학생으로 공부하던 연상의 여인을 다시 데모 주동자로 만든 것은 내가 고3이 되어 새벽에 시커먼 바탕에 하얀 글씨로 박정희 대통령 서거 호외 신문 이후 12.12 때문이었다.


예비고사 본고사 다 봐야 하기에 박 대통령 서거고 12.12고 안중에도 없이 공부해야 하는데 할아버지와 연상의 여자가 대화 코드가 맞다 보니 우리 방에 소주 안주와 소주를 사들고 할아버지 한잔 드시죠?


할머니는 막걸리로 한잔! 하면서 완전히 우리 할아버지를 의식화시켰다.


그전에도 할아버지는 71년 선거만 박정희가 대통령을 해 먹고 종필이에게 넘겨 종필이 영삼이 대중이 세 놈 중 국민 지지 많이 받는 순서대로 셋이 다 대수만 다르지 대통령감이라고 말하신 분에게 12.12이건 수양대군이 단종 영월로 보낸 거보다 더한 짓이라는 여자의 말에 할아버지는 흥분하시면서 또 한잔 도저히 내방에서는 공부할 수 없어 학교에서 마땅히 공부방 없는 학생 밤낮없이 공부하게 개방해 준 자습실로 책을 챙겨 슬며시 나갔다.


할아버지와 그녀는 나이 차이는 많으나 대화 수준은 친구처럼 죽이 척척 맞았다. 특히 박정희 독재에 대해서는 3선만 하면 그만이지 김일성 종신집권을 독재라고 욕하면서 유신을 했냐고 열을 올렸다.


특히 1974년 12월 27일이 유신헌법 선포일과 북한의 개정 헌법 선포일이 동일하다고 남한은 박정희가 북한은 김일성이 두 놈이 종신 독재하자고 짰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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