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중학동창이 불멍 하러 가자고 해서 다녀왔다.
세상사 복잡한 거 내가 고민한다고 해결되는 거 아니면 고민하지 말고 멍청하게 불구경하고 나면 머리에 쌓인 노폐물이 사라져 살아가는데 활력소가 된다고 해서 따라갔다.
그가 나를 데리고 간 곳은 강화도 석모도였다.
섬이지만 다리가 놓여 승용차로 섬 안 가장 구석진 곳까지 들어가서 텐트를 쳤다.
바다에는 물고기가 많은지 갈매기가 많이 날아다녔다.
바다 가까이 텐트를 쳤는데 안전요원이 오더니 물이 점점 올라오고 있으니 텐트를 이동하라고 했다.
뒤로 2미터 정도 이동했는데 석식을 하는데 안전요원이 밤 12시가 되면 여기도 물이 차고 새벽 4시가 되면 주차장 바로 직전까지 물이 올라올 것이라고 미리 텐트를 그 뒤로 이동하라고 했다.
텐트를 물과 멀리 떨어지게 치고 불멍을 했다. 멍청하게 아무 생각 없이 불을 바라봤다. 불을 보면서 어린 시절 초가지붕을 태웠던 불이 연상되었다. 이어 깡통에 구멍을 내서 돌리던 정월 대보름 쥐불놀이가 스쳐갔다.
오늘은 딸이 바다 멍을 가자고 했다.
지난주 석모도 갔었다고 그냥 쉰다고 하니 아빠 나중에 카톡으로 보내주는 사진 보고 후회하면 때는 늦으리야 같이 가자고 해서 못 이기는 척 따라왔다.
강릉항 옆 안목해변인데 택시와 자가용이 도로에 꽉 차서 걸어가는 것이 더 빨랐다.
탁 트인 동해 바다를 보니 딸 말 듣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멍하니 보고 있으면 처음에는 같이 멍해지는데 멍 시간이 지나면 저 멀리 우주의 기운이 내 몸에 들어온다.
바다 위 가을 하늘 파란 바탕에 누가 캔버스에 물감을 뿌렸나 회색이 명도 차이 나게 퍼져 있고
바람이 불면 구름은 동서로 갈라지며 새로운 형상을 만든다.
가운데 하늘이 파랗게 열리고
오징어잡이 배는 목 좋은 곳을 차지한다고 조기 출항한다.
파도는 모래벌판을 철썩철썩 때린다.
불멍도 바다멍도 필요하다. 세상에 근심 걱정 없이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근심 걱정은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근심 걱정거리 문제에서 한 발 떨어진 휴식이나 멍청한 행위에서 우주의 기운이 나에게 보내는 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
종교를 믿는 이들은 그것이 신의 계시라 할 수도 있을 그런 영감을 나는 우주의 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내가 최순실 아버지 최태민의 영생교 신자는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