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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문학책에서

by 함문평

남한 문학책에는 없고 북한 고전 문학책에 나오는 시다


고려시대 시 중에 <도톨밤의 노래>가 있다.


솔직히 문학은 정치 이념에 상관없이 나라 불문 인종불문 문학을 문학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많이 풀리긴 했어도 아직 북한의 좋은 문학이 남한의 학생들은 그런 시가 있는지조차 모르기에 소개한다.


농사 마을 늙은이들 도시락 걸머지고


첫새벽 닭울음 소리에 길을 떠나


길 높은 벼랑 기어오르네


칡넝쿨 헤치며 원숭이와 싸우며


하루 종일 주워도 광주리는 차지 않고


두 다리는 비틀비틀 주린 창자

꼬르륵 소리


추운 날씨에 하루 해는 저물어


텅 빈 골 안에서 바람을 지새며


솔가지 모닥불에 산나물 끓이네


새벽녘 찬서리는 여윈 몸 적시는데


사내는 한숨짓고 아낙네 신음 소리


처량한 그 소리에 가슴만 미어져 우네



늙은 농부 하는 말이


요즈음 세도 쓰는 놈들이


우리 농민 논 받을 모조리 빼앗아


산과 들을 표적 삼아 문서를 마련했거니


한 뙈기 논밭에도 주인이 하도 많아


걷어 가고 빼앗아 가고


끝장이 없다오


게다가 장마 한해 흉년이 거듭


논밭엔 해마다 잡풀만 무성


살을 깎고 뼈를 긁어 몽땅 앗아가니


관가의 조세는 또 무엇으로 바치리까


젊은것들 수없이 고향을 떠나고


늙고 약한 사람만 남아


빈 방만 지키고 산다오



권세 있는 놈들은 하루에도


만 냥어치씩 처먹지 않는가


다섯 개의 큰 솥으로


진수성찬 만든다네


(중간 생략)


그들이야 어이 알소냐


진수성찬 차린 음식


저 촌 늙은이들 피눈물인 것을




이런 좋은 작품을 왜 우리책에는 없고 김일성종합대 출판부 책에서 읽어야 하는지 통일부 지식경제부 철밥통들 각성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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