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디자이너 선우공주 (3)

내 조카 선우공주

by 함문평

미정이 여고 2학년 12월 기말고사를 마치자 담임 선생님이 국군장병 아저씨 앞으로 위문편지를 쓰라고 했다.


<국군장병 아저씨에게>


안녕하세요?


이 편지 받을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군인 아저씨 중 한 분이겠지요?


저는 강원도 횡성군에 있는 횡성여자고등학교 2학년 제갈미정입니다.


성씨가 두 글자 아주 희귀성인데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공명이 같은 제갈 성씨인 것은 확실해요.


그래서 저나 언니나 공부는 잘해요.

언니는 원주여자고등학교 3학년이고 저는 횡성여자고등학교 2학년입니다.


언니는 원주여고고 저는 횡성여고라서 사람들이 알지도 못하면서 언니는 공부를 잘하고 저는 공부 못하는 줄 아는데 아니거든요.


저 다니기는 횡성여고 다니지만 강원도 최강 여고 강릉여고에 합격했는데 할아버지, 아버지가 딸을 그리 멀리 혼자 내보내 공부시킬 수 없다고 해서 강릉여고 등록 포기하고 원주여고는 합격생 마감을 했고 횡성여고는 미달이라 그냥 입학시켜 준 것입니다.


그래서 공부해 봐야 대학 보내줄 어른들도 아니고 대충 여고 졸업이나 하고 취직하려고 하는 불량학생입니다.


추운 날씨에 감기 조심하세요.


1982년 12월 12일


횡성여고 2학년 제갈미정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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