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마음 하얀 마음 3

여군 대령 복장의 딸

by 함문평

딸이 고등학교 때 일이다.

전방부대의 철책선 정보과장이라 일요일이나 빨강 글씨 공휴일이 더 겁나는 직책이라 감히 딸이 유학 가서 공부하는 서울에는 와볼 엄두도 못 냈다.


예고 없이 아내가 딸과 아들을 태워 전방으로 왔다.


온 이유는 다음 주에 학교에서 축제인데 딸이 입고 가장행렬에 군인 복장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내 군복을 딸에게 주니 너무 커서 볼품이 없었다. 군대 전화로 사단에서 대북방송하는 여군 신윤희 중사에게 전화를 했다.


충성! 신 중사입니다. 무슨 일이십니까?


음, 서울서 우리 딸이 왔는데 가장복장 군인을 한다는데 내 군복은 커서 허수아비 같아 신 중사 군복 한벌 빌려줄 수 있어?


따님 키가 저랑 맞아요?


음 딸 키 160 이래.


그럼 딱이네요. 제가 161이라서.


그럼 내가 새 피복 구하게 구매권으로 두 장 줄 테니 이 군복은 마크 계급장 다 다르게 부착한다.


예 그렇게 하세요. 군복 어디서 만나 전달하지요?


음 지금 딸과 아내가 사단 사령부로 보내니 거기서 우리 아내가 전화하면 정문에서 전달해 줘.



예 알겠습니다.


그 여군복에 열쇠 부대 마크와 계급장을 제거하고 대광리 만물상회에서 1군단 마크와 대령 계급장을 붙여주고 경비중대장 시절 쓰던 지휘봉 한 자루를 쥐어 보냈다.


보조 출연자 남자 병장 옷은 구로동 작업복 파는데 가면 엄청 많으니 거기서 사서 남학생 입히고 딸이 남자 병장들을 굴리는 것 연기하게 했다.


학교 강당에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가득 찬 곳에서 선글라스에 여군 대령 복장으로 지휘봉을 들고 입장했다.


1개 분대규모 남학생들이 병장 상병 일병 이병 복장으로 등장했다.


딸이 마이크를 잡고 명령했다.


일동 차렷!


야! 니들 차렷은 부동자세라는 거 알아 몰라?


뒤로 취침!


앞으로 취침!


포복 앞으로!


침상 위에 수류탄!


침상 아래 수류탄 일어서! 저기 강당 출입문

돌아오기 선착순 2명 실시!


3등부터는 오리걸음 실시!


완전 강당이 터져나갈 듯이 웃음바다가 되었고 딸 일행팀이 그해 그 대회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런 딸이 다 컸다고 내 인생은 나의 것 결혼을 강요하지 마세요를 외친다.


딸은 꼬맹이 시절부터 특이했다. 내 직업이 군인이라 한 보직을 마치면 새로 보직을 어디로 낼지 확인해야 했다.


아내는 군대 조직상의 상관 부인인이 수시로 찾았다. 지금은 그런 갑질이 많이 사라졌지만 1980년대 90년대 육군 문화 수준은 남편이 중령이면 그 아내는 대령 수준으로 행동했다.


평일에도 대대장 부인이 어디로 모이라고 하면 모여서 수다도 떨고 맛집도 다녔다. 아내가 그런 모임에 불참하는 여자의 남편은 그 일로 불이익을 받았다.


내가 아는 선배의 부인이 모 고등학교 국어교사였다. 그러니 그런 모임에 참석을 못하니 그녀는 여름 방학 겨울 방학에 전방에 와서 연대장 애들 과외지도를 해준 것도 목격했다.

그 시절은 정말 남편이 군인이면 아내들은 엄청 스트레스받고 지냈다.


세상이 점점 그런 갑질이 사라질 무렵 나는 소령에서 중령 진급이 안되어 전역을 했다.


요즘 아내는 그때 중령 진급 안되었을 때는 분하고 억울했는데 그 후 군대서 만난 내 상관의 부인들과 연락 없이 사니 뱃속 편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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