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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이 생각날 때 창문을 연다

나만 그런거 아니겠지

by 함문평

하루하루 살아가기 바쁠 때는 너 나 할 것 없이 다른 생각을 못한다.


가끔 현실의 아내와 의견 충돌이 생기면 인생에 가정법이 없지만 만약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과 산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본다.


오늘도 휴일이라 늦잠을 자고 세탁기를 돌리고 책을 읽고 다음에 다시 볼 곳에 메모를 하는데 세탁기 다 돌아갔다고 꺼내 건조하라고 해서 알았어하고는 읽던 책이 사십 쪽 남아서 그건만 다 읽고 한다니까 소리를 버럭 거의 윤석열 수준으로 지르면서 당장하고 다시 책을 보든가 말든가 하란다.


속은 부글거렸지만 딸과 아들이 있어서 참고 세탁기의 빨래를 꺼내 널고 대 책을 펼치니 아까 그 문장에서 뭐라고 메모하려던 말이 생각이 안 났다.


슬며시 화가 났다. 책 읽을 마음이 사라졌다. 베란다로 네가 창문을 열고 찬 공기를 마셨다. 하늘을 봤다. 저 멀리 흰구름 속에 첫사랑 그녀가 미소를 지었다. 참아라 함문평 인생이란 다 그런 거야 나도 내 남편은 너 못지않게 긁고 산다 하며 빙그레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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