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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 8

by 함문평

막차를 타고 아무런 일없던 것처럼 네 명이 장기로 돌아왔다. 꿈같은 휴가를 마치고 복귀했다. 미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좀 하고 난 후에 편지를 썼다. 어른들이 농협에서 며느리라고 세뇌교육을 해서 막연한 좋은 감정이 있었는데, 하루 데이트에서 물고기 아이규가 1이라는 말이 귓전에 맴돌았다. 늘 싱글벙글로 농협창구 일을 하니 고개들도 기분이 좋았다. 지점장과 과장이 김미라 주임 뭐 좋은 일 있어? 이번주는 월요일부터 싱글벙글한다? 하면 그럼요, 인상 쓰는 것보다 웃으면서 창구일 하는 것이 농협도 좋고 저도 좋지요? 했다.


미라 어머니 문화자 여사는 선우도 해 어머니 전선옥만 만나면 상견례하고 약혼식, 결혼식 일자를 잡자고 졸라댔다. 그때마다 아들 마음이 미라와 결혼하겠다는 말을 안 하는데 어떻게 진행하느냐고 아들 편지 오거든 말해준다고 했다.


수요일에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부모님 전 상서

휴가 잘 복귀했습니다. 관보는 정말로 위독할 때 관보를 쳐야지 양치기 소년 되면 정말 조부 위독할 때 관보 승인 안 해줄지도 몰라요.


김미라는 경희 동창이라 얼마나 오빠 이야기를 다 했는지 박은경과 저 사이도 알고 은경이가 졸업하면 바로 결혼할 거라는 말도 했어요.

중위는 봉급이 적어서 결혼하면 여자 고생만 시키고 대위 진급 후에나 결혼하겠습니다.

초면이라 물어보지 못했는데 미라 양 앞니 두 개가 이어 붙였더군요.

그녀와 결혼할 마음이 없습니다. 기다리지 말고 좋은 곳에 결혼하기 바라비다. 대위 진급하면 그때 연애를 하든 중매를 하든 결혼하겠습니다.


1989년 11. 17.

아들 올림


11월 20일 간부교육 시간에 대대장 정병식 중령 처제가 PCA 설계사였는데 , 영국이 본사인 PCA생명은 130년이 넘은 회사로 국내보험은 보험 수령자를 실명으로 써야 하지만 PCA는 상속 1,2, 3순위로만 표시해도 된다고 했다. 선우도해 대위가 질문을 했다. 직계 아니라도 지분이 가도록 할 수 있나요?

아주 특이한 경우인데, 회사가 직접 지분을 나누어줄 수는 없습니다만 제1상속자가 상속 후 차 순위에게 몇 % 주라고 비고란에 쓰면 그 내용은 아무도 평소는 열람이 불가하고, 가입자가 사망 시만 영국 본사에 마이크로필름으로 보관된 것을 공개한다고 했다.

선우도 해는 사망 시 사망보험금 9억, 수령자는 상속 1순위, 비고에 보험증서에 부착된 사진 인물에 수령액에서 30%를 주기 바란다. 선우도 해(서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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