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 함문평

서울 대방동 S중학교 교훈이 ‘의에 살고 의에 죽자’였습니다. 빡빡머리 중학생 시절은 그냥 교훈으로 의무감에 외웠습니다.


어른이 되어 장교가 되니 참 고민이 되었습니다. 해운대, 송정 일대가 아파트 단지가 되었지만 1990년에는 200만 평 땅에 여기저기 탄약 창고만 왕릉처럼 잔디로 덮여 있었습니다.


경비중대장이었습니다. 울타리 전부 경보기를 설치하기 전에 400 m 정도만 시험평가를 하라고 했습니다.


사람이 지나가도 ‘삑!’, 개나 고양이가 지나가도 ‘삑!’, 고라니가 지나가도 ‘삑!’ 바람만 불어도 ‘삑! 삑!’ 울렸습니다.


11월에 특전사 독수리들이 침투하는 훈련을 했는데, 검은색 스티로폼을 자기 몸을 가릴 만큼 휴대하고 접근하니 철조망이 특전사 1개 중대에 삑! 소리 없이 뚫렸습니다.


시험평가 기간이 종료되어 ‘군납불가’로 보고했습니다.


사령부로 불려 가 정작처장에게 곡소리 나게 혼나고 나서 하는 수 없이 ‘군납적격’ 정정 보고를 했습니다.


세월이 지난 후에 영관장교가 되어 대북방송을 하는 부대 군수과장이 되었습니다. 여기서는 수천 개의 방송 및 대북 선전수단에 들어가는 부속을 영수증 처리는 정품으로 납품받은 것으로 하고 구입은 B품으로 구입해 비자금을 만들어 상납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역시 거절했습니다.

거절 사유를 묻는 지휘관에게 중학교 교훈이 의에 살고의에 죽자였다고 대답을 했더니 함 소령 진급하기 싫어? 묻더군요.


조기전역을 하고 양심적으로 사는 것이 좋지 양심에 가책을 느끼며, 국가의 재산을 부실하게 사용하고 장부정리나 거짓으로 꾸미는 일은 정말 싫었습니다. 진급 못한 대신에 소설가가 되었습니다.


현역 시절의 정의가 불의에 졌지만 소설의 세계에서는 정의가 불의를 이기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글은 마지막까지 정의와 불의의 대결의 연속입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가경취숙은 나의 할아버지의 닉네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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