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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의 계절. 55

중학동창 3인이 겪은 4.13 호헌조치

by 함문평

현재 서울 성남중학교 25회 사무국장을 하고 있다.

보통은 총무라고 하는데, 군대 전역하고 동창회가 있는 줄도 모르다가 한의원에 침을 맞으러 가서 알게 되었다.


한 20여 명 모였다.

여기서 돌아가며 총무 한번씩은 다 했는데 함 작가 너만 처음 참석이라고 차기 총무에 지명되었다.


야, 예비역 소령에게 총무가 뭐냐?


사무국장으로 하자고 해서 공지에 성남중 25회 사무국장이라 쓴다.


문제는 성남시에도 성남중학교가 남녀공학이 있는 모양이다. 밴드에 여자가 가입신청 오면 즉각 거절한다.


우리 학교는 일제강점기에 세워졌다. 일제강점기에 학교를 세울 재력 가면 당연히 친일파다. 설립자 김석원 장군이나 원윤수 선생이나 친일파 집안 맞다.


여기서는 친일파 이야기가 아니라 2학년 5반 임 목사, 구 무위당 장일순 기념사업회 이사장, 함 작가 이야기다.


임은묵 목사는 아버님도 목사였다. 성결교 영등포 ㅇ ㅇ 교회 담임 목사였고 중학생 시절부터 장래희망이 목사였다.


2학년 여름방학 일주 전에 평택에서 구 법모가 전학을 왔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 개학을 하자 종례 시간에 손을 번쩍 들었다.

담임 선생님은 정치경제를 가르치는 분인데 구 법모 말해봐? 하셨다.


외람된 말씀이오나 반장을 1학기에 백우가 했으면 2학기는 백우를 빼고 다른 학생으로 뽑아야 헌법에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에 맞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돌발 질문에 선생님은 잠시 생각하시더니 1학기 반장이 백우리고 2학기에 빼고 투표하는 것 역시 헌뷥에 보장하는 기회균등 원칙에 어긋난다. 반장 해보고 싶은 사람 모두 손들어하셨다.


1. 백 우

2. 구 ㅇ ㅇ

3. 함문평

4. 임 ㅇ ㅇ


4명을 58명이 무기명 투표를 했다. 백 우가 30표 구 ㅇ ㅇ 20표, 임 ㅇ ㅇ 4표 함 작가 4표였다. 솔직히 임이나 나는 둘로 투표하면 반반 동수가 될 걸 염려해 출마한 것이지 당선을 위해 출마한 것은 아니었다.


각자 다른 고교로 뺑뺑이로 흩어져 소식 모르고 지나다 동창회에서 인생스토리를 들었는데, 1986년 4월 13일 4.13 조치 시기에 정말 달라도 너무 다른 처신을 했다.


다른 글에서 이미 밝혔듯이 함 작가는 <4.13 조치와 우리의 자세>를 소대원들에게 정신교육하는 소대장을 했다.


임 ㅇㅇ은 신학대학교 졸업하고 신학대학원 입학만 하고 입대하여 말년 병장이었다. 그의 소대장이 4.13 호헌조치와 우리의 자세 교육을 하고 토론시간에 그거 군부 독재를 연장하려는 얄팍한 술수리고 했다가 완전군장 뺑뺑이를 돌았다고 한다.


구 ㅇㅇ 은 대학교 2년 마치고 복학해 학생회장을 했다. 4.13 호헌 철폐 직선제 보장하라 데모를 하다가 원주경찰서에 잡히면 원주 원로 지학순 주교와 무위당 장일순 선생이 대신 경찰서에서 주무시고 구 ㅇ ㅇ을 석방했다고 한다.


돌이켜보면 야만의 시절이지만 각자의 직분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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