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야만의 계절. 56

다시 읽는 <오적>

by 함문평

김지하 시 <오적>은 시인으로 출세작이지만 판매금지조처와 중앙정보부에 잡혀가 사상이 의심스러운 놈이라고 엄청 두들겨 맞았다.


오적 시집을 소지한 것만으로도 중앙정보부에 잡혀가 두들겨 맞을 시기에 우리 문예반 학생들은 교실문을 조금 열고 학생 한 명이 교감, 교장 순찰오나 망을 보게 해고 신문지에 싼 <오적>을 낭독하셨다.


이 시는 중앙정보부에서 소지한 것만으로도 김일성 선집 소지한 사람과 동일한 수준으로 두들겨 맞으니 일체 문예반에서 들었다 소리하지 마라고 하셨다.


지금 생각해도 교직을 쫓겨날 거 각오하고 지도해 주신 문예반 담당 선생냄이 존경스럽다.


요즘 오적을 다시 읽는다. 오적이 나온 지 40년이 넘어도 아직 오적이 판친다.


최은순 김명신 모녀는 검사 양재택과 윤 총장을 동원해 통장 잔고 가짜로 만들어 부동산을 동업자 감옥으로 보내고 이익을 독차지했다.


해병대 장군 놈은 지 출세 위해 채 상병을 죽게 만들고도 잘못 없다는 세상이다.


시 오적이 나온 지 46년 지난 후나 변함이 없다.



오적

김지하


시를 쓰되 좀스럽게 쓰지 말고 똑 이렇게 쓰라다

내 어쩌다 붓끝이 험한 죄로 칠전에 끌려가

볼기를 맞은 지도 하도 오래라 삭신이 근질근질

방정맛은 조동아리 손목댕이 오물오물 수물수물

뭐든 자꾸 쓰고 싶어 견딜 수 없으니, 에라 모르겠다

볼기가 확확 불이 나게 맞을 때는 맞더라도

내 별별 이상한 도둑이야길 하나 쓰겠다.

(중간생략)


장충동 약수동 솟을대문 제멋대로 와장창

저 솟고 싶을 대로 솟구쳐 올라 번쩍번쩍

의리의리 꽃궁궐에 밤낮으로 풍악이 질펀 떡 치는 소리 쿵떡

예가 바로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이라 이름하는

간덩이 부어 남산만 하고

(이하생략)



돌아가신 김지하 시인이 환생하여 오늘의 시인이라면 다음과 같이 개작했를 것이다.


길동이 아비를 아비로 부르지 못하듯

이 대명천지 민주사회에

디올 백을 디올 백이라 부르지 못하고

혀에 쇠꼬챙이 박았나

디올이라 발음 못하고 파우치 파우치하고

신의 아들

장군의 아들

사람의 아들

어둠의 자식들


신라시대 골품제도 21세기도

벗어날 수 없는 조선반도구나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언제부터

무검유죄 유검무죄가 되었다냐

최은순이 땅장사 시절

정대택 안소영을 꾀여

동업해서 이익이 나거들랑

반딩 합시다 하고 김명신 애인

양 검사 윤 검사 힘을 빌어 없는 죄

만들어 감옥소 보내고

통장잔고 조작하고 딸년은 주가조작

어허라~우리 낭군 검사라

유검무죄 무검유죄 요거 몰랐지요

까불다 모년 모월 모시에 벼락 맞을라

천둥번개 치는 날 아크로비스타에

꼭꼭 숨어 나오지 마라


이렇게 썼을지도 모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야만의 계절. 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