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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만의 계절
야만의 계절. 56
다시 읽는 <오적>
by
함문평
Jun 19. 2024
김지하 시 <오적>은 시인으로
출세작이지만 판매금지조처와 중앙정보부에 잡혀가 사상이 의심스러운 놈이라고 엄청 두들겨 맞았다.
오적 시집을 소지한 것만으로도 중앙정보부에 잡혀가
두들겨 맞을 시기에 우리 문예반 학생들은 교실문을 조금 열고 학생 한 명이 교감, 교장 순찰오나 망을 보게 해고 신문지에 싼 <오적>을 낭독하셨다.
이 시는 중앙정보부에서 소지한 것만으로도 김일성 선집 소지한 사람과 동일한 수준으로 두들겨 맞으니 일체 문예반에서 들었다 소리하지 마라고 하셨다.
지금 생각해도 교직을
쫓겨날 거 각오하고 지도해 주신 문예반 담당 선생냄이 존경스럽다.
요즘 오적을 다시 읽는다. 오적이 나온 지 40년이 넘어도 아직 오적이 판친다.
최은순 김명신 모녀는 검사 양재택과 윤 총장을 동원해 통장 잔고 가짜로 만들어 부동산을 동업자 감옥으로 보내고 이익을 독차지했다.
해병대
장군 놈은 지 출세 위해 채 상병을 죽게 만들고도 잘못 없다는 세상이다.
시 오적이 나온 지 46년 지난 후나 변함이 없다.
오적
김지하
시를 쓰되 좀스럽게
쓰지 말고 똑 이렇게 쓰라다
내 어쩌다 붓끝이 험한 죄로 칠전에 끌려가
볼기를
맞은 지도 하도 오래라 삭신이 근질근질
방정맛은 조동아리
손목댕이 오물오물 수물수물
뭐든 자꾸 쓰고 싶어 견딜 수 없으니, 에라
모르겠다
볼기가 확확
불이 나게 맞을 때는 맞더라도
내 별별 이상한 도둑이야길 하나
쓰겠다.
(중간생략)
장충동 약수동 솟을대문 제멋대로 와장창
저 솟고 싶을 대로 솟구쳐 올라
번쩍번쩍
의리의리 꽃궁궐에 밤낮으로 풍악이 질펀
떡 치는 소리 쿵떡
예가 바로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이라 이름하는
간덩이
부어 남산만 하고
(이하생략)
돌아가신 김지하 시인이 환생하여 오늘의 시인이라면 다음과 같이
개작했를 것이다.
길동이 아비를 아비로 부르지 못하듯
이 대명천지 민주사회에
디올 백을 디올 백이라 부르지 못하고
혀에 쇠꼬챙이 박았나
디올이라 발음 못하고
파우치 파우치하고
신의 아들
장군의 아들
사람의 아들
어둠의 자식들
신라시대
골품제도 21세기도
벗어날 수 없는 조선반도구나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언제부터
무검유죄
유검무죄가 되었다냐
최은순이 땅장사 시절
정대택 안소영을 꾀여
동업해서 이익이 나거들랑
반딩 합시
다 하고 김명신 애인
양 검사 윤 검사 힘을 빌어 없는 죄
만들어 감옥소 보내고
통장잔고 조작하고
딸년은 주가조작
어허라~우리 낭
군 검사라
유검무죄 무검유죄 요거
몰랐지요
까불다 모년 모월 모시에
벼락 맞을라
천둥번개 치는 날 아크로비스타에
꼭꼭 숨어 나오지 마라
이렇게 썼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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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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