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실수투성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많은 실수를 하고 산다. 내가 듣기로는 실수를 하지 않고 평생을 살 확률이 로또복권 당첨될 확률보다 낮다고 한다. 그만큼 인생은 실수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인생자체가 실수일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이 문득 든 것은 나의 작은 일상에서부터 비롯된다.
지금부터 나의 일상이 시작된다.
나는 한 자그마한 개인 카페에서 일을 한다. 화, 목, 토, 일요일에 나가서 일을 하니까 그래도 격일로 쉬는 꼴이다. 그것도 하루종일 일을 하는것도 아니라서 오후에 일이 끝나는 날에는 나름 내 자유시간도 보장된다. 어느 요일과 마찬가지로 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서빙하고 설거지하고 설거지한 것들을 말리고 닦고. 문장으로 써 놓고 보니 굉장히 간단하다. 하지만 일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알 것이다. 말은 간단하되 행동은 복잡하다는 것을.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 하다보니 계속 순서가 바뀐다. 무엇을 먼저해야 할까. 설거지를 해야하나 그릇을 닦아야 하나. 내가 판단한 행동이 매장 전체의 흐름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매 순간순간 나의 역할은 바뀐다. 아직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대개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높은 확률로 실수가 나온다. 허둥지둥 손발이 막 꼬이기 시작한다. 마음은 급해지고 다음으로 내가 해야할 일이 다가온다. 하지만 손과 발은 마음처럼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다. 더 꼬이게 되고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마음이 심란하고 콩밭에 가 있는 날에 더 그런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어느 날 어떤 순간. 즉, 이 세상 어디에서는 아기가 태어나고 누군가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누군가는 실연을 당하고 누군가는 배탈이 난 그 순간에 나는 찻잔을 깨뜨리고 있었다. 나의 표정은 조각나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숨이 턱 막혀왔다. 산산히 조각나버린 표정과 정신은 허공을 부유했다. 현실감각이 없어졌다. 깨어진 찻잔이 찻잔임을 알 수 없었고 깨어진 내가 자신임을 알 수 없었다. 깨어진 찻잔은 더이상 찻잔이 아님이 확실했다.
조각난 정신들은 허공을 부유해 여기저기로 흩어졌다. 내 몸짓 하나하나가 어색하고 힘들기만 했다. 조각난 정신 만큼 몸을 움직이는 것이 힘들었고 하나의 흐름으로 만든다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었다. 사장님은 괜찮다고 하셨다. 선배님도 괜찮다고 다독여 주셨다. 그 순간 떠다니던 내 정신의 조각들은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차라리 욕이라고 한 바가지 먹는것이 낫지 않을까. 눈물이 쏙 빠질만큼 심한 말을 들으면 차라리 제 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것 같았다. 그 와중에 나는 또 다른 실수를 저질렀다. 조각난 정신을 부여잡고 손가락 하나하나의 움직임에 집중하고 신중하게 행동했다. 어디에서 나는 마음을 놓았을까. 어느 순간 일은 벌어져 있었고 흩어진 커피 원두의 갯수만큼 내 정신도 잘게 조각났다.
나는 의연할수 없었다. 사실 이번이 두번째 실수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최근 일주일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라는 책에 등장하는 연금술사가 한 말이 떠올랐다. 한 번 일어난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수 있지만 두 번 일어난 일은 반드시 일어난다. 어렸을 적 연금술사라는 책을 본 이후에 내가 인생에서 가장 많이 느낀 말이었다. 두번째 실수. 깨어진 두번째 찻잔. 그렇다면 세번재 깨어질 찻잔은 어느 것일까. 분명 나는 또 찻잔을 깨뜨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알게된 이 엄청난 사실을 누구에게 말할수 있을까. 사장님? 선배님? 친구? 하나의 진리라면 진리인 것을 알게 되었지만 이 앎은 그들의 앎이 아니었고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이러한 엄청난 사실을 가슴에 품은 와중에 주변 인사들의 다독임은 더욱 무겁게 다가왔다. 나는 내가 돈을 받고 일을 한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와중에 주변이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주변에 늘 사람한테만 관심이 갔었는데 하늘이 보이고 멀리 있는 풍경이 보였다. 건물 틈 사이로 멀리 보이는 산 꼭대기가 보였다. 천천히 움직이는 구름의 움직임과 하천을 흘러가는 물소리가 귓가에 생경하게 다가왔다. 모든것이 어색하고 낯설었다. 흩어진 내 정신들은 곳곳에 숨어버렸다. 하나의 나로 집약되지 못한채 여기저기로 흩어져 풍경이 돼 버렸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풍경속에서 나는 물었다. 나의 물음은 공허한 울림이 되어 허공을 떠돌았다. 집중을 하지 않았을까. 너무 빨리 움직인 탓일까. 내가 머리에서 내린 명령을 몸이 그대로 이행하지 못했을까. 나는 기계가 왜 사람을 대체했는지 알게 되었다. 기계는 착하고 사람은 나빴다. 그리고 사람들은 착하고 나는 나빴다. 실수투성이에 제대로 하는 일은 하나도 없네. 그러던 와중에 백년만년 짓기만하고 완성되지 않는 학교 건물이 보였다. 나는 시원하게 욕 한 바가지를 퍼 주었다. 망할놈들! 빌어먹을! 얼마나 돈을 쳐 빼돌리기에 아직도 저모양이냐. 내가 지껄인 욕은 허공을 맴돌아 나의 귀로 되돌아 왔다. 그 와중에 나쁜놈이라는 말은 왜 그렇게 잘 들리는지.
길을 가는데 담배를 피우며 담소를 나누고 있는 남,녀가 보였다. 누런이를 드러내며 웃는 모습에 나는 버럭 화가 났다. 나쁜놈들 대기오염의 주범은 여기 있었구나, 너네들을 잡아 손모가지를 분지르면 아마존이 되살아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내 손모가지를 바라보았다. 최종적으로 모든일의 결과를 만들어낸 장본인. 이걸 그냥 콱. 하고 싶었지만 내 손모가지를 놔두기로 했다. 왜냐면 로또복권 당첨될 확률보다 적은 확률이 실수하지 않을 확률이니까. 이제껏 로또를 두 번 산 적이 있다. 물론 내가 내 돈으로 산 건 아니고 부모님이 집이 불타는 꿈을 꿨다거나 그럴때 몇 번 사주셨을 뿐이다. 하지만 만원짜리 한 장도 당첨된 적이 없다. 만약 이 시간 이후로 내가 로또에 당첨된다면 내 손모가지를 분지르겠다.
오늘 일상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