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가지고 산다는 것

태어나면서 얻는 이름, 사회에서 얻는 두 번째 이름.

by 로이아빠

이름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태어나면서 부모님이 지어주신 이름이 있고 또 다른 하나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불리는 이름이다. 심 작가, 정사장, 김피디, 이선생, 고교수처럼 본래 풀 네임으로 불리기보다는 직업 또는 직책으로 불리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회에서 제 2의 이름을 얻는 것과 다름이 없다.


홍대의 한 서점에서 책을 읽었다. 그 책은 현직 배우들이 배우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쓴 것이었다. 책에서 배우들은 하나 같이 '배우'는 먹고사는 일이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배우라는 '삶'을 사는 것은 정말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그들은 배우라는 이름을 갖고 사는 사람들이 무얼 하며 살아가는지 알고 있었다.


문득, '나는 무슨 이름을 가지고 살아갈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중에서 가장 나를 설레게 하고 기분 좋게 하는 말은 '작가'였다. '심 작가'라고 불리고 싶었다. 어디 가서 '글 쓰는 사람입니다.'라는 말을 한다면 얼마나 기분이 째질까. 물론 작가라는 직업(집단)은 먹고살기 힘들다. 또한 창작의 고통 또한 만만치 않다. 어떻게 보면 낭만적이지만 실상 글 쓰는 시간보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시간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혹은 자신이 원하는 글을 쓰고 있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글을 쓰는 행위, 펜을 잡는 행위를 멈추지 않는다. 어떻게든 꾸역꾸역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간다. 나는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글을 쓰는 시간보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학교가는 시간이 훨씬 많다. 그래도 노트북 앞에 앉아 글을 쓸 때면 행복하다. 어디에 있던 글을 쓸 펜과 종이(노트북)만 있으면 행복할 자신이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고 학교를 다니는 이유는 여러 가지 경험이 내가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난 작가가 되겠어'라고 말은 못 하겠다. 하지만 '평생 펜을 놓지 않고 살겠어'라고 말할 자신은 있다. 작가라는 이름을 가지고 산다는 것은 아무리 배가 고프고 힘들어도 펜을 놓치 않는 것이 아닐까. 작가라는 이름으로 불리고자 한다면 응당 짊어져야 할 짐인 것 같다. 마찬가지로 가수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가수가 되겠어' 보다 '평생 노래하고 살겠어'라고 말할 자신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우리 모두는 꿈이 있다. 그리고 그 꿈은 결국 나중에 사회에서 불리는 나의 두 번째 이름이다. 요즘 학생들은 연예인이 되겠다고 하고 요리사가 되겠다고도 한다. 하지만 나는 그네들이 '무엇이 되겠다'가 아닌 '무얼 하며 살겠다'라고 선언하기 바란다. 정작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이름이 하는 일이 뭔지 모른 채 원하는 경우가 많다. 그 와중에 스스로에게 '무엇을 하며 살까'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진정 자신의 이름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진심으로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이름으로 불리워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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