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난한 자취생이다. 하루 생활비 만원이라는 금액으로 간식이라는 사치는 부릴 수 없다. 학교 식당에서 먹은 웬만한 밥도 4000원 이상이기 때문이다. 하루 세 끼를 먹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아점과 저녁으로 이루어지는 식단이 반복된다.
나에게는 룸메이트가 한 명 있다. 룸메이트나 나나 상황은 매한가지. 쌀 1kg을 사면서도 우리는 정확하게 돈을 나눈다. 이것이 서로에 대한 배려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정이랍시고 내가 더 사지 뭐, 이런 생각을 가졌다가는 오래 못 간다. 어느 순간 밥 한 끼를 못 먹게 되었을 때 전날 내가 산 과자 한 개, 생수 한 병이 아쉽게 느껴진다. 그리고 나만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건 서로가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늘 정확하게 반으로 나눠 계산하면 그럴 걱정이 없다. 혹자는 너무 치사한 것 아니냐고 말할 수 있지만 남과 같이 산다는 게 그렇다. 더군다나 가난한 자취생이라면 더.
룸메이트와 함께 슈퍼를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슈퍼에서 초코송이를 1+1으로 파는 것이었다. 심지어 가격은 파격적이게도 천 원!, 형과 나는 올레를 외쳤다. 그리고 우린 공동명의로 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전 달에 생활비가 적게 나와 남은 잔돈이 있었다. 추운 겨울 난방비 아낀다고 두꺼운 패딩을 입고 잤다. 그리고 우리는 초코송이 두 박스를 얻었다.
군대에서는 너무나 쉽게 먹던 과자였지만 지금은 웬만한 밥 값 정도로 비싼 사치품이 돼 버렸다. 형과 나는 각자 초코송이 한 상자씩을 들고 나란히 앉아 먹었다. 그리고 우린 그날따라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