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실 or 휴대실?

by 로이아빠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1열람실 문을 열었다. 몇 시간만에 마주한 복도는 낯설었다. 조용하기보다는 적막함 때문일까.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다. 몽글거리는 긴장감이 기류를 타고 서서히 그리고 느리게 머물렀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기류의 흐름이 헝클어졌고 뒤이어 긴장감이란 놈이 몸을 일으켰다. 나는 정수기 앞으로 몸을 급히 움직였다. 조심스럽고도 낮은 움직임으로 정수기 앞에 도착했다.


'부시럭 부시럭, 후'


봉투형으로 제작된 종이컵은 입김을 불어 넣고서야 액체를 담을수 있는 형태를 갖추었다.

봉투를 꺼내는 동안 발생하는 약간의 부스럭거림이 나에게만 거슬렸기를 바라며 천천히 냉수를 따랐다.


꿀꺽 꿀꺽


내 귀에는 목울대의 움직임만이 들렸다.


꿀꺽 꿀꺽 꿀...꺽, 꿀꺽? 켁.


꿀꺽거리는 소리는 복도 곳곳을 메우고 공간을 먹어치웠다. 그 때 마침 문을 열고 나오는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0.1초 살짝 미간을 찌뿌리는가 싶더니 말없이 시선을 돌리고 황급히 비켜갔다. 우린 서로를 만나서도 알아도 안되는 사람인걸까. 뭐... 아는 사람이라면 문자했겠지. 등 뒤로 화장실 물내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잠시간의 정적과 함께.


잠깐 숨이라도 돌릴까 싶어 휴게실로 들어갔다. 왠걸... 문을 열자마자 일제히 쏟아지는 눈빛에 잠시 경직되었다. 그것도 고개는 움직이지 않고 눈만 치켜뜬 채로. 마치 지각해서 수업시간중에 교실에 몰래 들어가려다 선생님께 들킨듯한 기분이 들었다. 안경너머로 느껴지는 나무라는 그 눈빛.

'빨리 자리로 가서 조용히 앉아'


그리고 명령대로 행동했다. 사람들은 내가 자리에 앉던 말던 이내 제 할 일을 시작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누구하나 떠드는 사람이 없었다. 도시락을 먹는 사람이 있는것으로 보아 여긴 분명 휴게실이다. 그런데 도시락을 먹는 사람은 누가 음소거 시켜놨다. '소' 인가?. 밥을 먹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노트북을 뚫어져라 쳐다보거나 필기구를 들고 무섭게 종이를 긁고 있었다.


'제기랄 이게 무슨 휴게실이야.'


누군가 내 심장에 줄을 묶어놓은것 같다. '심장소리가 크다고.'

어디를 가더라도 마음놓고 숨 한 번 제대로 쉬기 어렵다. 나는 여기저기서 눈을 부라리는 사람들을 감내할 자신이 없다. 대한민국에서 '휴게실'이란 어떠한 용도로도 쓰일수 있는 개인의 휴대실이 아닐까. 아무튼 지금의

휴게실이 '쉼'의 공간은 아닌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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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이거 뭐랄까. 요즘 카페 있잖아요. 카페도 대표적인 쉼의 공간이죠. 그런데 항상 카페를 가면 느끼는 것은 보이지 않는 장벽이 느껴져요. 왜 있잖아요. 분명 4명이 앉는 테이블인데 1명이 앉아있으면 그 옆에 가서 앉기 힘들죠. 보이지 않는 유리벽이 있다니깐요. 그사람의 공간인것 같아서 쉽게 못 앉겠어요.

얼마전 해외여행을 다녀온 긴코형이(긴코원숭이 흉내를 잘 냄.) 그러더라고요. 외국에서는 4인용 테이블에 자리가 비어있으면 자연스럽게 옆에 앉는다고 또 자연스럽게 얘기한다고.

우리나라 카페는 카페별로 차이가 있긴한데 조용한곳에서는 눈치가 엄청보이죠. 수다떨기도 힘들고. 각자의 공간을 존중해주기 때문일까요. 폐쇄적인 공간이죠. 이건 쉼의 공간일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유롭고 자연스러움이 쉼의 본질임을 생각해 본다면요.


오른쪽 그림은 고흐의 '아를' 이에요. 고흐에게 카페란


‘스스로를 망쳐버리거나, 미치거나, 범죄를 저지르기에’ 걸맞은 장소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아를의 밤의 카페 [The Night Café in Arles] - 빈센트 반 고흐 (The Bridgeman Art Library, 지엔씨미디어)


우리 주변에 있는 카페(휴게실)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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