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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심해의 취미생활 Apr 18. 2021

지구가 더워지는게 뭐 어때서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 빌 게이츠

# 빌게이츠가 말하는 지구온난화


그간 환경 정의를 외치는 수많은 사람들 지구온난화 이슈에 대소리쳐.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빙하가 녹는다, 북극곰이 죽는다, 가뭄이 든다. 그렇지만 인간의 욕망을 부정하고, 훈계하는 듯한 그들의 주장에 관심이 잘 안 갔다.


사실 나는 '북극곰이 죽는다, 빙하가 녹는다..' 이런 말 들어도 별 감흥이 없었다. 지금 지구 한쪽에서는 기아로 사람이 죽고, 다른 한쪽에서는 과로사로 사람이 죽는데, 그게 더 심각한 거 아닌가? 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빌 게이츠가 쓴 책을 만나게 됐다. 빌 게이츠는 자신의 저서지구온난화를 막아야 하고 이를 위해 탄소중립 실현해야 한다고 말. 다만, 빌 게이츠는 인간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더 많은 음식을 먹고, 더 편해져야 한다고 전제한다. 러니 거부감이 덜했다. 인간의 욕망과 진보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환경을 말하다니.



그래서 환경 이슈를 다룬 이 글을 진지하게 읽어보게 됐다. 그리고 깨달았다. '아 이거 남의 일이 아니구나.. 이거 큰일날 수 있겠다.'


이 책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친절하고 쉬운 안내서다. 저자는 지구온난화의 의미와 파급효과, 지구온난화의 원인과 해결 대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쉽고 재밌게 읽었다.


나는 이 글에서 지구온난화의 파급효과과 원인을 좀 정리해보려고 한다.




# 기온이 겨우 1도 오르는데 그게 왜?


책 인용 부분


지구온난화는 지구가 뜨거워지는 현상이다. 아래 그림, 산업혁명이 시작된 1880년대에 비해 지구의 평균 온도 1도 이상 상승했음을 보여준다.



그전까지는 '평균 기온이 1도 증가한 게 뭐 얼마나 심각하겠어'라는 생각이었다.


기후학에서 1~2도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가장 최근의 빙하기 때 지구의 온도는 지금보다 겨우 섭씨 6도 낮았을 뿐이다. 공룡이 지구를 지배하던 시절 지구의 평균 온도는 지금보다 섭씨 4도 높았을 뿐인데, 이때 북극권 북쪽에는 악어도 살았다.

우리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멈추지 않는다면 21세기 중반 지구의 온도는 섭시 1.5~3도 상승할 것이고, 세기말이 되면 섭씨 4~8도 가량 상승할 것이다.


그런데 지구 온도가 지금보다 4도 높았던 옛날, 북극권에 악어 살았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랬다. 지금 이 상태로 온난화가 진행되면 21세기말에, 한반도에서도 악어 등 따뜻한 지역에 서식하는 동물을 볼 수 있게 된다.


지구온난화는 내 후손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살아있을 때의 문제다. 지구온난화는 지금 이 시점에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내가 육체적으로 덜 건강해지는 시점에, 지구가 더 살기 어려운 곳으로 변화한다.


기후가 더울수록 산불은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더 파괴적이 된다. 따뜻한 공기는 식물과 토양에서 수분을 흡수하기 때문에 화재에 더 취약한 환경이 조성된다.

캘리포니아가 대표적인 예다. 1970년대 이후 산불은 더 자주 일어나고 있는데, 이는 산불이 일어날 수 있는 화재 취약 계절이 더 길어지고 있고 숲에는 쉽게 불에 탈 수 있는 마른 나무가 훨씬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에 의하면 산불 증가의 절반은 기후변화에 의한 것이며, 21세기 중반이 되면 미국의 산불 피해는 지금보다 두 배로 증가할 수 있다.


기온이 높아져서 대기가 건조해지고, 건조하니까 산불이 더 빈번, 더 강하게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해서 찾아봤다. 아래 그림은 10년간의 연도별 평균 산불 추이를 보여준다. 2020s라고 치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의 연도별 평균 산불 건수와 면적을 의미한다.


산림청


그래프만 봐서는 오히려 1960-70년, 1990-2000년이 더 심했다. 이것만 보고 뭐라 말하기는 어려워서, 데이터를 좀 더 찾아봤다.


보험연구원에서 발간한 자료다. 최근 10년간 건조주의보 발령 횟수는 늘어나고, 강수량은 줄어드는 추세다. 전체적으로 건조해지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는 산불의 횟수•강도를 강화하는 명백한 원인이다. 우리나라 기후는 산불에 우호적인 조건으로 바뀌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산불피해의 증가와 시사점 - 보험연구원('20.5)


지구온난화는 경제에도 영향을 끼친다. 지구온난화는 경작지 감소를 가져오고, 이는 밀•옥수수 등 농산물 생산량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야기한다.


기후변화로 남유럽의 밀 생산량과 옥수수 생산량이 21세기 중반까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에서 농부들은 농작물이 자랄 수 있는 시간이 20% 줄어들고 수백만 에이커의 농지가 심하게 건조해지는 광경을 보게 될 것이다.

이미 소득의 절반 이상을 식료품에 소비하는 사람이 많은 가난한 동네에서는 식료품 가격이 20% 이상 오를 수 있다.또한 2080년이 되면 곡물 수확량이 낮아져서 멕시코 성인 인구의 2~10%가 미국 국경을 넘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OECD제시한 2050년 옥수수 생산량 예측이다. 짙은 파란색은 생산량이 늘어나는 지역이고, 빨간색은 줄어드는 지역인데, 빨간색 지역이 훨씬 많다.


Agriculture and Climate Change - OECD('16)


당장 30년 후가 되면, 식량 공급 부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과학기술도 발전하여 더 나은 품종, 비료 등으로 생산량이 오를 수는 있다. 그럼에도 기초 원자재의 공급 부족과 이에 따른 가격 상승은 엄청난 정치경제적 파급효과를 일으킬 게 분명하다.


마스크가 없어서 시민의 정부신뢰도, 사회혼란이 발생한 게 1년 전이다.


지구온난화는 분명 나에게 영향을 끼친다.




# 아 그러면, 전기차를 타면 되는거지


이쯤 되니 지구온난화가 문제라는건 인지했다. 그러면 내연기관 자동차 대신 전기차를 타면 문제가 해결되나 싶었다. 근데 그게 아닌 것 같다.


자동차, 정확히 말하면 수송 부분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중 16% 밖에 안 됐다. 전세계의 자동차, 비행기를 석유 대신 전기, 수소로 움직여도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16%만 줄어든다는 얘기다. 


아래 표는 온실가스 배출의 부문별 구성을 보여준다. 제조업 분야가 31%, 발전(전력생산) 분야 27%, 농축산업 분야가 19%를 차지한다. 얘네 세개를 더하면 77%다. 배출량 기준, 수송 부문은 네번째다.



제조 부문부터 살펴보자.


콘크리트는 녹이 슬지도 않고 썩지도 않으며 불에 타지도 않는다. 현대에 건물을 지을 때 콘크리트를 쓰는 이유다. 매년 도로, 다리, 그리고 건물을 교체하거나 수리 또는 신축하는 과정에서 콘크리트를 만드는 주요 성분인 시멘트를 미국에서만 9,600만 톤 이상 생산한다.

자동차, 배, 기차를 만들 때는 강철을 사용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냉장고와 스토브, 공장 기계, 음식을 담는 캔, 심지어 컴퓨터에도 강철을 사용한다.

플라스틱은 옷, 장난감부터 가구, 자동차, 휴대폰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지금 책상 앞에 앉아 이 글을 쓰면서 내 방을 둘러보니 컴퓨터, 키보드, 모니터, 마우스, 스테이플러, 휴대폰 등 플라스틱이 안 들어간 물건이 없다.


현대 문명의 기본이 콘크리트, 철강, 플라스틱이다. 그런데 이게 탄소 배출을 많이 수반한다. 아예 안 쓰는건 불가능하다.


이 분야의 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덜 쓰거나', 아니면 '친환경 공정사용'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린 철강, 바이오 플라스틱' 같은 게 바로 그런 개념이다.



근데 이러면 원가가 굉장히 많이 상승한다. 그 어떤 기업가가 아무런 사회적, 제도적, 경제적 인센티브가 없이 이런걸 생산할까? 특히 탄소 배출 없이 생산한 철강과, 탄소 배출을 수반하며 생산한 철강 애플 아이폰, 삼성 갤럭시처럼 구분되지도 않는다. 수요 기업은 저렴한 철강은 원하기 마련이다.


결국 정부 개입과 지원, 탄소세와 같은 글로벌 컨센서스, 시민들의 행동양식 변화가 없다면 제조 부분의 탈탄소화는 쉽지 않다.


전력 생산도 이산화탄소를 엄청 배출한다.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7%가 전력 생산 과정에서 나온다. 그 유명한 석탄발전소! 전세계적으로 석탄 발전의 비중이 40% 정도이며, 우리나라도 비슷하다.


미국이 사용하는 전기 가운데 정확히 어느 정도가 재생에너지로부터 나오게 될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확실하게 아는 것은 지금부터 2050년까지 훨씬 더 빠르게 -지금보다 다섯 배에서 열 배까지 - 재생에너지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천연가스와 석탄을 사용해 지금처럼 전기를 계속 만들고 이산화탄소가 대기에 배출되기 전에 빨아들이는 방법도 있다. 탄소포집저장이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화석연료 공장에 특수 장치를 설치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하도 많이 들어서 알거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석탄 발전을 줄이고, 태양광과 풍력의 깨끗한 전기로 나아가야 한다. 이와 더불어 탄소를 모아서 가두는 기술도 필요하다.


한 가지 놀라웠던건, 낙농업에서 이산화탄소의 20% 가량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나는 고기가 없으면 밥을 못 먹는 사람 중 한 명인데, 이 분야이렇게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할지는 몰랐다. 간이 먹고살기 위해 꼭 필요한게 낙농업인데, 이걸 줄이거나 할 수 있나?


2100년이 되면 세계 인구는 100억까지 증가할 것이다. 그리고 이 많은 인구를 먹여 살리려면 더 많은 식량이 필요하다. 세기 말이 되면 인구가 지금보다 약 40% 증가하기 때문에, 식량 역시 40% 증가해야 한다고 자연스레 생각하기가 쉽다. 하지만 아니다.

우리는 이보다 더 많은 식량이 필요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들은 부유해질수록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는데, 특히 고기와 유제품을 더 먹는다.


빌 게이츠는 소식을 해야 한다느니, 인류의 욕심을 버려야 한다드니 하는 말은 잘 안한다. 인간의 욕망과 필요를 인정한다. 대신 더 나은 비료 사용, 품종 개량, 탈탄소 생산 기술 개발 등므로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이 외에도 빌 게이츠는 운송 분야의 탄소 저감을 위해 전기차, 수소차 보급을 가속화하는 방안을 이야기한다. 또한 냉난방 분야의 탄소 저감을 위해서는 효율이 높은 에너지의 보급, 난방 시스템의 전기화 등을 말한다. 정책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약간 지루할 수 있어 보이지만, 알아두면 좋다.


환경과 사회정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말할 필요도 없고, 주식 투자에게도 유익한 책이다. 탈탄소라는 정해진 목적지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유망 산업•기술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 불편해질 준비가 됐나?


독일에서는 환경을 기치로 내걸은 녹색당 지난 2020년, 정당 지지율 2위를 차지했다. 환경에 대한 시민들의 경각심도 높고, 이 목소리를 제도화하는 걸 목표로 삼는 정당도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나를 포함한 많은 시민들이 '먹고살기도 바쁜데 무슨 환경?' 내지 '환경 그거 중요하지만, 다른 더 중요한 문제 많잖아?'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환경을 이야기 하다보면 불가피하게 탄소세, 전기세 인상 등 정치경제적으로 불편한 아젠다를 이야기해야 한다. 이런 불편한 얘기를 정치인들은 잘 안 한다.


시민 사회에서 이런 목소리가 크게 나와야할 것 같다. 시민들이 탈탄소에 따른 단기적 불편함을 인지하면서도, 그 방향성과 도전에 준비가 되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는 불편함을 감내할 준비가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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