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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심해의 취미생활 Aug 01. 2021

비트코인, 망했네?

<버블 : 부의 대전환> - 윌리엄 퀸-존 터너

# 비트코인 반토막


몇개월 전만 해도 비트코인 열풍이었다. 비트코인이 기존 통화를 대체한다는 전망이 넘쳐났다. 블록체인 기술이 세상을 바꿀거라는 담론도 많았다.


아래는 구글 트렌드에서 '비트코인'을 검색한 결과다. 작년 하반기부터 관심이 늘어나서, 올 상반기에 정점을 찍었다. 그리고 떨어졌다.


구글 트렌드 - 검색어 : 비트코인


비트코인 가격도 작년부터 엄청 올랐다. 작년 8월에 1만$대 였는데 올초 6만$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게 반토막 났다. 3만$ 아래로 추락했다가 지금 4만$ 수준을 회복했다. 뭐 언제 또 오를수도 있겠다만..


비트코인 가격 추이


짧은 기간에,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비트코인에 투자했다. 가격은 빠르게 올랐고, 빠르게 추락했다. 누군가는 이득을 봤고, 누군가는 손해를 봤다.


나는 이게 '버블'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그러다 휴가 기간에 버블을 다룬 책 한권을 마주하게 됐고, 사서 읽었다.


퀸스대학교에 재직중인 두 명의 경제학 교수가 저술한 <버블 : 부의 대전환>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다양한 사례를 토대로 버블 형성 원인, 버블의 사회경제적 파급호과를 다룬다. 버블의 역사학이라고 이름 붙여도 괜찮아 보인다.



굉장히 흥미로운 책이다. 이 책은 버블 형성의 원인으로 3가지 요소를 제시한다. 무엇이 버블을 만들까?




# 무엇이 버블을 만드는가?


 * 박스 안은 인용구


저자는 3가지 요소가 버블을 만든다고 한다.


버블을 일으키기 위한 첫 번째 요소는 바로 시장성이다. 시장성이란 자산을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용이성을 말한다.

또 다른 요소는 분할 가능성이다. 자산의 일부만 구매해도 된다면 시장성은 높아진다. 또 매도인과 매수인을 쉽게 찾을 수 있어도 시장성이 높아진다.


첫 번째 요소로, 저자는 '시장성'을 언급한다.


개혁개방 전 중국, 공산주의 시절 소련에서 '버블'이 발생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었다. 당시 중국과 소련은 부동산, 주식 등 자산 거래에 엄격한 제한을 뒀다.


판매하기 어려운 자산은, 자산 가치를 잃는다. 차익실현이 어려운 자산은 매력적이지 않다. 뒤집어서 말하자면, 팔 수 있다면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확보할 수 있다.


두 번째 연료가 되는 것은 돈과 신용이다.

버블은 사람들이 어딘가에 투자할 만큼 충분한 자본을 보유하고 있어서 경제 사이클에 돈과 신용이 충분히 돌고 있을 때 생성될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 요소로, 저자는 '돈과 신용'을 언급한다.


매매가 법적으로 가능해도, 사회에 돈이 없다면 매매가 어렵다.


은행 대출이 어려워지면, 집이나 주식을 사기가 어려워진다. 은행 대출이 쉽다면, 집이나 주식을 쉽게 살 수 있다. 모두가 은행 대출을 쉽게 받으면, 자산매수하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가격은 오른다.


마지막 연료는 바로 투기다. 투기는 이익을 보겠다는 목적 하나로 나중에 이익을 보고 자산을 매도하기 위해서 먼저 자산을 매수하는 것을 말한다.

버블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수많은 초보 투자자들까지도 투기꾼으로 변모해 순전히 추진력에 의존해 거래하고 가격이 상승할 때 매수하고 가격이 하락할 때 매도하곤 한다.

 

세 번째 요소로, 저자는 '투기심'을 언급한다.


무언가의 매매가 가능하고, 시중에 돈이 넘쳐도, '사고싶은 마음'이 없으면 거래가 안된다. 반대로, 매매도 쉽고 돈도 넘치는데, 너도나도 사고싶어 한다면? 웃돈 주고라도 빨리 사고 싶다.




# 비트코인!!


이번 비트코인 급등-급락 상황에서도, 저자가 제시한 '버블의 3가지 요소'를 찾아볼 수 있었다.


먼저 '시장성'이다.


비트코인은 다른 자산 대비 '시장성'이 높다. 부동산을 매수하려면, 다주택 여부, 세금 납부 여부를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거래 수수료, 소득세를 내야 한다. 게다가 부동산과 주식은 아무때나 사고 팔 수 없다.


비트코인은 아니다. 365일, 24시간 내내 시장이 열린다. 언제든지 사고팔 수 있다. 거래 수수료도 낮고, 세금도 안 낸다. 매매가 간편하다.


'돈과 신용'도 넘쳐났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각국 중앙은행들은 돈을 많이 풀었다. 코로나에 따른 경기침체 대응을 위해서였다.


아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추이다. 2020년 연초 2%에 달했던 국채금리가 상반기에 0.5%까지 하락했다. 금리가 낮아지니, 돈이 많이 풀렸다.


미국 국채 금리 추이


이 돈이 '자동차, 음식료' 등 재화•서비스 소비로 이어져 '실물 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다면 베스트였다. 근데, 그게 안 됐다. 풀린 돈은 자산 시장으로도 들어갔다.


아래 그림은 주택 가격 추이다. 한국, 미국 등 OECD 국가의 주택가격이 2020년 초부터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비트코인 시장으로 안 갈 이유가 있는가?


실질 주택 가격 추이 - OECD


'투기 심리'도 촉발됐다. 사람들은 비트코인에서 신비로움을 느꼈고, 매수 심리가 확산됐다. 저자는 아래의 2가지가 충족될 때, '신비로움' 촉발된다고 말한다.


첫째, 기술 자체가 너무나 새롭지만 그에 비해 경제적 영향력은 불확실할 때다. 이는 주식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할 만한 정보가 제한돼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 신기술을 둘러싼 고조된 관심이 언론의 관심으로 이어져 더 많은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경우다.


비트코인은 굉장히 복잡하지만, 너무나도 새롭다. 모두가 비트코인이 세상을 바꾼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의 선두주자, 세상을 바꿀 새로운 화폐. 신비롭다.


게다가 언론에서, 인터넷에서, 옆팀 김 대리가 비트코인으로 하루만에 10% 먹은 이야기가 나온다. 신비로움도 있고, 돈까지 된다. 사고 싶다!


저자는 버블의 3요소로 시장성, 돈과 신용, 투기 심리를 언급했다. 비트코인 폭등 과정에서, 이게 다 있었다.




# 아, 좀 망했네?


그런데, 지금은 다 떨어졌다. 저자는 뭐라고 말할까?


버블이 꺼지는 이유는 뭘까? 한 가지 확실한 원료는 연료 부족이다. 버블자산에 투자할 돈과 신용은 한정돼 있는데, 금리 인상이나 중앙은행의 긴축으로 인해 신용의 양은 줄어들 수 있다.

이는 투기자들이 투자 목적으로 대출 받는 걸 더 어렵게 만들고, 오를 거라 기대한 버블자산을 일찍이 매각하게 만든다.

또, 신용 시장 긴축이 시작되면 대출 받은 돈으로 버블에 투자한 사람들이 대출 상환 만기를 연장할 수 없게 돼, 결국 자산을 팔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올 2분기부터, 인플레이션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인플레이션은 긴축, 즉 금리 인상 우려를 가져왔다. 돈과 신용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모두가 신용 긴축을 예상한다면, 나부터 빨리 파는게 장땡이다.


이와 더불어, 중국, 미국 정부 거래 규제를 추진했다. 비트코인의 '시장성'이 낮아졌다. '돈과 신용'이 줄어들고, '시장성'도 사라지면, 버블의 2가지 기둥이 무너지는 거다. 결국 비트코인은 빠르게 하락했다.





# 버블은 또 생길꺼야!


이 책에서 설명한 버블 형성-붕괴 원인을 토대로 비트코인 사례를 검토해봤다. 얼추 비슷하다. 저자는 누구라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프레임을 제시했다.


이 책은 12개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한 챕터마다 한두개의 역사적 사례를 다룬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버블'은 꾸준했다. 버블이 형성되는 메커니즘은 대부분 비슷하다.


매매가 쉬워지고, 돈이 풀린다. 새로운 무언가가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터질 때도 비슷하다. 돈이 회수되고, 관심이 의심으로 바뀐다. 알고 봤더니, 투자 자산이 돈도 안 되고, 뭣도 없다. 이게 지난 300년꾸준히 발생됐었다.


경제, 투자에 관심있다면 읽어볼만 하다. 버블의 원인를 제시하기에, 정책 결정자라면 '버블 형성 가능성'을 추론해볼 수 있다. 투자자라면, 자신이 어떤 자산에 투자하는 지 좀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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