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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심해의 취미생활 Dec 27. 2021

미국 상무부가 꼽은 올해의 성취

# 재밌는 걸 해보자!


22년부터 새로운 걸 해보려 한다. 미국 백악관, 에너지부, 상무부 보도자료를 보고, 재밌는 건 브런치에 남기려고 한다. 세상 돌아가는 것도 좀 알고, 영어도 좀 더 늘고. 게다가 미국 정부의 보도자료를 직접 남겨보는건 희소성도 있지 않나 싶다.


보도자료는 정부 정책의 방향성과 철학이 집약적으로 서술된다. 국민이 보는 거라, 깊은 고민과 여러 차례의 검수를 거친다. 앞으로 심심할 때는 미국 정부의 보도자료도 좀 볼 계획이다.


다만, 엄청나게 전문적이지는 않을 거다. 쓱쓱 보고, 생각도 대강 남기려고 한다. 미국의 정책 전문가가 아니라, 맥락도 잘 모를수도 있고, 언어의 문제가 있을수도 있다. 그래도 재밌어 보여서 도전해본다.


이번 글은 지난 12월 22일 발표된 상무부 보도자료다. 상무부는 우리로 치면 산업통상자원부다. 우리는 산업통상자원부에 산업, 통상, 자원이 함께 있다. 미국은 산업통상과 자원이 분리되어 있다. 상무부는 산업과 통상을, 에너지부는 자원을 맡는다.



미국 상무부 장관이 꼽은 올해 상무부의 성취 10가지와 내년에 주목할 6가지 정책이다. 우선 이번 글에서는 올해의 성취 10가지만 짚어본다.




# 너네는 뭘 잘했니?


제일 먼저 꼽은 건 바로 통신산업 투자다. 올해 65조 규모의 통신 인프라 확대 예산을 반영시켰다. 5G, 6G 같은 최신형 기술도 포함이다. 다만 그간 소외된 낙후지역의 통신 역량 강화에 중점을 둔 느낌이다.


5G 기술은 말은 많은데, 언제 본격적으로 활용될까 싶다. 메타버스, 사물 인터넷, 스마트 팩토리 등 4차 산업혁명에서 5G 기술이 필수라고 한다. 다만 아직은 먼 미래의 느낌이다. 우리나라도 말만 많지, 아직 투자가 활발하지는 않다.


두번째 성취가 신기하다. 올해 인프라법 통과로 'Minority Business Development Agency'가 영속기관화됐다. 그전에는 임시기관이었나 보다.


얘네는 한국어로 직역하면 '소수자 경영지원청'이다. 이 기관은 흑인, 라틴 등 소수 인종이 운영하는 회사를 돕는다. 인종 기준으로 기업을 지원하다니, 정말 미국적인 기관이다.



호기심에 좀 더 찾아봤다. 그런데 별 게 없어보인다. 연간 예산은 300-400억원대고, 인원도 100명 내외정도인 듯 하다. 세계 최강대국 미국에서 이 정도면 엄청 작다.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기관이랄까?


세번째는 보조금 정책이다. 3조원 규모의 예산을 확보했다. 다만 세부 내용은 불분명하다. 그간 '많이 간과된 노동자와 지역사회를 위한 거'라고 한다. 그런데 그런 곳이 한 두군데인가? 밝히기 싫은 내용이 있나 싶다.


네번째, 이때부터 흥미로워진다. 유럽과의 갈등 요소를 제거했다고 한다. 지난 2018년, 트럼프 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미국산 철강-알루미늄에 보호장벽을 마련했다. 미국은 유럽산 철강,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매겼다. 한국산에는 수출 쿼터를 부과했다.


그 당시 유럽도 미국산 철강, 알루미늄에 10% 보복관세를 매겼다. 이렇게 싸웠는데, 지난 21년 10월, 미국과 유럽은 서로에게 부과한 관세를 없앴다. 이에 대해 상무부는 '외교적 마찰을 제거하고, 보복관세를 막으면서, 수많은 미국인의 일자리와 산업 경쟁력을 지켰다'고 논평했다.



이와 동시에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이 힘을 합쳐 '더러운 중국산 철강' 수입을 제한할 방법을 함께 찾고있다고 언급했다. 중국이라는 더 큰 적과 싸우기 위해 미국과 유럽이 진열을 정비했다.


다섯번째, 이때부터 반도체 이야기가 나온다. 미국 혁신경쟁법의 통과를 성취로 꼽았다. 동법안은 중국 부상에 대응하기 위해 반도체 등 미래기술에 향후 5년간 최소 2000억 달러(200조원) 투자 및 전문 인력 양성과 전문 기관 설립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서 동법안의 내용을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보면 알겠지만, 상무부에 국한된 법안이 아니다.


한국무역협회


국토부, 금융위, 재무부 등 다양한 기관이 관계됐다. 금융위 내용이 재밌다. '중국의 인권탄압 등 행위에 대응할 기존 및 신규 제재의 적극 활용'이다. 중국 인권 문제를 빌미로 미국 달러 인출권 축소, 달러 거래 제한 등 금융 거래 규제의 근거를 마련한 듯 하다.


미국의 다양한 정부 부처가 합심해서 제도를 만들었다. 미국 정부의 일치된 철학이다. 첨단산업을 지키고, 중국을 견제하자.



여섯번째, 이것도 반도체다. 반도체 공급망 조사다. 상무부는 해당 행위를 '자발적 행위'라고 서술하고 있다. 지난 9월, 백악관은 삼성전자, SK 하이닉스, TSMC 등을 모아놓고 반도체 재고량, 주문, 판매 등 경영 정보를 요청했다.


남의 나라 기업을 소집해서 영업 기밀일 수도 있는 정보를 요청했다. 당시 기업들은 많은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상무부는 해당 조치가 자국 반도체 공급 원활화에 기여했다고 자평한다. 우리나라 장관이 구글, 애플을 소집해서 영업 정보 달라고 하면 어땠을까? 뭐가 잘됐어도, 적어도 이걸 홍보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일곱번째 성취는 바로 인도-태평양 경제 틀(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논의의 시작이다. 올해부터 시작된 아젠다이다. 상무부는 한국, 일본 등 인도-태평양 주요국들과 함께 디지털 경제, 공급망, 인프라 등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타겟은 중국인 듯 하다. 인도-태평양 지역 일인자인 중국이 빠졌다. 핵심은 중국 팽창 견제, 해당 지역내 미국 주도의 공동체-담론 구축이지 않을까 싶다. 아직 일반 사람에게는 낯선 개념이다.



인도-태평양에서는 이걸 했고, 유럽과도 새로운 걸 한다.


여덟번째로는, 미국/유럽 무역기술 위원회(US/EU Trade and Technology Council)의 출범이다. 미국과 유럽간 디지털 협력을 논의하는 장이라고 한다. 그런데 해당 논의에 대한 서술이 의미심장하다.


해당 논의는 '민주주의, 개인적 권리, 시장 기반 성장'이라는 '공유되고 합의된 가치'를 기반으로 한다고 한다. 아마 여기서 미국 IT 기업을 필두로 '글로벌 IT 기술 표준'을 논의하지 않을까. 당연히 중국은 빠졌다. 중국은 본인들만의 표준을 따로 만들 거다. 세계는 기술적으로도 양분된다.


과학 기술도 민주주의, 인권 등 기본적인 사회적 가치에 대하여 유사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논의하는 시대가 왔다.


아홉번째 성취는 바로 사이버 보안 제품에 대한 수출 제한조치다. 상무부는 일부 중국, 러시아 기업에 대한 자국 IT 제품의 수출을 제한했다. 그리고 해당 조치가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을 방지했다고 자평한다.


최근 중국, 러시아 등 독재국가의 사이버 공격이 서구 사회의 주요 담론이 됐다. 국가간 경쟁이 디지털 세계까지 확장됐다는 거다. 중국, 러시아가 타국을 해킹하고, 미국 등 서양 국가도 해킹한다. 서로 싸운다. 다만 서양 국가가 공격 포인트로 삼는 게 있다. 바로 '국가-기업간 결탁'이다.



서구 사회는 중국, 러시아의 행동이 국가 안보 차원에 국한되는게 아니라고 말한다. 국가가 주도해서 '다른 나라의 기업'을 해킹하고, 이걸 자국의 기업에 준다는 거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안착된 사회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하여간 이제 디지털 세상에서도 대놓고 싸운다.


앞으로 수년 내에 사이버 보안은 더욱 중요해질 거다. 산업, 안보, 모든 측면에서 중요해진다. 보안 차원도 단순한 방어에서 벗어나서, 공격 지점을 보복-괴멸하는 적극적 행동까지 포함할 거다.


좀 다른 말인데, 디지털화는 블록체인 기술을 더욱 가속화하지 않을까 싶다. 서양애들이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에 열광하는 철학적 배경에는 '그 누구도 터치할 수 없는 나만의 정보에 대한 열망'이 있다. 우리라고 다를까?


열번째 성취는 인구조사 완료다. 다른 것과 같은 정도의 중요성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어쨌든 얘네들은 이걸 꼽았다. 이 나라는 상무부 산하에 통계국이 있다. 우리나라는 기획재정부 산하에 통계청이 있다.




# 반도체, 디지털, 장벽


원래 보도자료는 중요한 걸 앞에 쓴다. 많은 글쓰기가 그렇다. 앞 내용보다 덜 중요하거나, 덜 강조하고 싶은 걸 뒤에 쓴다.


내가 생각하기에 미국 상부무의 10가지 성취 중 핵심은 뒷부분이다. 반도체로 대표되는 자국 첨단 산업 육성, 동맹국을 끌어들이면서 구축하는 경제 담론과 공동체, 그리고 디지털 경제의 패권 확보다.


'아군과 적군' 구분에 활용되는 도구도 눈에 띈다. 중국을 배제한 '인도-태평양 경제 틀', '미국/유럽 기술위원회' 설립이 대표적이다. 모두가 아닌 일부가 참여해서 따로 놀고, 자기만의 기술, 표준, 경제, 담론을 만든다. '나와 너'가 생긴다.


'민주주의와 인권' 담론도 다시 호명된다. 중국은 결코 자신있게 민주주의와 인권을 말할 수 없다. 서양은 이걸 자꾸 건드린다. 중국의 아픈 지점이다. 그리고 이걸 자꾸 언급할수록, 서로간의 간극은 벌어진다.


지들끼리 계속 싸운다. 그건 상관없다. 근데 이게 우리한테 도움이 안 될 것 같다. 자꾸 누구 편이냐 묻는다. 자꾸 쟤네하고 놀지 말라고 한다. 자꾸 쟤네한테 물건 팔지 말라고 한다.


귀찮으면 무시하면 된다. 중국이 그러고 있다. 근데 우리는 작은 나라다. 그럴 수가 없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한다. 상무부가 본인들이 잘했다고 써놓은 10가지 성취는, 우리에게 큰 고민을 준다.


그런데 22년에 해야할 6가지 우선순위 과제를 보면, 더 골때린다. 이건 다음 글에서 써본다.


21년의 성취 - 상무부 보도자료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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