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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는 왜 그렇게 비쌀까? - 책 리뷰

치과 원장님의 진료 수난기 : 「임플란트 전쟁」

by 심심해의 취미생활

# 치과의 기억


치과는 썩 기분좋은 곳이 아니다.

잇몸에 박히는 마취 주사, 이를 갈아버리는 드릴, 신경을 긁어내는 핀셋, 날카로운 기계 소리.


부모님의 지인분이 치과에서 일하셔서 따뜻한 환영과 세심한 진료를 받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치과는 가기 싫은 곳이다.


들어가는 돈도 한두푼이 아니다.

신경치료에 수십만원, 임플란트에 수백만원이 든다.


치과를 다녀오면, 어렸을 때는 부모님의 지갑을 털었다는 죄송함, 자립한 후에는 가벼워진 통장의 허무함을 느낀다.

비싸다 비싸.


근데 치과는 왜 비쌀까?

「임플란트 전쟁」은 이렇게 말한다.

"치과의사들의 담합 때문에 비싸다."


저자인 고광욱씨는 저렴한 진료를 내세우는 '유디치과'의 원장이다.


개원 초기부터 저렴한 가격으로 환자를 봤던 그.

하지만 '저렴한 진료'는 쉽지 않았다.

다른 치과들의 집요한 방해가 뒤따랐다.


그 경험을 토대로 저자는 체험 소설인 「임플란트 전쟁」을 썼다.

이제 우리 의사선생님이 겪은 일을 알아보자.


# 진료비 가이드라인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개원한 그.

개원 초기, 지역의사협회로부터 문서를 받았다.

지역 치과들의 진료비가 적힌 문서였다.


이런 식이다.

스케일링 - X만원 / 골드 인레이 - X만원

골드 크라운 - X만원 / 임플란트 - X만원

지역 치과들 진료비 가이드라인인 것.

진료비를 자기네들끼리 '담합'하고 있으니,

따라야한다는 간접적인 메시지였다.


의사모임에 초대도 받았다.

모임에서 저자는 다른 의사들과 얘기를 나눴단다.


근데 자기가 이걸 왜 따라야하는지, 재료 원가보다 왜 이정도로 많이 받아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단다.


그래서 그냥 다른 곳보다 싼 가격으로 치료를 했다.

가이드라인을 씹고 지 멋대로 행동한 것이다.

담합을 거부한 것.


남들 하는대로 하면, 돈도 더 잘 벌고 편했을텐데.

제일 피곤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납득시키지 않고 못 배기는 사람이다. 아마 저자가 이 유형이겠지.


어쨌든 담합을 거부한 그는 여러 역경을 마주한다.

다른 치과로부터 그가 받은 역경을 살펴보자.


# 저렴한 진료비의 대가


그가 마주한 역경은 좀 골때린다.


사견이지만 그는 역경을 어려움보다는

그가 이겨내야할 미션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사명감이랄까, 소명이랄까.

뭣땜에 그랬을까?

서울대 치대 나왔으니 편하게 살 수 있었을텐데.


어쨌든, 치과의사협회가 그에게 준 역경은 바로...


첫째, 공권력을 이용한 방해


원래 환자는 처방전 두 개를 받아야 한단다.

본인 보관 하나, 약국용 하나.

난 맨날 한 개만 받았는데. 대부분 하나만 준다.

저자의 병원도 한 개 씩만 줬다.

근데 누군가 구청에 민원 제기했다.


스케일링은 의사만이 해야 한단다.

근데 치위생사가 좀 도와주지 않나?

난 그랬던 것 같다. 대부분 그런것 같다.

저자의 병원도 그랬다.

이것도 민원이 들어갔다.


병원에 공무원이 왔다갔다 한다.

행정지도도 받고.

병원에 있는 사람들은 위축된다.

저자의 치과에서만 이런 일이 일어난다.

누가 민원을 자꾸 넣는거야?


둘째, 의료기기 수급 방해


민원은 유치해보였지만, 이건 좀 빡세다.


치과협회차원에서 의료기기 업체를 압박한다.

‘그 치과’에 더 이상 장비 공급을 하지 말라고.


의사 몸뚱이 하나로는 치과 치료 못한다.

임플란트, 크라운, 레진 등

재료들이 없으면 누굴 어떻게 치료하나.


이쯤되면 이제, 웃음기 싹 가시게 된다.

치과의 지속적 운영에 어려움이 생긴다.

한 개인이 수십년의 노력 끝에 열었던 일터가

황폐화되는 시간이다.


셋째, 인력 수급 방해


의사 혼자 일하기 힘들다.


잘 생각해보면, 항상 간호사 두 분이 붙었다.

바쁜 경우라도 최소한 한 분은 있었다.

석션 해야지, 도구 넘겨줘야지, 불빛 조정해야지.


근데 ‘그 치과’ 간호사에게 압력이 들어간다.

계속 거기서 일하면 나중에 이직 안 받겠다고.

른 병원의 지인을 통해 압박이 들어온다.


구직 통로도 막았다.

치과인력 구직 사이트의 접근권을 차단한 것.

신규 인력 고용은 엄청나게 려워졌다.


기존에 일하던 사람은 겁줘서 나가게하고,

새롭게 사람 뽑을 기회는 막는다.

이것도 심각하다.


마지막, 부정적루머 확산


'덤핑치과'

'그 치과'에 덧씌우려는 이미지다.


돈에 눈이 멀어서 진료를 박리다매식으로 한다는 것. 사람의 몸은 신중하게 봐야 하는데,

싼 가격으로 대충대충 본다는 거다.

의사가 아닌 장사꾼이라는 거다.


이런 이미지를 언론이나 미디어에 뿌렸다.

의사선생님들이 프레임도 제법 잘 짠다.


소설 속에서 치과의사협회는 담합에 참여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이런 행위를 했다.

명백한 불법이다. 영업방해다.

소설에서 그들은 처벌받는다.


그럼 우리가 발딛고 있는 현실은 어떨까?


# 공정위 결과


‘치과 + 공정위’로 구글링해봤다.

오, 수두룩하게 나온다.

담합 행위, 영업 방해 내용 찾는게 어렵지 않다.


2019년 5월 14일의 일이다.

충주시 치과의사회가 임플란트 최저수가를 지역 치과에 강요한 행위로 공정위 제재를 받았다.


2012년 5월의 일이다.

유디치과(저자의 치과) 영업방해대한치과의사협회가 공정위 과징금을 받았다.


그 이유는 (1)치과 기자재 업체에 유디치과 공급 자제 압박, (2)유디치과 구인구직 광고를 실은 치과 전문지의 협회 출입·취재 거부 등이다.


소설에 나왔던 의료기기 공급,

인력 수급 방해가 실제로 있었나보다.


아, '덤핑치과'도 구글링하면 수두룩하게 나온다.


대한치과의사협회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공정위의 처분을 볼 때,

소설이 완전 뻥은 아닌가보다.


# 책 읽은 후의 짧은 생각


(1) 부럽다, 너의 능력


이 책은 소설이다.

근데 사실에 가까운 느낌이다.

작가의 분신그가 겪은 일을 묘사한다.


그러니까 재밌게 쓱쓱 읽히고, 파워풀 하다.

만약 논문식으로 썻다면, 안 읽었을 것 같다.

신문에 이미 다 나와있는데 뭐.

영업방해, 담합 사례는 충분히 많다.


근데 소설 형실이라 그런지, 작가가 느낀 비참함, 억울함이 잘 전달됐다.

객관적인 사실만을 묘사해야 하는 논문식 글쓰기는 이걸 전달할 수 없었을 거다.


참신한 메세지 전달 방법을 배웠다.

머리 좋은 의사선생님이라 그런지 글도 잘 쓰신다.


세상에는 참 잘난 사람들이 많다.

언젠가는 나도, 이런 재밌는 글을 써보고 싶다.


2. 일부 의사들과 나


치과의사들의 익명게시판.

거기에는해야 환자와 직원의 명단이 돌아다닌다고 한다.

자와 직원들의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것.

실제로 언론에도 보도됐다.


되게 상세하게, A 환자는 억세고 가난해서 피해야되고, B 직원은 기가세고 드세서 피해야되고, 뭐 이렇게 적혀있었다고 한다.


일부 의사들의 행태라고 생각한다.

다만 좀 씁쓸했다.


돈도 많고, 여유도 많을 테다.

어디가면 선생님이라대접받을거다.

근데 뭐가 그렇게 화가나서 이런걸 만들까.

이걸 만드는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황폐할까.

인간이란 알 수 없는 존재다.


저들이라고 본성이 나빠서 그렇게 됐을까.

어쩌다보니 저런걸 만들고 있었을 거다.


저렇게 살지는 말아야지.

누군가를 저정도로 미워하거나 무시하는 건, 되게 피곤하고 힘든 삶이다.

피곤하고 힘들게 살지는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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