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심해의 취미생활 Jun 05. 2019

이수만씨와 내부거래?

조세피난처 분석 : 「국가의 잃어버린 부」, 가브리엘 주크먼

# 이수만의 내부거래 의혹

  

SM엔터테인먼트는 기존의 음악 시장을 거대한 산업으로 바꾼 입지전적인 기업이다.


그 전에는 아티스트 스스로가 성장했다면, SM은 키워낼 아티스트를 미리 기획하고 이에 필요한 사람과 자본을 동원한다.

SM 등장 이후 YG, JYP등 SM을 모방한 많은 기획사가 나왔다.


이수만은 SM을 진두지휘한 혁신 기업인이다.

문화 산업 교과서가 있다면, 단군 할아버지 같은 위치가 아닐까?


그런데 얼마전, 이수만의 부당 내부거래 의혹이 제기됐다.

한국경제신문이 보도한건데, 내용은 이렇다.


(1) 라이크 기획이라는 이수만 개인 회사가 있다.

(2) 음악 자문료 등을 명목으로 SM에서 이수만 개인 회사로 10년간 816억원이 빠져나갔다.

(관련기사 : https://www.hankyung.com/entertainment/article/2019052977684)


이 의혹에 대해 SM은 입장문을 냈다.


(1) SM과 라이크 기획은 필요한 거래를 했다.

(2) 음악 자문료 등의 서비스 가격은 공정하다.

(관련기사 : https://www.mk.co.kr/star/hot-issues/view/2019/05/365325/)


# 아마추어 이수만?


아직 팩트가 나오지 않았다.

관련 기관이 판단할 문제다.


그런데 만약 이수만씨가 내부 거래로 부를 축적하려고 했다면, 더 나은 방안이 있었다.

세계적인 거부들도 종종 쓰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썼으면, 언론의 의혹 제기가 쉽지 않았을거다.


그 방법은 바로, 조세피난처를 이용하는 거다.

경제학자인 가브리엘 주크만의 저서, <국가의 잃어버린 부>에 그 활용법이 나와 있다.



# 조세피난처?


(1) 어디지?


조세피난처란 글자 그대로, 납세의 의무를 피하고자 이용하는 곳이다.


피난이라고 하니, 범죄·전쟁으로부터 탈출하는 것 같다.

탈세처, 조세회피처 이런게 더 적절하지 않나.


버뮤다, 룩셈부르크, 파나마 등이 주요 조세피난처이다.


개인에게 매기는 세금(소득세)과 기업에게 매기는 세금(법인세)이 0%에 가깝다고 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돈의 규모와 출처 등을 비밀로 간직해준다.


(2) 어떻게 이용하는데?


첫째, 조세피난처에 유령 회사 설립


당신이 본사인 A회사의 회장이라 치자.

A회사는 주식회사다.


가족회사 정도 규모라면 회삿돈을 내 돈인양 가져가가 쉽지만, 주식회사 정도되면 주주들도 있기에 마음대로 돈 빼갈 수 없다.


그런데 당신이 과거처럼, 회삿돈을 내 돈인양 좀 써보고 싶다면?


그럼 조세피난처에 당신 명의의 유령회사를 만들면 된다.


둘째, 본사와 유령회사와 거래


바보도 아니고, 본사 돈을 무작정 유령회사로 옮기면 탈난다.

시대가 어느땐데.


대신 거래를 맺는 거다.

유령회사가 법률·경영 컨설팅을 했다고 하고 본사는 자문료를 유령회사로 주는 거다.

자문 받는걸 일일이 감시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컨설팅과 같은 무형의 서비스는 '정당한 가격'을 매기기 어려운 법이다.

뻥튀기도 쉽다.


유령회사가 있는 조세피난처는, 세금을 잘 거둬가지 않는다.

유령회사에는 차곡차곡 돈이 쌓인다.

국세청이 유령 회사를 감독하기도 어렵다.

엄연히 남의 나라에 있는 회사인데다, 정보를 주려고도 안하는걸.


주주들의 소유인 주식회사에서 개인의 소유인 유령회사로, 드러나기 어려운 방법을 통해 돈이 움직인다.


(3) 조세피난처 응용 방법


개인적 부 축적 외에도, 다양한 유령회사 활용법이 있다.


유령회사로부터 재화·서비스를 구매하자.

그것도 꽤 높은 가격으로.

본사의 사업 비용은 증가하고, 순이익은 감소한다.

한국에서 법인세를 덜 내도 된다.


이 외에도 다양한 방법이 책에 나와있다.

머리 좋으면 이런 생각도 하는구나, 감탄하고 싶으면 꼭 읽어보라.


# 문제의 심각성?


(1) 규모


조세정의 네트워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 3위의 조세피난처 이용국가다.


’10년 기준으로, 779조원의 자산이 그 곳에 있다고 추정된다.

’19년도 정부 예산 470조원보다 훨씬 많다.


저자에 따르면 2013년도 기준, 7,600조의 자산이 조세피난처에 있다고 한다.

전 세계 가계 금융 자산의 8% 규모다.


나 같은 보통사람은 해당이 없고, 몇천억원대의 슈퍼리치들의 이야기다.


(2) 대안은?


저자는 세계적 차원의 자산 등기부 작성과 조세피난처의 은행과 타국간 정보교환 의무화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책에 더 구체적으로 나와있다.


# 짧은 생각


(1) 언론


언론은 참 무섭다.

사람들은 처음에 보도된 내용으로 인식한다.

이수만씨가 실제로 부당한 내부거래를 했는지는

추후에 밝혀질 일이다.


다만 사람들의 머릿속에, 이수만씨의 부당거래는 꽤 오래 각인 될 것이다.

정보가 넘쳐나고 너도나도 바쁘고 모든게 귀찮은 이 사회에서, ‘의혹제기’는 사실로 자리매김하고

‘정정보도’는 공허한 뒷말에 불과하다.


언론사는 의도적으로 왜곡된 기사를 쓴 기자에 대한 처벌이나 징계를 제대로 하나?


(2) 할꺼면 제대로


“할꺼면 제대로 하고, 안할꺼면 그냥 하지마”

어릴 때부터 많이 들어왔던 말이다.


이수만씨 기사를 보고 처음 든 생각은, “빼돌릴꺼면 제대로 하지 기자한테도 걸릴 방법을 쓰고있어?”였다.


만약 이수만씨가 정말로 부당한 거래를 했고, 내가 만약 SM엔터테인먼트의 CFO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때려치웠을까, 아니면 깔끔하게 일처리를 했을까?


때려치워야 맞겠지만, 당장 나한테 빚이 어마어마하고, 딸린 식구들도 많다면?

하여간 세상은 어렵다.


그래도 만약 잘못했다면, 벌은 제대로 받아야지?

그래야 올바르고 살만한 세상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치과는 왜 그렇게 비쌀까? - 책 리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