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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심해의 취미생활 Jun 12. 2019

공항으로의 회황, 회사로의 복귀

땅콩회항으로 뒤바뀐 인생 : 「플라이백」, 박창진

# 우연히 만난 책과 기사


엊그제(6/10) 우연히 기사 하나를 봤다.

한진그룹 조현민씨가 경영에 복귀한다는 것.

그리고 조현아씨도 곧 돌아올 것 같다는 것.


언론에서 떡밥을 뿌린다는 건, 회사 홍보팀이 정보를 줬다는 거다.

그들이 진짜 돌아오는구나 싶었다.

그런가보다 했다.

솔직한 말로, 언젠가 다시 돌아온다는 거

다 알고 있지 않았나?


책 빌리려고 도서관에 갔다.

한번에 7권까지 빌릴 수 있는데, 마지막으로 고른 책이 이거다.

비행기 타고 놀다와서일까?

FLY BACK이라는 글자가 확 들어왔다.

‘땅콩회항’ 사건의 주인공인 박창진씨의 책.

우연히 마주치게 됐다.



# 무슨 책이고 무슨 내용인데?


그가 자신의 경험을 써낸 책이다.

‘땅콩회항’을 기점으로 세 부분으로 나뉜다.

<1> 땅콩회항 전 본인의 회사생활

<2> 땅콩회항 당시의 상황과 복귀 후 회사생활

<3> 노조 설립 등 권리 회복을 위한 투쟁


회사에서 인정받았던 직원이

어쩌다 ‘땅콩회항’이라는 폭풍우에 휘말렸고, 내부 고발자라는 낙인으로 고통 받았는지, 그리고 극복 과정은 어땠는지 적혀있다.


# 어쩌다가 땅콩갑질을 당하셨어요...


일을 잘하다 보니 그녀를 마주하게 됐다.

팀장 박창진.

300여개 팀 중 5등(’12), 15등(’13)을 할 정도로, 그는 능력 있었다.

평판도 좋았다고 한다.


땅콩회항 한달 전, 베트남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였다.

한 승객이 그의 서비스에 감동했나보다.

본사에 감사편지를 손수 써 보냈다.

그게 결정타였다.


조현아씨의 뉴욕발 인천행 비행기.

VIP를 탑승하니, '에이스'가 수행해야 했다.

평소 능력도 인정받았고, 최근 감사편지까 받았던 박창진 팀장.

VIP를 수행하는 영광스런 자리에 뽑혔다.

세상일은 아무도 모른다.


12월의 J.F 케네디 공항.

조현아씨는 승무원 K씨를 호되게 질책한다.

말이 호되게 질책하는 거지, 무릎 꿇리고 멱살 잡고 밀면서 폭언까지 한 것.

승무원은 도대체 무슨 잘못을 저지른걸까?

마카다미아를 봉지 째 통으로 준 것이 그녀의 잘못.


이걸 까줬으면, 인생은 달라졌을까?

조씨가 너그러이 이해해서

손수 까먹으면 좋았겠지만 참을 수가 없었나보다.

조씨는 승무원을 갈구는 한편, 총 책임자인 사무장 박창진씨를 불렀다.

그리고 이 방식이 메뉴얼에 맞는건지 계속 물었다.

물론 메뉴얼대로 서비스한 게 맞다.


본인보다 나이도 많은, 71년생 팀장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무릎 꿇리고 갈구는 그녀.

비행기가 택시인 양, 이륙 직전의 비행기를 공항으로 돌리고 사무장을 내리게 한다.


# 땅콩회항 이후에는?


헛웃음을 유발하는 이 사건은, 문명을 갖춘 많은 나라에서 이슈화됐고, 국토부·검찰 등 관계 기관의 조사가 시작됐다.


만약 조씨가 사무장에게 진심이 담긴 미안함을 전했으면, 이후의 전개양상은 달라졌을 수 있다.


그런데 회사는 사무장에게 거짓 내용 진술을 유도했다고 한다.

조씨의 갑질은 축소하고, 사무장과 승무원이 실수 했다고 말하도록 한 것.


사무장 박창진씨는 참을 수 없었다.

20년 넘게 열심히 다닌 회사다.

실수도 있었지만, 많이 노력했고 인정도 받았다.

그런데 별 말같지도 않은 이유로 무릎 꿇리고 지저분한 소리를 들었는데 거짓 진술까지 강요하다니.


그는 ‘인간성’을 되찾고자, 언론에 제보하고 미디어에 출연했다.

회사를 그만두고도 싶었지만 피해자가 숨고 도망가는 선례를 만들면 안되겠다 싶어, 당당하게 회사를 다니기로 마음먹었다.


내부고발 사례가 대부분 그렇듯, 그는 회사에서 '혐오스러운 사람'이 됐다.

밥 같이 먹을 사람 찾기 힘들고, 수십년 후배가 그에게 하대한다.

그가 가는 곳엔 웃음이 멈추고 적막감이 흐른다.

팀장이었던 그는 팀원으로 강등됐고, 화장실 청소와 같은 신규 직원의 업무를 맡게됐다.


이걸 버틴 그가 대단하다.


# 항공사 공동 집회, 그리고 노조



언젠간 터지는게 맞는 거였나?

대한항공 직원들이 참여한 익명 카톡방에 총수 일가의 뻘짓이 제보되기 시작했다.

수 천명이 참여한 그 카톡방은 불이 났다.


참다 못한 직원들은 집회에 나서게 됐고, 세상은 이들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I LOVE KAL이라고 써진 피켓.

내 청춘을 바쳐 일했던 회사가 개판 오분전 일 때, 얼마나 많이 가슴이 아플까?


직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새로운 노조를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고, 박창진씨는 여기에 앞장서고 있.


# 피해자 박창진


같은 직장인으로서 되게 짠했다.

당당하게, 열심히 했던 그.


그런데 어느날, 말도 안되는 이유로 엄청난 모욕을 받고 사람 취급도 못받게 됐다.

수십년간 쌓아올린 ‘박창진’이라는 이름이 쓰레기 취급받게 됐다.

스트레스로 우울증·공황장애·종양까지 겪었다.

그가 뭘 얼마나 잘못했다고.


나는 내가 목표했던 회사에 왔다.

해보고 싶었던 업무도 맡았다.

뉴스에서 봤던 일을 내가 담당한다는 걸 알았을 때, 난 정말 기뻤고 당당했다.


만약 20년 정도 열심히 일한 결과가 모욕당하고 강등 당하는거라면, 난 정말 슬플 것 같다.

누구에게 해 끼치고자 한것도 아니고, 당당하게 인간답게 살고자한 결과가 그거라면.

같은 직장인으로서, 안타깝고 짠했다.


그렇지만 마냥 그를 동정하기도 뭐한게, 그는 현재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처지도 받아들이고 있다.

동정보다 격려가 그에게 더 적합하지 않나 싶다.


한 사람이 그 정도의 나락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일어나기는 절대 쉽지 않다.

20년 사회생활 선배인 한 사람이 짠하기도 하고 멋져보이기도 했다.


# VIP의 복귀


조현민씨가 경영에 복귀한다고 한다.

조현아씨도  경영 복귀가 유력하다고 한다.

재벌은 불사조다.

VIP들과 일하게 될 직원들....


1년 전, 한 중견기업에 방문했다.

규모도 꽤 커서, 그룹사 체제로 운영중이었다.

프로토콜에 따라 회사 소개가 시작됐고, 늘 그렇듯 창업주 스토리가 꽤 비중 있게 다뤄졌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웠던 건, 회사 사장들의 성이 다 달랐던 것.

김,이,박,최 등등..


거기 상무님에게 "왜 성이 다 다릅니까? 회장님은 자제분이 없으신지요"라고 물었다.

그는 “우리 회장님은 전문 CEO 체제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하며, "회사에 딸린 식구가 많으니 능력있는 경영자가 경영하는 것이 맞다는 회장님의 생각"이라고

자부심이 넘치게 말했다.


대한항공, 진에어.

조씨자제분들만의 왕국이 아니다.

그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의 가족이 있다.


‘조’라는 성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이유로, 수많은 사람들의 하루하루를 좌지우지 한다.

잘하면 다행인데, 회사에 피해만 끼친다면?


항공운수업이 정부 인·허가를 받는 독·과점 산업이라고 해도, CEO는 정말 중요하다.


CEO는 본인 인생만 책임지는게 아니라 회사의 노동자와 가족, 나아가 주주까지 고려해야 하는 막중한 자리다.

경영을 잘하는 사람이 와야 한다.

대한항공과 진에어가 잘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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