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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심해의 취미생활 Jun 14. 2019

대학 병원의 3분 진료, 의사 문제라고?

의사 출신 기자의 한국 의료 제도 분석 : 「개념의료」, 박재영

# 1시간 대기하고 3분 진료


대학 병원에는 아픈 사람 넘친다.

또 병원 특유의 냄새가 있는데, 기분 좋은 냄새 아니다.

첨단 기기와 고급 유리 포장되어 있지만, 병원은 어쨌든 슬픈 곳이다.


가끔열받을때도 있는데, 1시간을 기다렸음에도 정의사와 3분만 이야기하고 나오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절반 이상이 13분 이상)


이게 내 개인적인 에피소드라면, 나의 불운을 탓해야하겠지만, 구글에 '3분 진료'로 검색하면 1,400만개가 뜬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로 느끼보다.


전국의 의사가 진료 시간을 담합하지 않았을 테고, 환자를 대충 보려고하지도 않을 거다.

나는 프라이드 가지고 일하는 사람을 믿는다.

생각해보면 아마 그들도 쪼이지 않을까.

내가 1시간 기다렸다는 건, 그들 1시간 동안 진료했다는 거다.

내가 끝이 아닐테고.

그들은 계속 일하고 있다.


이쯤 되면 시스템을 봐야 한다.

우리는 어떤 의료 시스템에 살고 있을까?

의사출신 저널리스트 박재영씨의 책 「개념의료」는

쉽고, 재미있게 우리 시스템을 보여준다.


# 한국의 의료 시스템


<1> 나도 쪼여요


대학병원 의사도 결국 월급쟁이다.

조직의 규칙을 따라야 한다.

승진·연봉 등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원한다면,

 그래야 한다.


대학병원의 경영진은 돈을 벌어야 한다.

따라서 의사에게 말한다.

환자 진료를 더 많이 보는 의사에게, 더 좋은 평가를 주겠다고.


대학병원 의사도, 직의 평가 기준에 쪼인다.

더 많은 환자 진료가 평가 기준이면, 진료 시간은 짧아질 수 밖에 없다.

하루는 24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병원 경영진이 바보가 아니다.

한자들의 불만을 알고 있다.

이게 병원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안다.

근데 왜 계속 이럴까?

왜 한국만 ‘3분’이냐는 거다.

그들도 나름의 사정을 거다.


<2> 당연지정제와 수가제


한국에 있는 모든 의료 기관은 건강보험 적용기관으로 지정된다.

이를 ‘당연지정제’라고 한다.

동네 이비인후과부터 1등 대학병원까지,

예외는 없다.


건강보험 적용기관이 되면, 의료수가제가 적용이 된다.

즉, 한국에 있는 모든 의료 기관은 의료수가제가 적용되고 있다.

의료수가 의료 행위의 가격이다.


우리나라는 국가에서 의료수가를 결정한다.

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이 결정한다.

맹장 수술 등 의료행위의 가격을 국가가 결정한다.

병원이 수술하 자료를 보내면, 건보는 병원에 수가를 지급한다.


저자는 3분 진료의 원인이 여기에 있다고 한다.

‘의료수가’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는 것.


병원을 굴리려면 돈이 필요하다.

의사·간호사 월급, 의료장비 구매 등.

문제는 의료수가가 OECD 평균의 37%에 불과해서 환자를 많이 진료하지 않으면, 병원 경영이 어렵다는 거다.

(http://www.mediwelfare.com/news/articleView.html?idxno=99)


가격 결정권이 없고, 그 가도 상대적으로 낮다고 판단이 들면, 답은 하나다.


제한된 시간 안에 더 많이 팔아야 한다.

그 결과가 바로 ‘3분 진료’로 대표되는 의료 서비스의 박리다매 방식이다.


<3> 왜 꼭 박리다매여야 하나?


왜 우리나라의 의료수가는 낮게 책정됐을까?

답은 간단하다.

국민건강보험에 쌓인 돈이 충분하지 않으니까.

그러면 왜 충분하지 않을까?

시민들이 보험료를 많이 부담하지 않고 있어서다.


어디가서 훔쳐올 수없는 노릇이고, 시민들이 낸 보험료 의료수가를 결정한다.

그런데 우리가 국가에 내는 건강보험료는,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


2014년, 독일·프랑스·일본의 건강보험료율은

16%, 14%, 10%인데 반해, 한국은 6%에 불과하다.


돈을 적게 내니, 의료수가는 낮게 책정되고, 의료서비스의 퀄리티 하락한다.


뭐 어쩌겠나, 내 주위에도 건강보험료 오른다고 하면 불만부터 토로하는 사람이 많다.

정치인은 건강보험료 올리자고 말하기 힘들다.

미쳤나? 듣기 싫은 소리했다가 선거 떨어지게.


<4> 아니 근데, AIA 암보험은 또 뭐야?


건강보험료는 국가가 강제로 거둬간다.

그런데 뭔 놈의 암보험 광고그렇게 많.

국민건강보험 제도가 있다며?


앞서 말했, 국민건강보험에 돈이 없다.

모든 질병보장해주지 못한다.

그리고 모든 치료법을 보장해주지도 않는다.

개인이 알아서 대처해야 한다.


 걸리면, 수술 외에도 돈이 계속 들어간다.

주사 맞, MRI 찍지, 입원하지.

근데 건강보험 재원에 한계가 있으니, 지원해주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생긴다.

이를 암보험 등으로 따로 대비하는 현실이다.


개인 입장에서 보면 보험료는 계속 나간다.

다만 그 돈이 국가로 가느냐 혹은 민간 보험회사로 가느냐의 차이다.


3. ‘한국형 의료복지’에 대한 고찰


# 꽤 성공한, 그러나 보완할 점이 있는


OECD 국민 건강 수준 5위, 수명·영아사망률·의료 접근성 등 주요 보건 지표도 OECD 평균을 상회한다.

UN 인정한 꽤 모범적인 국가.


괜찮은 제도를 잘 만들어 쓰고 있.

선진국 100년 이상 제도를 개선해왔다.

우리 건강보험은 40년 정도밖에 안된다.

문제점을 계속 보완해나가야 한다는 것.


결국 돈이다.

우리는 낮은 보험료-낮은 의료수가 체제.

흥미로운 점은, 국가에 내는 보험료는 낮지만

민간 보험회사에 보험료를 납부한다는 거다.


민간보험이 악이 아니다.

개인이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선택한다는 점에서,

소비자 효용에 기여한다.


다만 전반적인 의료서비스의 햠상을 위해서는, 건강보험료를 올리고, 의료수가를 높이는 한편, 건강보험 적용 항목을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

MRI에도 보험이 적용되면 부담은 낮아진다.


계속 보완해나가면 된다.

미래는 어쨌든 나아질 거다.


# 전문 지식이 있으니 어딜 가도


 책의 저자는 연대 의대를 나온 후, 의료 전문 저널리스트가 됐다.


전문 지식활용해 아예 다른 분야로 진출한 것.

전문성이 있으면, 다른 곳에서도 빛날 수 있다.

근데 전문성이라는게 참 모호하다.


의사는 의사라는 라이센스가 있는데, 나는 뭐 특별한 라이센스가 없다.

해외 유수대학의 박사학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전문가 시그널을 보낼 수단이 딱히 없다.


물론 내가 30년도 살지 않은 상태에서, 전문성 운운하는게 욕심일 수는 있다만...

나는 어떤 분야에서 어떤 경로를 밟고 있을까?


세상에재밌는 일이 많다.

재밌게 살자 재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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