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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심해의 취미생활 Aug 24. 2019

우리는 미세먼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환경 전문가의 미세먼지 이야기 : 「공기파는 사회에 반대한다」 - 장재연

I. 미세먼지에 대한 높은 관심


봄과 겨울만 되면, 미세먼지로 시끄럽다.

밖에 나가면 건강에 안 좋을 거라는 두려움과

실내에만 있어야 한다는 갑갑함은, 하루 종일 기분을 잡치게 만든다.

나만 이런게 아니다.


’16년도에 나온 의료정책연구소 연구 결과다.

우리 국민은 미세먼지를 공정보건의 여러 위험 요소 중 가장 두렵고 위험한 것으로 꼽았다.

흡연·음주·정신질환·심혈관질환을 제꼈다.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국민의 공중보건 위험인식 조사와 정책 활용 방안에 대한 기반연구 - 의료정책연구소('16) 재구성


위험 인식과 두려움이 커지니,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 자체가 높아졌다.

뉴스와 미디어에서는 재난이라도 일어난 듯

중국발 미세먼지라는 원인 분석부터

마스크 착용·공기청정기 설치라는 대응 방법까지, 종일 심각하게 다룬다.


그런데 이 책은 그간의 미세먼지 담론과는 조금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저자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미세먼지 전문가.

이 책은 이렇게 생겼다.



그는 세간의 인식과는 조금은 맥락이 다른, 2가지 주장을 증명해나간다.

(1) 미세먼지 문제는 악화되지 않았다.

오히려 개선되어 왔다.

(2) 중국으로부터 영향을 받는건 확실하다.

그렇지만 모든 문제가 그들 때문만은 아니다.


꽤나 흥미로운 주장이었고, 미있고 쉽게 써있어서 금방 읽었다.

미세먼지에 관심 있다면 읽어봄직 하다.

저자는 뭐라고 말할까?




II. 공기파는 사회에 반대한다


1. 미세먼지에 관한 짧은 요약


# 미세먼지의 정의


미세먼지는 말 그대로 작은 먼지다.

크기를 기준으로 두 가지로 구분다.

PM10과 PM2.5다.

1000분의 10mm보다 작으면 PM10,

1000분의 2.5mm보다 작으면 PM2.5.

PM2.5는 초미세먼지라고도 불린다.


발생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자연적인 원인/인위적인 원인이다.

흙먼지, 꽃가루, 바닷물의 소금 등이

자연 발생원이다.

자동차 배기가스, 발전시설 배출 먼지,

건설현장·도로에서 나오는 비산 먼지 등이

인위적인 발생원이다.


환경부는 (1)자동차 배기가스, (2)공장 등 사업장 발생 먼지가 국내 오염에서 가장 크다고 한다.

자동차와 공장 돌리는게 좀 빡세긴 한가보다.


# 미세먼지는 언제 심해지는가?


미세먼지가 심하다는 의미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는 의미다.

즉, 공기 중 미세먼지가 많다는 얘기.

그럼 미세먼지는 언제 심해까?


미세먼지는 대기가 움직이지 않을 때 심해진다.

야외에서 바비큐 파티 하면, 고기 굽는 사람 말고는 크게 고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내에서 고기구우면, 주방과 거실, 자칫하면 다른 방까지 고생한다.

야외는 바람이 불어서 연기퍼지지만, 실내는 바람이 없어서 연기가 쌓이기 때문이다.

즉, '공기가 얼마나 움직이느냐'가 중요하다.


기온도 영향을 미친다.

지표면이 따뜻하면 공기도 따뜻해져서, 대기 움직임이 빨라진다.

지표면과 지표면 부근 공기가 차가우면, 대기 움직임은 느려지고, 미세먼지는 멈춰선다.

낮에 따뜻했는데 밤에 급하게 땅이 차가워지면, 아래 공기가 차갑고 위는 기온이 높은, 기온 역전현상이 발생한다.

이때 미세먼지가 갇히고 오염도가 급증한다.


무풍 + 기온 역전현상이 겹치면, 실내에서 창문 닫고 고기 굽는것과 비슷하게

미세먼지가 급속히 증가한다고 한다.


# 계절별 미세먼지


여름·가을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낮고, 봄·겨울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높다.

계절별로 공기의 확산 속도, 즉 풍속이 다르고, 기온 역전 현상이 다르기 때문에 그렇다.


아래는 저자가 지적한 원인이다.

봄 : 황사 + 기온 역전 현상(일교차↑)

여름 : 공기 확산↑(높은 온도) + 강수량(바람)

가을 : 공기 확산 ↑ + 태풍(바람)

겨울 : 난방 연료 + 공기 확산↓(낮은 온도)


앞서 말했던 미세먼지 확산 요인을 참고하면, 꽤나 설명력이 높다.


미세먼지에 대한 간략한 소개는 이 정도로 하고, 이제 미세먼지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들어보자.


2. 미세먼지 문제가 악화되고 있다?


"사상 최악 미세먼지.."(매일경제)

"전국 덮은 초미세먼지, 측정 이래 최악"(한겨례)


언론 보도만 보면, 우리는 최악의 환경에 살고 있다.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숨 쉬기 두렵고, 밖에 나가기 망설여진다.


그렇지만 저자는 말한다.

미세먼지가 지금 심각하기는 하지만

꾸준히 개선되어 왔다고 말이다.

계속 악화되고 있다는 세간의 인식과는 다르다.

아래 그래프를 보자.



서울·부산·대구·인천 등 주요 도시.

PM10 기준으로, 미세먼지 문제는 개선되어 왔다.

누구나 통계청에서 이 데이터를 뽑아볼 수 있다.


하지만 파주·전주·양산 등 새롭게 확장되는 도시 중심으로 미세먼지 악화되어 왔다.


이 자료 말하는 건 명백하다.

PM10을 기준으로 할 때, 주요 도시들의 미세먼지는 개선되어 왔다는 것.

다만 새로 확장되는 도시를 중심으로, 미세먼지 악화되고 있다는 것.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과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는, 공장 등 굴뚝 산업이 많았다.

요즘에는 많이 없어졌다.

공장 배출 기준도 강화해왔다.

자동차 연비도 옛날보다 좋아졌다.

당연히 옛날보다 나아지지 않을까?

나름 노력을 해왔을테니.


아, 그리고 언론에서 PM2.5를,  초미세먼지를 기준으로 가끔 이야기 한다.

초미세먼지가 최악이라고. 옛날부터 ‘실 데이터’를 축적한 PM10과는 달리, PM2.5는 데이터 자체가 부정확하다고 한다.

최근 5년 전부터 데이터를 측정했으니,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모른다는 거다.

저자는 언론이 신빙성이 미흡한 데이터를 토대

국민에게 불안감을 심어준다고 비판한다.     


하여간 저자가 말하는건 명백하다.

미세먼지는 옛날보다 개선되어 왔다는 거다.


3. 중국이 모든 문제의 원인인가?


이 부분 좀 논쟁적이다.

저자는 말한다.

중국은 분명히 영향을 끼치지만,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는 불확실하다.


환경부와 환경과학원은 미세먼지의

중국 기여도에 관한 여러 추정치를 발표했다.

평상 시에는 30~50%, 고농도 시에는 60~80%에 이른다는 것.

우리나라 미세먼지 중 중국에서 불어온 먼지가, 50%이상 이라는 거다.


저자는 이 부분을 꼬집는다.

현재 중국 배출량에 대한 정확한 정보 없다.

모든 건 ‘가정’에 기반한 ‘추정값’이다.

환경부가 발표한 저 추정치도, 말 그대로 추정한 값에 불과하다.

실제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지 잘 모른다.

그런데 정부부터 시작해 언론까지 모두가, 부정확한 '추정값'을 '정확한 것'인 것 마냥 발표하는게 문제라고 비판한다.


중국발 미세먼지 영향을 추정하기 위해, 환경부는 ‘대기화학수송 모델’을 사용한다.

데이터로 2010년 중국 미세먼지를 사용한다.

무려 9년 전의 데이터이다.

아무리 좋은 모델을 써도, 입력하는 데이터가 쓰레기면, 쓰레기가 나온다.

피타고라스라는 수학 공식이 있다.

정확한 공식이다.

그런데 변의 길이를 잘못 입력하면, 답을 찾을 수 없다. 쓰레기가 나온다.


환경과학원의 장임석 대기질예보센터장의 언급처럼 중국 2013년 이후 5년 동안 미세먼지 배출을 30~40% 줄여왔다.


2010년보다 덜 배출한다면,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력감소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 시점 정확한 데이터가 없다는 이유로, 2010년 배출량을 데이터로 사용한다.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은 부풀려질 수 있다.


저자는 환경부가 이 부분을 정확하게 말하지 않고, 중국에게 모든 책임 전가한다고 비판한다.

외부적 요인 모든 문제의 원인으로 단정하면, 내부적 노력은 무의미해진다.


'중국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다'라는 인식은, 내부적인 미세먼지 감축 노력 저하로 귀결된다.

'아무리 열심히 해봤자 중국에서 불 면 끝인데'

라고 생각하면, 노력할 맛이 안 난다.


4. 미세먼지 감축 노력이 절실하다


뉴욕런던.

세계에서 손꼽히는 미세먼지 청정 도시이다.

그렇지만 불과 70년 전에는..


런던 스모그(좌) / 뉴욕 미세먼지(우)


사진에서 보듯, 요 베이징 저리 가라다.

이 사진이 의미하는 건 명백하다.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는 거다.

그리고 그 노력에 대해 자연은 보상해준다는 것.


선진국은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깨닫고, 수십 년간 노력을 했다.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뒹굴면서 쉴 수 있는건, 수십 년의 환경 개선 노력에 대한 자연의 보상이다.


저자는 저에너지·고효율 사회를 목표로 제시한다.

대중교통을 잘 정비해서 자동차 사용을 줄이고, 석탄 발전소와 같은 오염원을 줄야 한다.

기준 강화를 통해 공장 배출도 개선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타이어 마모 같은 '미세 오염'까지도 고려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저자는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대응과 동시에, 우리 스스로도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력하게 말한다.




III. 전문가의 역할과 책임


현대 사회의 특징은 과학기술의 고도화·복잡화·전문화다.

많은 경우, 사회는 오랜 시간 배우고 노하우를 축적한 전문가의 생각과 판단을 따라간다.


합리성·논리성이 제 1의 판단 원칙이다.

그리고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설명과 판단을 그나마 잘 내리는 사람들이 각 분야의 전문가다.

그걸로 밥 벌어 먹고 사는 사람들이니,

그 분야에 대해서 잘 안다.


환경전문 분야다.

일반인들은 기후 모델링이라든지, 오염 물질 배출원 데이터 측정 방법이라든지,

세세하게 잘 모른다.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발표면, 대부분의 경우 수긍하게 될 뿐이다.


그렇지만 전문가도 사람이다.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그들도 실수를 한다.


이 부분에 취약성이 있다.

사회가 점점 더 전문화될수록, 사회는 점점 더 전문가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만약 소수 전문가가 실수를 할 경우, 사회의 다수가 피해를 본다.


만약 저자의 주장이 타당하다면, 중국 대응이 중심인 지금의 미세먼지 대책은

방향이 좀 엇나간 걸로 보인다.

저자는 다른 해결책을 말한다.

뭐가 맞는걸까?

동일한 환경 전문가들 사이에서의 견해 차이.


혹자는 전문가 민주주의가 상충된다고 한다.

하지만 능력책임성 있는 전문가 없는 민주주의는 최악의 대안 중 어떤 최악을 고를지 투표하는 사회, 그 이상을 벗어나지 못한다.


미세먼지에 대해서 누구의 말이 맞는 걸까?

그래도 다행스러운건, 다양한 생각을 가진 전문가들이 있다는 거다.

다양한 생각을 논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선택과 대안을 발견할 수 있다.

전문가와 민주주의는 따로 글을 써야할 정도로

복잡하면서도 흥미로운 주제니..




IV. 환경GDP?


GDP성장률.

경제가 작년에 비해 얼마나 컸는지 말하는 지표다.

한 나라의 종합적인 경제 상황을 보여준다.

숫자 하나가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친다.


성장 위주의 정책을 펼것인가/분배 위주의 정책을 펼것인가와 같은 거시경제 정책의 방향부터

정권이 지속 가능성에 대한 정당성까지, GDP 숫자가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자국민에게 총을 들이대고

헌법을 바꾸면서까지 권력을 유지하려 했던

독재자 정권 연장의 근거가 됐던 것도 GDP다.

GDP는 정치·경제적 판단에 엄청난 요소다.


그런데 GDP는 환경·삶의 질·사회안전·민주주의와 같은 가치는 배제한다.

''으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숫자'로 표현되기가 어렵다.


문제는 이것들이 ‘숫자’로 환원되지 않는데 있다.

‘숫자’로 환원되지 않으니, 체감하기 어렵다.

GDP 성장률이 3% or -1%.

잘되고 있구나 or 아니구나 느낌이 확 온다.

그런데 환경에는 이 정도 느낌의 지표가 없다.


OECD에서 핵심 환경지표라는 걸 만들었는데, 인지도낮아서 파급력이 낮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우선 감정을 쎄게 자극하는게 효과적이다.

논리 그 후에 보여주면 된다.

처음 감정적인 판단을 내리게 한 후, 나중에 이 감정을 확증할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는 거다.


미세먼지 문제도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를 뒷받침해주는, 숫자’가 있었기 때문에 파급력이 컸다.


환경이 얼마나 위태로운지에 대해서, GDP와 같은 파급력을 가진 '상징적인 숫자’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환경계의 세종대왕이 될 거다.


숫자로 표현되는 건 파급력이 높다.

‘숫자화 되지 않은 건’ 그럴싸하지 않다.

전문가는 ‘숫자’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얼마나 잘 숫자화시키느냐가, 전문가의 중요한 능력 아닐까?

환경 분야도 예외는 아닐 거다.


[참고자료]

우리나라 국민의 공중보건 위험인식 조사와 정책 활용 방안에 대한 기반연구 - 의료정책연구소('16)

미세먼지 문제의 본질과 해결 방안 - 한국공학한림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대한민국의학한림원('17)

대기환경과 건강 : 공중의 미세먼지 위험인식과 정책과제 - 헬스케어 ICT정책 저널('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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