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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심해의 취미생활 Oct 18. 2019

구글 맵이 뭐 어쨌다고?

사회학자의 분석 : 「구글 맵, 새로운 세계의 탄생」, 마쓰오카 게이스케


이 글의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 글의 구성

  <1> 종이 지도의 추억
  <2> 구글 맵의 변화
  <3> 구글 맵과 요즘 것들
  <4> 구글맵과 공정성
  <5> 총평




<1> 종이 지도의 추억 : 지도와 함께한 가족 여행


하도 오래 돼서, 기억이 흐릿한 초등학생 시절. 그 뚜렷한 기억 하나를 꼽자면, 그여름/겨울 방학에 떠났던 가족 여행이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네비게이션’이라는 게 없어서, 먼 길을 떠나기 전 아빠와 엄마는 항상 큼지막한 지도를 펼쳐 놓으시곤 했다.


몇 번 고속도로를 탈지/차가 막히면 어느 국도를 타야할지부터 머물게 될 숙소/인근 음식점까지, 지도를 놓고 도시 전체를 조망하는 작업이 이뤄졌다. 초등학교 애들이 늘 그렇듯 서쪽인지/동쪽인지, 바다인지/산인지 정도만 알아들었지만 나와 동생은 여행을 떠나기 전 부모님 옆에 앉아 지도를 보며, ‘탐험 계획’을 들었다. 그리고 ‘탐험’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갓길에 하고 지도를 꺼내던 부모님 모습도 선명하다.


대충 이렇게 생긴, 복잡한 지도였던 것 같다


구글 맵/카카오 네비가 활성화된 요즘, 종이 지도를 보며 목적지를 찾아가는 행위는 ‘캐리비안의 해적’의 잭 스패로우나 할법한 짓이다. 그렇지만 옛날에는 그게 당연했다. 지난 2000년동안 그랬을 거다.


기술 발전 덕에 우리는 종이 지도 대신 전자 지도를 가지게 됐다. 구글 맵, 네이버 지도, 카카오 네비 등.. 오늘날에는 목적지까지의 이동 경로 뿐만 아니라 그 곳의 음식점, 관광 명소까지 클릭 한번으로 찾을 수 있다.


카카오 네비, 네이버 지도 등 다양한 '지도 앱'이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건 역시 ‘구글 맵’이다. 통계 전문기관 Statista에 따르면, 2018년 4월 한달간 미국내 구글 맵 사용 인구는 1.5억명이다. 같은 년도 미국 인구가 3.3억명이니까, 두명 중 한명은 4월 중에 구글 맵을 사용한 셈이다. 구글 맵대항자는 없.


일본의 젊은 사회학자(82년생)인 마쓰오카 게이스케. 그 「구글 맵, 새로운 세계의 탄생」라는 책에서 구글 맵으로 대표되는 '지도의 변화'가 우리의 일상을 바꿨다고 말한다. ‘종이 지도’가 아닌 ‘전자 지도’를 사용함에 따라 인간의 시각, 경험 방식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


지도의 형태가 바뀐게 뭐라고, 지리학자도/지질학자도 아닌 사회학자가 책까지 썼을까?

그의 이야기를 간략히 소개해보려고 한다.





<2> 구글 맵의 등장과 변화


탐험에서 탐색으로


구글 맵 없는 유럽 여행을 상상해보자. 여행은 ‘탐험’이 된다. 처음 보는 도시와 어질어질한 도로. 종이 지도만 보고 길을 찾아야 한다면 미칠 노릇이다. 그렇지만 20년 전만해도 여행, 더 넓게 말해서 ‘낯선 곳을 방문하는 것’은 종이 지도를 통해 도시 전체를 훑어보고, 적당한 길을 ‘선별’한 후, 실제 세계에서 이리저리 부딪히는 과정이었다.


지도를 보는 개인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판단해야 한다. "이 길로 갈까? 저 길로 갈까? 도시의 중심지는 어디있지?" 지도 한장을 놓고 상상하고 그림을 그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그 도시의 위치, 형태, 특징 등을 거칠게라도 ’조망‘할 수 있게 된다. 개인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여행/이동결정한다는 점에서, 이 행위는 ‘탐험’과 비슷하다.


그런데 구글 맵은 이런 행위를 불필요하게 만든다. 가고 싶은 도시가 있다면? '검색'하면 가장 빠른 경로가 나온다. 무엇을 먹을지 모르겠다? '검색'하면 평점별로 쫙 나온다. 개인에게 고민과 판단을 요구했던 귀찮은 작업들이 사라졌다. 구글맵이 당신에게 바라는 건 ‘검색’뿐이다. 검색하고, 결과를 따르기만 하면 된다.


구글 네비게이션을 써본 사람은 알 거다. 나를 중심으로 지도는 계속 바뀐다. 도시의 전체적인 모습 확인할 필요가 없다. 나는 화면에 표시된 경로를 따기만 하면 된다. 이 뿐일까? 음식점과 관광 명소도 평점높고/후기 많은 곳을 방문하면 된다. 정말 편해졌다.


열심히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그것도 벅차다.


그런데 저자는 구글 맵이 사람들의 시각과 시야를 협소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과거에는 지도를 통해 도시 전체의 틀을 거칠게라도 이해하고, 직접 '탐험'을 하는 과정에서 지역에 대한 깊이 있고 다양한 이해가 가능했는데, 요즘 이런 과정 없이 ‘최적화’된 이동 경로를 쫓아 ‘리뷰가 괜찮은 음식점/관광 명소’만 방문하 됐다는 거다.


‘장소’에 대한 관점과 이해도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개인의 주체적인 판단도 줄어들었다.

가이드를 따라가기만 하면 남는게 없다. 스스로 고민도 하고, 질문도 해야 지역에 대한 관점과 이해도가 높아진다. 기계만 따르는 건 가이드만 따라가는 것과 똑같지 않을까?


꼭 나쁜걸까?


다만 저자는 구글 맵의 효용을 부정하지 않는다. 복잡하고 다양해진 현대 사회, 구글 맵은 시간을 절약시켜줄뿐더러 괜한 실패를 막는다.


구글 맵 없는 유럽 여행을 다시 상상해보자. 길을 제대로 못찾아서 루브르 박물관 입장시간을 놓친다거나, 이틀 연속으로 맛없는 식당을 가고, 피곤해 죽겠는데 숙소로 가는 길찾지 못하는 상황. 싫다. 구글 맵은 혁신적이고 도움이 된다.


저자는 구글 맵이 사람들의 시각과 시야를 협소하게 만들었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구글 맵을 효과적으로 사용면 사람들의 시각과 시야가 오히려 넓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구글 맵을 켜고 손가락을 움직여보자. 화면을 축소하면 국가/대륙 속에 위치한 '그 도시'를 발견할 수 있다. 화면을 확대하면 상점/거리 등 '그 도시'의 생생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구글 어스, 스트리트 뷰라는 기능은 지구적 차원에서 폭넓게 관찰하거나, 세부적 차원에서 '그 도시'의 상점/거리를 생생하게 볼 수 있도록 돕는다.


단순히 ‘검색 → 경로 설정 → 따라가기’만 한다면 주체성을 잃고 지역에 대한 거시적 시각을 상실하기 쉽지만, 구글 맵에는 ‘지역과 위치’에 대한 개인의 감각을 넓힐 수 있는 여러 기능이 있다.


즉, 구글 맵을 이동 경로/인근 맛집 등 '검색 용도'로만 사용할 경우 종이 지도를 사용하는 것에 비해 개인의 시각과 시야가 협소해지지만, 구글 어스/스트리트 뷰 등 여러 기능을 풍부하게 이용할 경우 개인의 시각과 시야가 오히려 넓어질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꽤나 흥미롭기도 하고, 내가 자주 사용하는 '구글 맵'에 관한 책이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3> 구글 맵과 요즘 것들 : 최적화 습관이 된 세대


부모님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꽤 이쁜 국도나 시골길을 많이 아신다. 특히 추석, 설날 같이 고속도로 정체가 심한 날에는 어김없이 국도를 탔다. 차에는 항상 큼지막한 지도가 있었는데, 여기저기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던 게 기억난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 부모님은 차를 타고 ‘탐험’하는 기분을 느꼈을 것 같다. 기계의 지시 없이, 본인들이 직접 길을 선택하는 것. 이 정도면 탐험이라고 불러도 괜찮을 거다. 요즘 누가 그런다고 하면 비효율적으로 보이겠지만, 네비게이션이 없었을 그 당시에는 그냥 자연스러운 행위였을 거다.


내가 운전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20대 중반. 네비게이션 없는 운전은 상상할 수 없었다. ‘검색’만 제대로 하면 가장 ‘빠르고 편리한 길’을 알려주는 데 도대체 지도가 무슨 필요인가? 지금의 20대는 최적화/효율화를 최고의 가치라고 교육받은 세대다. 나도 그 중 한명이다. 그리고 ‘네비게이션’은 최상의 최적화/효율화 도구다. 네비게이션 키는 것이 시동거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웠다.



그렇지만 '최적의 이동 경로'를 ‘따라가기만’하다보니, 숨겨진 좋은 곳들을 놓친건 아닐까? 게다가 ‘탐험'은 느껴보지도 못했다. 콜럼버스 그 깡패는 도대체 왜 그렇게 탐험에 미쳤을까? 분명 가슴 뛰게하는 무언가가 있을텐데, 난 그게 뭔지 모른다.


나는 여행지에서조차도 최적화/효율화원리 따랐다. 구글 맵이 ‘알려주는 대로’ 다녔. 그 아름답다는 유럽 길거리에서 나는 도시를 느끼기 보다는 구글 맵과 싸우고 있지는 않았을까? 꼭 그럴 필요 없었는데. '기대하지 않은 놀라운 것'이 주는 기쁨과 경이의 가능성을 나 스스로가 차단해왔던건 아닐까.


부끄러운 말이지만 이 책을 읽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내가 수십 년간 살아온 이 도시의 모양/크기/행정 구역도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살던 곳에 역사적 유적지 몇개가 있다는 사실도. 매일 지도를 이용했지만, 이 지도에 담긴 장소모른다.


구글 맵은 '지도' 분야에서 가장 '최적화/효율화'된 끝판왕이다. 그리고 그걸 가장 쉽고 능숙하게 다루는 건 나를 포함한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다.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무언가 놓친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다.


앞으로 가는 곳마다 '구글 맵'을 이용해서 도시를 익혀봐야겠다. 심심하면 네비게이션을 끄고, 도로 이름과 경로 정도만 외우고, '유사 탐험' 행위를 떠나봐야겠다. 그냥 더 재밌을 것 같다. 도시를 더 잘 느낄 수 있을 거다.




<4> 구글 맵과 공정성 : Google Map or Nothing     


미드에 꽤 흥미로운 대사가 나왔다.

“Instagram or Nothing”

맥락을 고려해서 번역해보면, “인스타그램에 없다면, 그건 없는거나 마찬가지다”정도 될 거다. 매체에 올라와서 사람들에게 전시되기 전에는 아무도 모른다. 뭐 그런 뜻인듯 하다.


구글 맵도 마찬가지다. 구글 맵에 없는 음식점/관광 명소는 없는 것과 비슷하다. 관광객에게는 더욱 그렇다. 구글 맵에 나오지도 않는데 어떻게 찾아가나? 구글 맵에 나와도, 평점이 낮거나/후기가 별로 없는 곳은 방문 대상에서 제외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구글 맵은 언제가 큰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후기/평점의 객관성과 특정 장소를 선별/전시하는 알고리즘 불명확하다.

런데 구글 맵의 파급효과를 고려할 때, 구글 맵에 '먼저 나오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격차는 분명하다. 전자로 사람은 쏠리게 되어 있다. 불투명한 알고리즘과 이로 인한 경제적 격차. 누군가는 비판을 제기하지 않을까?


구글 맵에 연남동 맛집을 쳐봤다. 평점 4.7점/후기7개의 싱그루 맛집이 가장 먼저 나온다. 스크롤을 제일 아래에는 평점 4.6점/후기54개의 카쿠시타가 나온다. 뭐가 더 객관성이 담보될까? 나는 후자라고 본다. 더 많은 사람들이 평가했고, 평점도 준수하다.


그렇지만 검색창에 제일 먼저 나오는건 싱그루 맛집이다. 시간이 없다면, 여기로 갈 것이다. 많은 사람이 방문함에 따라 후기도 축적되고 이 곳이 맛있어서 평점도 유지한다면, 싱그루 맛집은 구글 맵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할 것이다. 그러면 사람은 더 몰린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은 25%다. OECD 평균인 16%를 훌쩍 웃돈다(OECD/’17). 자영업자 중 50대 이상의 비중은 과반을 넘는다(노동연구원/’14).


구글 맵을 통한 홍보에 성공하려면 ICT 기술에 능해야 하는데, 고령 세대는 이게 좀 어렵다. 푸드 트럭은 구글 맵에 등록안 된다. 만약 구글 맵의 파급효과는 커지는구글 맵에 참여/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간의 역량 차이가 현저하고, 그리고 그것이 경제적 불평등으로 연결된다면, 언젠가는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지 않을까?


구글 맵은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정보 플랫폼이 아니라,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 수 있는 힘이다. 가짜 정보/독점 등을 이유로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FAANG으로 대표되는 대형 ICT기업들에 대한 규제가 논의되고 있다. 우리나라라고 예외일까?




<5> 총평


누구나 사용하고 있는 구글 맵과 사회와의 관계 설명한다. 실생활과 연결되어 있는 주제라 재미있다. 200페이지 정도의 분량, 꽤나 큼지막한 글자크기를 고려할 때, 부담도 없다. ‘작은 것의 사회학’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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