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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심해의 취미생활 Jul 12. 2019

경제학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젊은 경제학자들의 경제학 분석 : 「이코노크러시」, 조 얼/카할 모런 등

I. 세상의 지배자, 경제학


21세기 학문 중 왕의 자리에 있는 학문을 꼽으라, 나는 경제학을 꼽겠다.

'경제 논리' 우리 사회의 주요 운영 원칙이다.

'경제 논리 부합 여부'에 따라, 사회적 결정의 지속/폐기 여부가 달라진다.

경제학은 '경제 논리'를 판단할 권위를 가진다.


경제학은 우리 동네에 지하철을 지을지/최저임금을 얼마나 인상할지와 같은 큼직한 결정 분석한다.

리고 그 분석 결과에 따라 추진 여부가 달라진다.


작년 5월, 강동구 주민들에게 희소식이 들렸다. 지하철 9호선이 자기네들 동네까지 뚫린다는 것.

예비타당성 조사라는 경제 분석을 통과했다.

이 분석은 경제학자들이 했다.

(1) 정부 지원의 당위성 (2) 사업 성과 명확성 등을 경제학적 모델을 기반으로 평가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숫자'로 뽑아낸다.

“이 정책은 X원의 편익이 있다. 할 만 하다.


'숫자'로 말할 능력을 가지기 때문에, 경제학은 더 과학적이고 중립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숫자'는 경제학의 학파마다 다를 수 있다.

신고전파는 독점에 반대하지만, 슘페터학파는 독점이 혁신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독점의 비용'은 학파마다 다르게 계산된다.

숫자는 완전해 보이지만, 언제든 흔들리기 쉽다.

강동구 예비타당성 조사도 다른 경제학자가 다른 경제학적 모델로 분석하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경제학은 현실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여러 경제학파 중 특정 학파의 시각만이 사회적 결정에 반영된다면, 떤 문제가 생길?

오늘의 책은, 이 문제를 다룬다.




II. 경제를 전문가에만 맡겨놓는 것의 위험성


# 저자는 누구인가?


이 책은 여러 저자가 쓴 논문집이다.

영국의 유수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학/석/박 과정의 학생작금의 경제학을 비판하며 썼다.

20~30대 정도 됐을 것 같다.

신진 학자인 셈.


이들은 주류 경제학인 신고전파 경제학이 능력에 비해 너무나 큰 패권을 차지했다고 주장한다.

신고전파 경제학은 그간의 많은 경제위기를 예측하지도, 해결하지도 못했다고 비판한다.

또 소수의 경제 전문가가 경제 정책에 너무나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꼬집는다.


어떤 엔지니어가 만든 다리가 계속 무너지는데, 계속 그 엔지니어다리를 만들도록 놔둘 거야?

그들의 비판 요지다.


# 비판 1 : 신고전파 경제학 독점


그러면 신고전파 경제학이 도대체 뭔데?

폴 사무엘슨, 그레고리 맨큐 등 요즘 잘나가는 경제학자들 중 상당수가 신고전파 경제학자다.

“시장에 맡기면 최적의 결과가 나타난다”고 말하는 시장주의자로 보면 대강 맞는다.

정부개입 최소화, 민영화 등을 주로 말한다.


나는 경제학 전공자다. 나는 학교에서 정부가 “뭘 하면 방해가 될 확률이 높은” 존재라고 배웠다.

시장에 맡겨두면, 기업/노동자/소비자가 알아서 노동/최적 가격을 결정한다고 배웠다.

이것이 '최적의 경제 균형'상태라고 말이다.

아마 대다수의 경제학 전공자 이렇게 배울거다.

신고전파 경제학이다.


대학 강의는 대부분 신고전파 경제학을 토대로 한다. 교수들 대부분이 신고전파 경제학자.

시카고, 스탠포드, 하버드와 같은 명문대학 박사 출신이 인정받는다. 신고전파 주류인 곳이다.

이곳에서 학위를 받은 사람이 엘리트 교수가 된다. 그리고 신고전파 경제학을 가르친다.

그 제자들도 신고전파 경제학자 된다.

신고전파 경제학이 경제학계에서 주류가 된다.

다른 학파는 좀 찾기 어렵다.


제도주의 경제학이나 마르크스경제학 같은 소위 '비주류 경제학'이 있긴 한데, 가르치는 사람이 소수다 보니 배우는 사람도 소수다.


게다가 학부 수준의 경제학, 비판 능력은 요구하지 않는다. 정답을 맞추는게 우이다.

사회학/정치학은 비판을 못하면 점수가 구리.

하지만 경제학은 비판을 할수록 점수가 구리다.

'배운 걸 얼마나 잘 소화서 문제를 느냐'가 경제학에서 가장 중요하다.

한 차례의 비판도 없이 학위를 받을 수 있는 학문.


저자는 신고전파 경제학을 가르치고 배운 사람대부분의 경제 정책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경쟁은 최고의 선이고, 정부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가르침 배운 사람들이.

그리고 여기에 비판을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중앙은행, 정부 고위직, 민간 기업 등

사회의 다수 요직에 위치해있다.

물론 학계는 두말 할 것도 없다.


그런데 신고전파 경제학의 문제 해결 능력이 요즘 약해졌다고 평가받는다.

글로벌 이슈인 불평등, 환경, 무역 전쟁, 저성장에서 신고전파 경제학은 크게 할 말이 없다.

너도나도 수출 규제, 무역 장벽을 쌓아올리는 시대인데, 자유 무역만을 정답으로 제시하는 신고전파의 주장을 누가 수용하는가?

불평등 문제로 세계 곳에서 극우/극좌가 득세하는 상황인데 자유 시장경제를 정답으로 제시하는 신고전파의 주장을 누가 수용하는가?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지는 신고전파 경제학이,

경제학을 독점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 비판 2 : 전문가가 다해먹는 경제 


저자들은 경제 현상에 대한 설명 권한이 소수 전문가에게 집중된 점을 꼬집는다.

하나의 경제 정책은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런데 소수 전문가가 정책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게 민주주의에 반한다는 것.


'08년 금융위기 당시, 영국 중앙은행은 양적 완화를 실시했다. 총수요 진작이 필요했기 때문.

저자들은 여기서 물음을 제기한다.

자산가치를 올리는 양적 완화보다 가계의 가처분 소득 증가 정책이 더 낫지 않냐는 것.

두 정책 모두 총수요 진작에 도움을 준다.

다만 양적 완화는 소수를 위한 정책이고,

가처분 소득 증가는 다수를 위한 정책이다.


향후 수십년에 걸쳐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결정을, 중앙은행의 소수 전문가가 민주적 합의 없이 시행했다고 비판한다.

아, 그리고 또 하나 덧붙인다.

이 전문가들이 대부분 신고전파 경제학자라는 것.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해보겠다.

(1) 신고전파 경제학은 요즘의 핫이슈인 불평등/환경/무역 전쟁/저성장 등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

(2) 소수 전문가가 정책 결정을 독점하는게 민주주의에 반한다.

이게 저자들의 '요즘 경제학'에 대한 비판 요지다.


#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경제학자가 필요하다


저자들은 특정 학의 기술적 논리갇힌 경제학자가 아니라,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녹여내는 경제학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1)좀 더 다른 시각을 가지고, (2) 시민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새로운 경제학이 필요하다는 것.


이를 통해 현재의 신고전파 경제학 독점에 따른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3. 경제학의 딜레마


# 다양한 생각을 갖고 시민과 소통하는 전문가?


저자들은 다양한 생각을 가진, 시민과 소통하는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동의한다. 그렇지만 너무 공자님 말씀 같달까?


내가 경제학 학위로 먹고 살아야 한다고 해보자. 경제학계에서 인정받는 가장 안정적이고 빠른 길은 “신고전파 경제학에 얼마나 익숙한가”이다.

미국 명문대 박사 출신이 후한 보상을 받는다.

이곳에서 학위를 받기 위해서는, 비주류 경제학보다는 신고전파 경제학을 더 잘해야 한다.

구태여 어려운 길을 갈 이유가 뭔가?

이걸로 끝이 아니다.

시민과 소통도 잘 해야 한다.


순전히 전문가들의 선택에 의존한다는 게 한계

신고전파 경제학을 공부하는게 악도 아니고..


물론 전문가의 다양성은 중요하다.

그렇다면 막연히 기다리는게 아니라, 학계/정부가 학문 다양성 확대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게 뭐냐고? 나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저자들의 의견은 여전히 유효하다.

방향을 제시하는 것 자체가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 신고전파에 대한 과한 비판?


저자들은 신고전파 경제학이 독점한다고 말한다.

물론 그런 경향이 있다.

하지만 케인즈학파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뉴딜 정책부터 한국의 최저임금 임상까지, 신고전파보다는 케인즈학파에 가까운 정책이다.


물론 지금까지의 트렌드였던 정부 개입 최소화, 민영화, 경쟁 확대는 신고전파의 논리인건 맞다.

하지만 케인즈학파도 경제에 영향을 미쳤다.

신고전파가 모든 걸 좌지우지 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 전문가와 민주주의


민주주의는 결국 말의 싸움이다.

어느 신문은 최저임금 인상을 긍정적으로 보도하는 반면, 다른 신문은 부정적으로 보도한다.

둘 다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한다.

그 근거는 전문가 집단이 마련한다.

배운 사람들끼리 서로 맞다고 싸운다.


여기서 판단은 시민의 몫이다.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진영논리에 따라 판단하는 부류와,

비판적 시각에 기반하여 판단하는 부류.


지겨운 말이지만, 후자의 시민들이 많아져야 사회는 좀 더 나은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시민들에게 사기치지 않는 전문가도 필요한데,

사기쳐도 구별할 수 있는 시민도 필요하다.

후자의 시민들이 많아져야, 전문가들이 더 합리적이고 꼼꼼한 해결책을 제시하게 된다.

대의 민주주의는 전문가들에게 판단을 일정 부분 위임한 체제다.

전문가들 '제대로' 일하도록 해야 한다.


깨시민. 지겨운 단어다. 지겨운게 제일 싫다.

들이 하도 많이 써서 내 글에 이 단어를 넣는 것도 싫다. 근데 이게 민주주의의 본질이다.

민주주의는 히틀러도 링컨도 지도자로 만들.


# 대학생들의 반란


저자들은 20~30대의 젊은 경제학도다.

그들은 경제학 박사까지 따려는 모양이다.

그런데 자신 학문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지금 꼬라지가 잘못됐다고 말하면서,

Rethinking  Economics라는 거창한 이름 국제학생단체까지 조직했다.


우리나라였다면?

아마 “경험도 없는 20~30대가 뭘 안다고 비판해? 다 이유가 있어”라고 무시할 것이다.

특히 대학원생이면, 교수 눈치를 엄청 볼거다.

학위도 제대로 못딴 대학원생이 감히... 고얀놈....


우리나라는 교육 제도를 비판하려면 명문대는 나와야 되고, 고시 제도를 비판하려면 고시는 패 해야 되고, 비정규직 문제를 비판하려면 어엿한 직장이 있어야 된다.

안그러면 그냥 '열폭 취급'받고 묻힌다.


쨌든 지금의 20-30대는 아주 납작 엎드려있다.

학교에서도 그렇고, 회사에서는 더 그렇다.

학교에서는 학점을 위해 교수 말을 다 받아적고 매일 출석까지 체크당한다.

회사에서는 회사에 영혼을 바치겠다고 맹세하고, 싫어도 야근/회식도 불사한다.


물론 영국도 이런 대항 운동은 일부 학생들이 주도할 것 같긴하다..

그래도 20-30대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당당히 내는게 신기하다. 그것도 반항의 목소리를.


나도 대학 교육에 굉장히 불만이 많았다.

그런데 내가 한 반항이라고는 기껏해야 시험지에 “이 식으로 문제지 마십쇼”라고 쓴게 다다.

나도 납작 엎드리면서 살았다.


내가 50대가 됐을 때의 20-30대는 사회를 향해 소리 지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그 목소리에 조그만 관심이라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게 좌든 우든.


아마 내가 50대를 넘어가면 판단력이나 지식에 20-30대에 밀릴 거다.

그걸 겸허히 인정하고, 똑똑하지 않지만 옳은 말 판단할 수 있는 사람 정도만 돼도 괜찮겠다.


결국 모든 일은 사람이 한다.

미래에는 지금보다 더 똑똑하고 자신감 넘치며 지혜로운 사람이 많아야 한다.

그리고 더 행복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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