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사람이 없다. 음식점에는 더 없다. 김치나베가 맛있어서 자주가는 돈까스집이 있다. 노부부가 운영하는 곳이다. 얼마 전 가봤더니 마스크로 가렸음에도 그들의 걱정과 근심어린 표정이 보였다. 주문했던 김치나베에 들어있는 돈까스는 평소보다 더 많았다. 식당을 나갈때 배웅해주는 인사소리도 더 큰 것 같았다. 누군가가 친절과 관심을 베풀면 고맙고 기분이 좋아야 할테지만, 불편하고 안타까웠다.
뉴스는 코로나 관련 정보로 가득하다. 확진자가 어디서 몇명 나왔고, 사망자는 지금까지 몇명이고. 하루 종일 이 얘기만 나온다. 재난 문자도 가끔 울린다. 며칠전 같은 아파트에서 확진자가 나왔다. 이걸 보고 있으려니, 무서운 느낌이 든다. 그리고 안타깝기도 하다. 내가 개인적으로 아는 확진자나 사망자는 없지만, 그들도 누군가의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가족일테다. 게다가 지금 이 시간에도 의료 관계자들, 공무원들은 쉼없이 질병을 마주하고 있을 거다. 누군가 엄청나게 희생중이다.
나는 정확히 알고 싶었다. 내가 마주하고 있는 이게 도대체 뭔지. 뉴스에서 뭐라고 정보를 전달하기는 하는데, 별 내용은 없는것 같다. 들으면 들을수록 두려움과 안타까움만 생긴다. 인터넷 커뮤니티, 특히 인터넷 뉴스의 댓글을 보면 더 혼란스럽다. 개새끼, 소새끼 하면서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그래서 좀 찾아봤다.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이 병에 몇명 걸렸고, 몇명 죽었는지. 그리고 어제 The Economist에 이 병과 관련한 흥미로운 기사가 올라왔다. 지금 상황에 유효한 기사인 듯 싶었다.
나만의 컨텐츠나 생각 없이, 단순히 뭐 기사 따오고 하는건 좀 싫다. 그런데 The Economist는 영어판만 나온다. 게다가 이 신문을 보려면 돈까지 내야한다. 사람들이 접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 좀 써보려고 한다.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서..
※ 통계는 2.28일 기준, 필요시 별도 기재
전세계 현황
중국에서 태어난 이 바이러스는, 여기까지 와서 우리를 괴롭힌다. 우리나라는 지금 괴롭다. 일본도 난리다. 거기는 여러모로 참 대단하다. 크루즈선에 그냥 몇주동안 내버려두는..
전세계적으로, 확진자는 8만명 가량이다. 그리고 이들 중 대다수가 발원지인 중국에 몰려있다. 중국에 7.8만명이 있다. 비율로 따지면 94%다. 슬프게도 그 다음이 우리다. 2337명이 확진판정을 받았다. 크루즈선을 합치면 일본이 1000명 가량으로 3위고, 이탈리아 700명, 이란이 400명 정도 된다. 이탈리아는 중국하고 거리도 멀고 초기에 입국금지 조치도 했다고 하는데, 왜 저렇게 많은지..
WHO는 이 병이 전 세계적인 유행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동아시아, 유럽, 중동 다 뚫린 상황이다.
이 병은 누구에게 가장 위험할까?
종종 들었겠지만, 이 병은 나이 많은 어르신들에게 굉장히 치명적이다.
위 그림은 통계 전문기관, Worldometer가 2월 23일까지 집계해서 발표한 연령별 사망률이다. 여기서의 사망률은 각 연령별로 감염된 사람 중 사망한 사람의 수를 의미한다. 가령 사망률이 10%면, 감염자 100명 중 10명이 죽었다는 의미다.
통계를 보면, 70세 이상 어르신들의 사망률이 굉장히 높다. 70대는 8%고, 80세 이상은 15%다. 100명 걸렸다 치면, 70대는 8명, 80세 이상은 15명씩 죽었다는 거다. 그러나 70세 이하는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그렇지만 가벼운 독감으로 치부하기에는 무리인듯 하다.
앞으로 이 병은 어떻게 될까? 얼마전 한 신문에서 '하버드대 교수, 전세계 70% 감염'이라는 자극적이고 단정적인 제목의 기사를 냈다. (링크) 기사만 보면 세상이 곧 망할듯 싶다. 그런데 좀 찾아보니, 그 교수는 70%라고 단정짓기 않았고, 40~70%라고 언급했다. (링크)
독자들의 시선은 끌 수 있겠지만, 저런 기사를 접하면 불안감만 더 커진다. 물론 기자들이 저렇게 제목을 쓰게되는 구조적 요인도 있겠지만.. The Economist도 전문가들의 연구결과를 인용하긴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 세계의 25%-70%가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정도로 언급했다. (링크)
전 세계의 25%가 감염되는 것과 70% 감염되는 것은 큰 차이다. 결국 방역 체계, 의료 시스템, 국민 성향 등이 어우러져 얼마나 질병을 막아내느냐에 따라 경우의 수가 달라진다는 의미일 테다. 마스크, 검사 키트, 격리 장소, 기침 예절 등 '질병 대비 태세'가 잘 구축되어 있다면, 감염 확률은 낮아진다. 준비가 덜 됐다면? 당연히 높아진다.
중국의 우한 지역과 나머지 지역을 보면, '질병 대비 태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코로나의 근원지, 중국의 상황
나는 중국 태생의 이 바이러스가, 중국 전역에 퍼져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나라가 하도 난리라길래, 그네들 나라 전체에 역병이 도는 걸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통계를 보니 내 생각이 틀렸다. 확진자의 84%가 병의 근원지인 후베이성에 집중되어있다. 확진자가 가장 많이 지역은 후베이성과 후베이성과 가까운 4개의 성이었다. 이곳에 확진자 중 90%가 몰려다. 아래 지도에 표시했다.
예상과는 달리, 중국의 다른 지역이 후베이성처럼 난리는 아니었다.
WHO에 따르면 후베이성을 신속하게 봉쇄했던게 효과적이었다고 한다. 그곳을 봉쇄하는 동안 시간을 벌었다. 방역 도구, 마스크 등 주요 의료 물자를 다른 지역에 신속하게 배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시간적 여유를 가지면서, 후베이성의 각종 감염/치유 사례를 통해 바이러스 대처방법을 배워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요새 중국은 본인들이 이 병에 효과적으로 대응했고 진압했다고 말한다. 통계를 찾아봤더니, 그들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이 어느정도 조성됐음을 확인했다.
2월 27일을 기준으로, 확진자는 8만명 정도다. 그동안 2700명 정도가 죽었다. 회복한 사람은 확진자의 약 40%인, 3만 3000명 정도 된다.
초기에 확진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1월 22일에, 500명 가량이었는데, 4주 후 8만명이 됐다. 160배나 증가한 거다. 파란색 영역의 급격한 증가가 뚜렷하다. 그렇지만 추세를 봐야한다. 2월에 접어들면서 증가 추세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그 대신 회복하는 사람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회복한 사람의 비율인 회색영역은 2월 중순부터 빠르게 커진다.
요즘 중국이 우리에게 마스크를 보낸다. 한국 국민의 검역도 강화하고 있다. 좀 여유가 생겼나, 싶었다. 다만,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중국 통계를 액면 그대로 다 믿는건 좀..
우리나라의 상황
21일이 기점이었다. 그날부터 확진자수는 하루에 200명씩 늘기 시작했다. 27일에는 500명 증가했다. 일주일만에 확진자 수가 몇십배로 늘었다. 20일만해도 확진자가 50명이었는데, 28일에 2300명이 됐다. 엄청나게 빠르다. 많은 사람들이 패닉에 빠졌다.
그에 비해 회복 추세는 더뎌보인다. 이게 더 두렵다. 하지만 중국 사례를 보면 - 질병 확산 추세처럼 -회복 추세도 특정 시점을 기점으로 확 증가한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중국을 보면, 회복한 사람의 숫자는 1월 22일에 28명에 불과했다. 1월 28일에도 100명 밖에 안 됐다. 확진자 수가 5000명이 넘었던 시기였다.
회복한 사람의 수가 5000명이 넘은 시기는 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시점부터 2주 정도 후인 2월 12일이었다. 중국 그림을 잘 보면 확산 시점부터 2주 정도 지나야, 회복 추세가 뚜렷해진다는걸 알 수 있다.
중국 사례를 우리나라에 기계적으로 대입해본다면, 3월 중순은 되어야 회복한 사람의 숫자를 체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초기에는 - 물론 회복도 중요하지만 -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엄청 중요해보인다.
중국 사례를 보면, 사태 발생 초기에 사망자 증가율이 굉장히 높았다. 그리고 대다수 사망자는 후베이성에서 나왔다. 갑작스런 확산에 병상은 부족했고, 의료 인력도 불충분했다. 사망 확률은 급증했다. 다행스럽게도 사망자 증가율은 계속해서 낮아지고 있다. 한번에 대규모로 환자가 발생해서 병원에 몰리면... 감당이 어렵다.
앞에서 봤듯, 사망률은 연령별로 크게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 확진자의 연령대는 어떻게 될까?
아무래도 활동이 많은 20대~50대가 많다. 20~59세 비율이 76% 정도 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일반 독감과 좀 다른점은, 꼬맹이들의 감염률이 낮다는 점이다. 0~19세 비율이 5%도 안 된다. 앞서 살펴본 사망률 통계와 종합해보자면, 애들은 잘 안 걸리고, 걸려도 엄청나게 치명적인건 아닌 것 같다. 불행 중 다행이다.
다만 전체 확진자 중 20% 가량이 60세 이상 어르신이다. 이분들을 잘 관리해서 얼마나 사망률을 낮추는지가 분수령이 될 성 싶다.
지역별로 구분해봤더니, 역시 대구, 경북에 집중된 양상이 확연하다. 확진자의 85%가 대구, 경북에 있다. 부산, 울산 등을 포함한 영남권으로 포괄해보면, 확진자의 90%가 그곳에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얼마 전 공무원들과 함께 아예 대구 지역으로 갔다. 거기서 현장을 지휘하고 있다.
옛날에 대구 동성로를 간 적 있다. 한 여름인데도 되게 붐볐다. 사람이 많은 곳이라고 들었다. 배고파서 생선구이 집에 갔는데, 서울에서 온 청년이라고 서비스로 뭘 좀 많이 얻어먹었던 기억이 있다.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 중에 대구에서 올라온 친구도 있다. 티비로만 봤음에도, 대구, 경북 지역의 상황이 심각해보였다. 빨리 이 병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2.27일 대구, 자가격리 중인 확진자가 사망했다. 그는 70세의 신천지 교인이다.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지만 - 아마 병상이 없어서 그랬을 것 같은데 - 집에서 자가격리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증상이 급격히 악화되어 사망했다. (링크)
이 사례는 대구, 경북 지역처럼 지역사회 내 확산이 매우 빠를 경우, 모두가 병원에서 치료받지는 못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뭐라고 말할까? The Economist의 2.28일자 기사다.
모두가 병원에서 입원할 수는 없다
The Economist에 따르면, 지금처럼 모두가 병원에 입원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고 한다. 대구, 경북 지역의 음압병상이 부족하다는 얘기는 진작 나왔다. 환자를 수도권으로 올려보낸다고도 한다. 만약 타 지역에도 비슷한 속도로 이 병이 확산된다면? 단순히 생각해봐도, 모두가 1인 병실에서 격리 치료를 받을 수는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럼 다 죽는건가?
4만명이 넘는 중국인 임상 데이터를 모아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링크) 확진자의 80%는 가벼운 증상만을 겪었다. 나머지 14%는 병원에서 예후를 살피는 정도의 케어가 필요했으며, 오직 5%가 산소 치료를 비롯한 고강도 치료를 필요로 했다고 한다.
의약품, 병상 등 의료 인프라가 극도로 부족해진 상황을 가정해보자. 그간의 통계는 확진자의 80%는 가볍게 넘어가고, 20%정도만이 죽음을 마주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때 정부는 뭘 해야 할까?
The Economist는 80%에 해당하는 환자들을 나머지 20%와 분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정부는 80%에게 자가 격리를 수용하도록 설득해야 한다는. '병원'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놓고 20%와 지금-당장 치열하게 싸우면 안된다는 것.
앞의 통계에서 살펴봤듯, 60세 이하는 이 병으로 죽을 확률이 낮다. 병에 대한 두려움을 낮출수 있도록 사망률에 대한 정보를 꾸준히 제공하고, 혹 증세가 악화될 경우 즉각 치료받을 수 있다는 시그널을 계속 줘야한다는 것.
대구처럼 지역확산이 빠르게, 그리고 광범위하게 일어날경우, 선택을 해야할 시점이 올 수도 있다. 누구는 병원으로 오고, 누구는 조금 기다리고. 만약 정부가 이 시나리오를 준비하지 못하고 그때가서 충분한 합의와 소통없이 결정을 내릴 경우, 그 패닉은 되게 클 거다.
중요한건, 확산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거다
A라는 질병이 있다고 치자. 그리고 이 질병은 각 지역별로 만명씩 감염시킨다고 치자. B지역에서는 3일만에, C지역에서는 30일에 걸쳐 만명이 감염된 상황을 가정해보자. 모두가 알겠지만, C지역이 B지역보다 이 병을 더 잘 다룰 것이다.
C 지역의 확산 속도는 느리다. C 지역의 의료 관계자들은 가운, 마스크, 장갑, 의약품 등 의료 인프라 구축을 더 꼼꼼하고 세밀하게 할 수 있다. 임상 경험을 체계적으로 축적할 수 있고, 각 환자에게 더 많은 관심과 자원을 쏟을 수 있다. 상황에 맞춰 효과적인 질병 대비 전략을 수립, 개선하는 것도 가능하다.
B지역은 그렇지 못할 확률이 높다. 어제 3천명, 오늘 4천명, 내일 4천명이 갑작스럽게 병원에 몰리면, 문제가 생긴다. 의료 용품은 빠르게 동날 거다. 병원에서 진료받지 못하는 환자의 수는 계속 축적될 거다. 진료를 받아도, 의약품이 동나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우한에서 그랬다.
The Economist는 확산 속도를 늦추는 게 엄청나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금 정부가 신천지를 전수조사해서 한명이라도 더 확인하려고 하는건,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솎아내고,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병을 전파하는 것을 최대한 막으려는 걸 테다. 그리고 확산 속도를 늦추는 동안, 마스크를 비롯한 의료 물품을 최대한 준비해놔야 될 거다.
경제에 미치는 충격
The Economist는 호주국립대의 Warwick McKibbin과 Alexandra Sidorenko가 세운 전염병 모델을 바탕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칠 경제적 충격을 추산했다. 3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했는데, 가장 심각한 경우(Severe) , 보통인 경우(Moderate) , 양호한 경우(Mild)로 구분된다.
이 모델에 따르면, 가장 최악의 상황(Severe)은 1918년에 발병한 '스페인 독감'과 유사한 상황이다. 전세계 GDP 성장률에 5% 하락 충격을 가져온다. 코로나의 진원지인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GDP 성장률은 8% 하락 충격을 경험한다. 2009년 금융위기와 비슷한 정도의 충격이다. 가장 양호한 경우 전세계 GDP는 0.8% 하락 충격을 경험한다.
The Economist는 이 모델을 만들어낸 McKibbin에게 의견을 물었다. McKibbin는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보통인 경우(Moderate)'라고 추정한다. 그의 예상이 적중할 경우, 전세계 GDP는 2% 하락 충격을 겪는다. 동아시아 지역의 GDP의 하락 충격은 4%다. 바이러스는 경제도 아프게 한다.
2.28일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8만건의 진단검사를 진행했다. 일본은 2000건, 미국은 400건 정도 했다. 검사했을 때 확진자가 나오는 비율을 따지면, 우리나라 3%, 일본 9%, 미국 3% 정도 된다. 보면 알겠지만, 의료 관계자 - 공무원들이 꽤 노력을 쏟아서 확산을 막고 있었다. (링크) 그랬었는데..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에휴..
[참고자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국내 발생 현황 - 대한민국 질병관리본부(2.28)
Coronavirus COVID-19 Global Cases - Johns Hopkins CSSE(2.28, https://gisanddata.maps.arcgis.com/apps/opsdashboard/index.html#/bda7594740fd40299423467b48e9ecf6)
Coronavirus Cases - Worldometer(2.28, https://www.worldometers.info/coronavirus/coronavirus-cases/#total-cases)
The pandemic, Going Global - The Economist(2.28, https://www.economist.com/leaders/2020/02/27/the-virus-is-coming)
Covid-19, Flattening Curve - The Economist(2.28, https://www.economist.com/briefing/2020/02/29/covid-19-is-now-in-50-countries-and-things-will-get-wor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