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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심해의 취미생활 Jan 25. 2021

아빠, 옛날에는 주유소라는게 있었어?

1. 테슬라의 시대가 왔다


지금 '테슬라'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엘론 머스크와 테슬라 자동차를 떠올린다. 테슬라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 기업이다. 테슬라는 미래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석유가 아니라 전기로 굴러가는 차.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운전하는 차.


한꺼풀 더 파고들면, 확인할 수 있는게 또 있다. 이제 '전기'가 점점 더 중요해진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이걸 '전기화'라고 부른다. 거창한 게 아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명확하다. 자동차는 석유가 아니라 전기로 굴린다. 가스레인지 대신, 전기레인지가 보급된다.


옛날에는 '석탄, 석유, 가스'를 활용해서 에너지를 뽑아냈다면, 이제는 '전기'를 활용해서 에너지를 뽑아낸다. 2040년에 태어나는 아이들은 '주유소'라는 걸 책으로만 배울 수도 있다. 그때되면 '전기, 수소차 충전소'만 남을 수도 있다. '전기화'의 결과다.


앞으로 '전기'가 더 중요해지는 건 알겠다. 전기는 뭘로 만들까?




2. 전기는 만들어내야 한다


나는 방금 '전기는 뭘로 만들까?'라고 말했다. 전기는 '만들어내야' 한다. 이게 기존의 에너지원이었던 석유, 석탄, 가스와의 차이점이다.


석유를 예로 들어보자. 석유는 특정 국가에 집중적으로 매장되어 있다. (아래 그림은 석유 매장량인데, 대륙별 매장량 차이가 확연하다) 이걸 '탐사'한 후, '채굴'해야 한다. 석유, 석탄, 가스는 자연에 묵혀있던 걸, '발견'해야 한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https://ourworldindata.org/grapher/oil-proved-reserves


그렇지만 전기는 다르다. 전기는 '만들어내야'한다. 발견하거나 탐사하거나 하는 게 아니다. 전기를 만들어내는 행위를 '발전'이라 하고, 전기를 만들어내는 장소를 '발전소'라고 한다. 원자력 발전소, 석탄 발전소, 이게 다 전기를 만들어내는 장소다.


석탄 발전소는 석탄을 태워서 물을 끓이고, 끓인 물에서 발산되는 증기의 힘으로 터빈을 돌려서 전기를 만든다. 원자력 발전소는 우라늄의 핵분열 과정에서 생기는 열의 힘을 활용해 터빈을 돌려서 전기를 만든다. 전기는 다른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전환'해서 만든다.


http://www.daejonilbo.com/news/newsitem.asp?pk_no=808454


이처럼 전기는 '만들어내야 하는' 물질이다. 그리고 '전기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그렇다면 전기화를 '어떻게 실행하느냐'가 중요해진다.

 



3. 우리나라의 전기생산


우리나라는 전기의 수출과 수입이 어렵다. 유럽은 나라가 다 연결되어 있어서, 전기도 연결되어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니다. 한반도 안에서 만들어지는 전기가 우리가 쓰는 전기의 전부다. 우리나라는 전기를 뭘로 만들까?


우리는 주위에서 '원전'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그래서 전기 생산량에서 원전 비중이 가장 높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실상은 아니다. 석탄 비중이 40%로 가장 높고, 원전이 26%, LNG가 26%를 차지한다. 석탄 태워서 얻는 전기가 진짜 많다.



왜 석탄을 많이 쓰냐고? 이유는 간단하다. 전기를 싸게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전력 1단위에 소요되는 생산비용이 석탄은 낮다.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는 제조업 중심이다. 모든 제품과 서비스의 기본원료인 전기를 비용효율적으로 생산하는게 꽤 중요했다.



근데, 이제는 마냥 '비용효율성'에 초점을 맞추기 어려워졌다. '지구온난화'와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흐름 때문이다. 이건 좌파-우파같은 정치적 문제가 아니다. 그냥.. 전세계가 이렇다. 미국도, 중국도, 모두 탄소중립을 외치고 있다.


1800년대, 좌파는 아동노동에 반대하고 우파는 찬성했다. 그렇지만 지금 누가 아동노동을 찬성하는가?


탄소중립도 마찬가지다. 이게 진영논리가 아니라, 그냥 상식이 됐다. 에너지를 보다 더 친환경적으로, 안전하게 만들자는 거다. 이렇게 되면 석탄 못 쓴다. 후쿠시마 원전사태 이후, 원전을 바라보는 인식도 악화됐다.


그러면 전기를 뭘로 만드냐. 태양과 바람으로 만든다. 환경운동을 하는 A씨, 굴지의 석유화학 기업을 물려받은 재벌 2세 B씨 모두 다, 태양광과 풍력을 꿈꾼다.




4. 태양과 바람이 만드는 전기


전기는 더 많이 필요하다. 그리고 앞으로는 태양과 바람이 전기를 만든다. 전세계가 이 방향으로 가고 있다. 앞서가든가, 뒤처지든가, 둘 중 하나다. 이 레이스를 거부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파도를 거스를 수는 있어도, 피할수는 없다.


이게 가능해진 이유가 있다. 기술 발전 덕택에, 태양과 바람이 만드는 전기의 가격이 싸졌다. 더 적은 비용으로, 더 효율적인 태양광과 풍력 발전기를 만들 수 있다. 비용이 똑같은 상황에서, 한쪽은 환경을 오염시키는데 반해, 한쪽은 그렇지 않다면,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답은 명확하다.


아래 그림은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를 나타낸다. 붉게 표시해놓은 영역을 보자. 태양광과 풍력의 발전단가인데, 이게 2010년에 비해 2018년, 대폭 낮아졌다. 저 점들이 가운데의 붉은 영역 밑으로 떨어진다면, 그때는 태양광과 풍력의 전기 생산 비용이 기존의 화력발전보다 저렴해진다는 의미다.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라고도 한다.

  


이건 '정치경제'와도 연관이 된다. 지금 미국, 유럽은 RE100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한 전력으로 회사를 돌리겠다는 의미다. 얘네들은 우리보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높기에, 이게 가능하다. 그리고 이 캠페인에 참여 안하는 애들한테 페널티 주는 것도 고려한다고 한다. '정치와 돈'이 '친환경'이라는 근사한 옷을 입었다.



유럽은 '탄소국경세' 부과도 검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당연히 피해를 본다. 우리 주력산업인 철강, 자동차, 석유화학, 다들 탄소를 많이 생산한다. 분명 '무역장벽'을 대놓고 치는건데, 명분이 너무.. 그럴싸하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다. 계속 탄소 배출하면서 전기 만든다고 하면, 욕 많이 먹는다. 명분에서도, 힘에서도 밀린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이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그래야 잘먹고 잘 살 수 있다.


'친환경 산업'은 돈이 되는 유망 산업이기도 하다. 아래의 그래프는 미국의 친환경 기업들을 묶어놓은 ETF다. 작년에 비해 2배 이상 올랐다. 주식시장은 기업과 산업의 미래를 선반영한다.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기업들이 '수익을 창출'할 것 같으니까, 여기로 돈이 몰리는 거다. 돈은 냉정하고 현실적이다.



앞으로는 태양과 바람이 전기를 만든다. 물론, 이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한여름에 일주일동안 장마가 왔는데, 바람도 안불면, 태양광과 풍력이 전기를 예상했던 것 만큼 못 만들어낸다. 반대로, 일몰도 늦고 바람도 쎄게 분다면, 전기가 과잉으로 생산된다.


이 상황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정전'이 발생한다. '정전'이라는 단어는 두 글자에 불과하지만, 이게 엄청 끔찍한거다. 전기를 만드는 원료가 바뀌면, 전기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시스템 전체가 변해야 한다.


다음 화에 이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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