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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심해의 취미생활 Feb 09. 2021

태양광, 수소, 똑같은 친환경 테마 아니야?

뭔가 좀 다른게 있는데..?

# 친환경, 가즈아 


작년 3월부터 올해까지 주식시장이 급등했다. 그중 '친환경 테마' 투자자에게 꽤 큰 수익을 벌어줬다. 태양광, 풍력, 수소, ESS가 대표적이다. 이 분야 기업의 미래가 유망할거라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돈이 몰렸다.


대표적인 수소 관련 주식(좌)과 태양광 관련 주식(우)

배경은 간단하다. 이제 더 이상 기후 변화를 외면하기 힘들어졌다. 따라서 에너지의 생산-소비가 변해야 한다는 글로벌 컨센서스가 형성됐다. 미국, 유럽은 물론, 세계 최대의 석탄 발전 국가인 중국도 '탄소 중립'을 외쳤다.


탄소중립, 탈탄소 사회가 상식이 됐다. 거대한 파도를 거스를 수는 있어도, 피할 수는 없다. 바다 위에 있다면, 파도를 거스르기보다는 파도를 타고 목적지로 나아가는게 현명하다. 그래야 생존할 수 있다. 탄소중립을 해야하느니 말아야 하느니, 그거 당위성 따질 때가 아니다. 이제 그건 올드하다.


'친환경'이라는 '돈 냄새나는 입바른 소리'에 온 세상의 관심과, 돈이 쏠린다. 내 친구 A는 태양광 기업의 주식을, 내 친구 B는 수소관련 기업의 주식을 샀다. 둘 다 '친환경' 테마에 매력을 느꼈다.


그런데 같은 '친환경'이라고 해도, 태양광-풍력과 수소-ESS는 차이가 있다. 그리고 그 차이가 꽤 크다. 그걸 살펴보려고 한다.




# 태양광, 풍력, 좋지 좋은데..


태양광, 풍력은 '전기를 만드는' 발전원이다. 태양과 바람의 힘을 이용해서 전기를 만드는게 특징이다. 기존의 석탄발전보다 월등히 친환경적이고, 원전보다 시민들의 수용성도 높다. 기술개발이 뒷받침되면, 석탄-원전보다 더 저렴해진다. 앞으로 그렇게 될 거다.


https://energypost.eu/5-charts-show-the-rapid-fall-in-costs-of-renewable-energy/


위의 그림은 국제 에너지 기구인 IRENA에서 발표한 자료를 도식화한거다. 2010년 대비 2019년 발전원가를 비교한건데, 태양광 82%, 육상풍력 39%, 해상풍력 29% 감소했다는 내용이다. 재생에너지의 전기 생산비용이 빠르게 저렴해지고 있다.


그런데 얘네들한테는 크리티컬한 단점이 있다. 태양광, 풍력은 '자연의 선물이다. 자연이 선물을 안 주면, 전기 못 만든다. 여름철 장마 시즌을 생각해보자. 해가 안 뜨고, 바람도 안 불면, 전기를 못 만든다. 아래 그림은 연도별 일조량의 추이인데, 변동성이 있는걸 확인할 수 있다.

 


전기 공급이 충분하지 않으면, 정전이 발생한다. 그러면 반도체 공장이 멈춘다. 정지된 반도체 공장을 최적화해서 돌리려면 2-3개월 걸린다고 한다. 얼마 전 마이크론 공장에 정전이 일어났다. 경쟁자인 삼성전자, SK 하이닉스 주가는 급등했다. 근데, 이게 만약 삼성전자 공장에 발생했다면?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납품 기업의 피해도 막심하다. 그리고 공장에는 반도체 공장만 있는 건 아니다.



정전 문제가 기업에만 국한되는 건 아니다. 병원을 생각해보자. 인공호흡기, 수술실 장비 등에 필요한 전기가 없다면, 이거 큰일이다. 이건 사람 목숨이 달려있다. 원전을 비롯한 발전시설이 국가 안보시설로 지정된 이유가 있다.


전기가 부족하면 문제가 발생할 거라는 건 직관적으로 누구나 안다. 그런데, 전기는 많아도 문제다. 만약 태양과 바람이 강해서 전기의 소비량보다 전기가 더 많이 생산되는 경우, 놀랍게도 정전이 발생한다. 예상과는 달리, 전기가 과잉공급될 경우에도 정전이 발생한다.


전기가 흐르는 길을 '계통'이라고 부른다. 전기의 길인 '계통'에 전기가 지나치게 적게 지나가거나, 혹은 지나치게 많이 지나가면, 이 길이 끊어진다. 정전이다.


앞서 언급했듯, 태양광과 풍력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다. 매일매일 바뀐다. 인간이 아무리 애를 써도, 이걸 통제하기는 어려울 거다. 결국 태양광과 풍력에 의존할수록 '계통 변동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전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태양광-풍력 보급을 멈춰야 하나? 굳이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 탄소중립 해야하나?




# 아, 전기를 보관하면 돼

 

다 방법이 있다. 우리 인간은 '상상력'이라는 놀라운 힘이 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일상과 시간에 의해 '상상력'을 상실해가고 있지만, 어쨌든 누군가는 상상력을 활용한다.


앞서 언급했듯, 핵심 문제는 태양광과 풍력이 '제멋대로'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전기의 생산도 '제멋대로'라는 점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바로 '전기의 저장'이다. 이게 엄청 혁신적이다.


원래 전기라는 물질은 저장이 불가능하다. 태양광, 풍력 발전소에서 전기가 생산됐다 치면, 이걸 어디다 보관하는게 아니라, 바로 '계통'에 흘려보낸다. 얼마전 제주도 풍력 발전소의 '출력 제어'에 대한 기사가 나왔다.



전기를 수요보다 더 많이 생산하면 정전이 발생하니까, 발전소를 멈춘거다. 이러면 나중에 보상 문제도 있고 해서, 복잡해진다. 그런데 전기의 저장이 가능해지면? 상황은 달라진다.




# 수소로, ESS로 전기를 전환-저장하자


전기의 저장이 가능하다면, 발전소 멈출 필요가 없다. 계속 풍력 발전소를 돌리고, 남는 전기는 저장하면 된다. 이렇게 저장한 전기를 해가 안뜨고, 바람도 안 부는날에 계통에 흘려주면 된다. '계통 변동성'이 엄청나게 완화된다.


이러면 태양과 풍력을 중심으로 하는 에너지 시스템의 구축이 훨씬 수월하다. 얘네들의 가장 큰 약점은 '비싼 가격'과 '전력 공급의 변동성'이었다. 그런데 앞서 언급했듯, 재생에너지 생산 비용은 저렴해지고 있다. 여기다가 '전기의 저장'마저 수월해져서 '전력 공급의 변동성' 문제도 해소된다면? 그럼 재생에너지 기반의 에너지 시스템으로 바로 가는거다.


그리고 '수소와 ESS'가 '전기의 저장'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술이다.


ESS는 직관적이다. 이름 자체가 에너지저장장치(Energy Storage System)다. 전기차 배터리를 생각하면 된다. 여기다 전기를 저장해놓고, 움직일 때마다 쓰지 않나.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크게 만들어서, 발전소에 갖다 붙이면 이게 ESS가 된다. 삼성 SDI, LG화학을 대부분 전기차 기업으로 알고 있는데, 얘네가 ESS도 만든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미래에 전기차를 '이동하는 발전소'로 활용할 수 있다. 태양광-풍력으로 전기가 과잉생산된다고 치자. 이러면 전기차 소유자에게 실시간 카톡 알림이 전송될 거다. '엄청나게 싼 가격으로 전기차 충전이 가능합니다'라고 알림이 갈거고, 소유자들은 충전소에 가서 남는 전기로 충전할 거다. 과잉공급에 따른 정전 우려가 해소된다. 전기가 부족할 때는? 전기차 소유자가 충전소에 남는 전기를 방전하고 돈을 받으면 된다.



수소는 쬐끔 아리까리하다. 수소경제? 수소차? 수소로 자동차도 움직인다고 하는데, 이거 전기랑 상관없는거 아냐?라고 할수도 있다. 그런데, 거칠게 얘기하자면, 수소는 '전기를 보관하는 방법'이다.


흔히 전기차, 수소차로 구분하는데, 사실 둘 다 전기로 움직인다. 전기차는 외부로부터 충전한 전기를 배터리에 저장해서 움직인다. 수소차는 자동차 내부 소형 발전기를 통해 수소를 원료로 전기를 만들고, 그 전기로 움직인다. 수소를 전기로 전환하는 거다.


반대로, 전기를 수소로 전환하여 저장할 수도 있다. 지금도 기술적으로는 가능한데, 가격이 비다. 즉, 아직 돈이 안 된다. 그렇지만 기술이 발전하면 상용화될 거다. 이러면 태양광, 풍력 발전소에서 남는 전기는 수소로 전환해서 저장하고, 나중에 필요할 때 쓰면 된다.


수소로 전환해놓고, 남한테 팔 수도 있다. 다른 나라에 팔 수도 있다. 꿈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누군가는 시도하고 있다. 호주가 이걸 해보겠다고 한다. 노다지 냄새가 난다.



우리나라처럼 해외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솔깃하다. 나는 '기름 한 방울 안나는 나라'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 그런데 내 자손은, 그런 말을 안 들어도 될 수 있다. '기름? 기름이 왜 필요해요? 태양광, 풍력, 수소가 더 중요한거 아니에요?'라고 되물을 거다.



    

# 전기 생산 vs 전기 저장


정리를 해보자면, 태양광, 풍력은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원이다. 그리고 수소, ESS는 생산된 전기를 저장하는 저장원이다. 전기의 저장이 가능해지니, 전기가 남을때 저장해서, 필요할 때 쓸 수 있다. 태양광, 풍력의 '제멋대로' 문제를 수소, ESS가 보완해준다.


그러니 태양광, 풍력과 수소, ESS가 '친환경'이라는 테마로 같이 묶였던 거다. 얘네가 동시에 발전해야 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바로 전기의 특성과 전기의 이동방식에 있다.


전기는 기본적으로 '저장'이 불가능하다. 전기가 이동하는 도로인 '계통'이라는 도로는, 전기가 너무 많아도, 너무 적어도, 붕괴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 '계통'에 대한 관리를 잘 못하면, '정전'이 온다. 관련 분야에서 종사하는 나에게, 정전은 끔찍한 단어다. '계통 관리'가 중요한 이유다.


계통..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파진다. 그런데 이걸 알아야, 우리나라의 에너지 체계를 알 수 있다. 다음 글은 이걸 좀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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