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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京都) 시네마

교토 속 영화 발자취를 따라서(1) - 교토 최초의 촬영소 니조성

by Kelly

나의 첫 여행지자 현재 잠시 주민이 된 교토에서는 쉴 새 없는 관광객 인파들을 구경할 수 있다. 교토 길거리에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넘쳐나고 일본어 말고도 여러 언어들이 들려온다. 학교를 가기 위해 버스를 타면 싱글벙글 해맑게 웃고 있는 관광객들이 넘쳐나 버스 안에는 발 디듬을 틈이 없다. 솔직히 살짝 짜증은 나지만 어느 날에는 관광객 인파에 숨어 잠시나마 나도 관광객인 양 버스에 몸을 실어보기도 한다. 그러면 매일같이 지겹게 보던 풍경도 마치 새로운 곳의 여행지처럼 느껴진다.


아라시야마, 청수사, 기온거리 등등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교토 필수 여행지 코스이다. 당연히 이곳에 가면 길거리 곳곳에서 한국어가 수 없이 들려온다. 여러 번 일본 여행을 갔다 온 사람들 사이에서도 교토는 항상 빼먹을 수 없는 여행지이고 한 달 살기를 꼭 해보고 싶다는 곳으로 뽑힌다. 물론 현지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교토는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지역 1위로 언급된다. 안가 본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가 본 사람이 없다는 교토.


하루카를 타고 교토역에서 JR 산인본선을 타보자. 다들 교토역에서 내리면 부랴부랴 지하철을 타거나 바로 역 앞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겠지만 이 산인본선을 타면 수학여행 온 일본인 학생들과 피곤에 절어있는 샐러리맨 아저씨들 등 여러 현지 일본인들을 구경할 수 있을 것이다. 재밌게도 이 열차는 하루카 승차홈과 같이 있다. 이 열차를 타려면 같은 개찰구를 나갔다 들어왔다를 한 번 반복해야겠지만 그것이 새로운 곳으로 가는 묘미가 아닐까. 아무튼 이 열차를 타고 세 정거장을 지나면 '니조' 역이 나온다.

역을 나오면 바로 큰 성이 떡하니 반겨줄 것 같지만 의외로 성이 잘 안 보인다. 이럴 땐 실망하지 말고 잠시 역 앞에 보이는 코메다 커피에서 커피 수혈을 하고 오른쪽으로 걸어보자. 넓은 주작대로가 여러분들을 반기고 있을 것이다.


그 길을 걷다 보면 슬슬 백색의 웅장한 성이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다. 미친 듯이 질주하는 자전거들을 피해 슬슬 성이 보이려던 찰나 짧은 횡단보도 앞 그 누구도 관심 가져주지 않은 안내판이 하나 쓸쓸히 있다.

'二条城撮影所跡'라는 안내문이다.

KakaoTalk_20241111_124725594_01.jpg 니조성이 바로 보이는 짧은 횡단보도 바로 앞에서 확인할 수 있다.


아찔한 일본어들을 대충 해석해 보면 교토는 일본영화의 발상지이며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이 니조성은 1910년에 요코타 에이노스케가 세운 교토 최초의 촬영소이다. 또한, 이 니조성 촬영장을 토대로 일본 영화 산업의 시작을 알린 중요한 장소라고 적혀있다. 일본 영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키노 쇼조는 니조성을 배경으로 최초의 '충신장'을 제작했다. 참고로 충신장은 아직까지도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시대극 고전소재이다. 마키노는

당시 유명한 가부키 배우였던 '오노에 마츠노스케'와 콤비가 되어 충신장을 촬영했다.


KakaoTalk_20241111_124725594.jpg 1910년대 영화 '충신장' 속 스틸컷. 출처: National Film Archive of Japan


오노에 마츠노스케에 대해서 잠시 말하자면 그 당시 가부키 유랑극단 단원 중 한 명이었으며 마키노 감독이 소유하고 있었던 교토 극장에서 자주 공연을 선보였다고 한다. 충신장 이후 다시 한번 마키노와 오노에는 콤비가 되어 '이시야마 군기(石山軍記)'를 촬영하게 되고 이 영화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오노에는 '메다마노 마츠짱( 큰 눈 때문에 생긴 별명이다.)'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고 이후 전설적인 영화스타로 기억되기 시작한다.


교토 출신이었던 마키노는 교토를 배경으로 다양한 영화를 촬영했다고 알려져 있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교토의 풍경을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기에 씬 한 장면마다 그가 심사숙고해서 고른 최고의 교토의 풍경이 들어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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