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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lly May 02. 2023

천애해각:Lost and found

희망도 찾아주나요?



저번주에 마트에 갔더니 '初夏'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벌써 계절은 무더운 여름을 준비하라고 알려주고 있었다. 더운 듯 시원한 듯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초여름. 몸이 나른해지고 마음은 한 없이 가벼워진다.

그런 초여름을 닮은 영화 '천애해각: 영원한 사랑'은 이 맘 때쯤이면 자연스레 생각나고 다시 꺼내 보는 영화이다.





1996년 개봉 당시 일본판 영화 포스터이다. 90년대 감성이 가득하다!

영화는 홍콩 도심 속에서 쓰레기 통을 뒤지고 있는 이충 ( 금성무 )의 뒷모습으로 시작된다. 쓰레기 통에서 지갑을 찾고선 '빙고!'를  외치는 그의 옆으로 우연히 지나가던 아림( 진혜림 )은 그를 연신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남의 물건을 찾아주었지만 정작 자기 휴대폰은 쓰레기 통에 두고 가버린 그의 뒤를 아림이 뒤쫓아간다.


그가 들어간 가게에 같이 따라 들어간 아림은 자연스럽게 그가 앉은 테이블 옆자리에 가서 앉는다. 자신의 휴대폰을 가지고 있던 아림을 보고 그제야 아충은 깨닫는다. 휴대폰을 놓고 온 것을. 멋쩍은 아충은 아림 옆으로 가서 자신의 휴대폰이라고 말했지만 아직도 그를 이상한 사람으로 의심하고 있는 그녀에 세 휴대폰 뒤의 번호를 확인해 보라고 일러준다. 그리고 아충은 그녀에게 명함을 보여주며 자신이 '심부름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나름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흰 티+금성무+ 웃는 얼굴+ 보조개는 그냥 레전드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림은 그에게 모든 걸 다 찾아주냐고 물어본다. 능글맞은 미소를 띤 아충은 뭐든지 말해보라며 자신 있게 제안한다. 그리고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 희망이 없는데 희망도 찾아주나요?”


아충은 그것이 사람인지 물건이지 물어본다. 그녀는 ‘사람’이라고 답한다. 아충은 호기롭게 찾을 수 있다고 말하며 그 둘의 희망 찾기 여정이 시작된다. 영화는 아림이 아충을 만나기 전에 시간을 잠시 보여준다. 백혈병 진단을 받은 아림은 남은 시간 동안 아버지의 회사에 일하게 된다. 아림은 이곳에서 아덕(왕민덕)을

만나 잠시 사랑에 빠지고 만다. 아웅에게 말했던 희망은 아 덕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아림은 스코들랜드로 떠나기 전 아덕을 찾기 위해 아충과 홍콩 곳곳을 찾아 돌아다닌다. 결국 아충과 아림은 가까스로 아덕을 만나게 된다. 그녀는 아 덕에게 곧 그가 있는 스코들랜드로 가겠다고 약속한다. 여기서 영화가 끝난 것 같지만 아니다! 며칠 후, 아림은 이충의 사무실에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 위해 잠시 들르게 된다. 그때 아덕의 사무실로 여자아이가 찾아온다. 아이는 그들에게 오리를 찾아주고( 무슨 종류의 오리였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ㅠㅠ) 병에 걸린 엄마를 위해 마당에 심어져 있던 장미꽃을 만개하게 해달라고 의뢰를 한다. 얼떨결에 아림은 아충과 함께 이 의뢰를 맡게 된다. 


말도 안 되는 의뢰였지만 아이의 순수한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아충과 아림은 밤낮으로 노력하며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게 된다. 매일 오리를 끌어들이기 위해 사료를 투척(?) 하고 장미가 빨리 만개할 수 있도록 전문가에게 까지 부탁하게 된다. 이러저래 같이 고생하면서 전 보다 둘의 사이는 더욱 가까워지게 된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오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만개한 꽃 밭에서 아충과 아림!

아충과 아림의 고생 끝에 드디어 의뢰를 성공하게 된다. 그 후 아림은 아덕과의 약속을 위해 스코틀랜드로 떠날 준비를 한다. 하지만 아림의 몸 상태는 더욱 나빠져 있었고 그만 병원에 잠시 입원하고 만다. 그런 그녀를 만나기 위해 아충은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아림의 반응은 냉담했다. 아림은 이제야 겨우 진짜 '희망'을 찾았는데 그와 끝까지 함께 할 수 없을 것이라는 현실에 차마 그를 바라볼 수 없었을 것이다. 


며칠 후, 아림은 약속대로 아덕을 만나기 위해 스코틀랜드로 향하게 된다. 하지만 몸은 그곳에 있지만 뭔가 혼란스러운 아림의 눈빛이 스크린 속에 비추어진다. 마지막날 아덕이 말한 천애해각을 보기 위해 그곳에 도착한다. 흔들리는 그녀의 눈빛을 보며 아덕은 진작에 눈치챘다는 말투로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 같다' 라며 말한다. 그 순간 카메라는 아림을 보기 위해 그곳까지 온 아충의 모습을 보여준다. 



원래 한국 개봉 당시 영화의 부제는 '영원한 사랑'이다. 하지만 'lost and found' 분실물 센터라는 의미를 가진 이 단어가 아림과 다른 이들이 찾고 싶어 하는 무언가를 찾아준다는 의미로서 이 영화의 부제로서 더 적합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전반적으로 영화의 연출이나 스토리가 다소 엉성하다는 평가들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중국에 반환되기 전에 96년도의 홍콩과 금성무와 진혜림의 청춘 시절을 맘 놓고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은 이 영화를 충분히 감상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흰 티를 입고 순진한 표정으로 진혜림을 바라보는 금성무의 눈빛이 이 영화의 최대 개연성이다!!!


 영화를 보고 상쾌한 하늘의 하늘색과 푸른 녹음의 녹색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푸르른 배경과 다소 대비되는 아림과 이충의 다소 어둡고 단조로운 의상들은 그들의 미래를 암시하는 것 같기도 했다.

배경도 배경이지만 영화 속 오프닝, 엔딩 그리고 영화 중간중간 흐르던  Leonard Cohen의 'Dance Me To The End Of Love'의 선율이 인상 깊었다. 오프닝 때 들었을 때와 엔딩 때 들었을 때 그 선율이 뭔가 더 고조되고 슬픈 느낌이었다.

https://youtu.be/8 StKOyYY3 Gs

Leonard Cohen의 'Dance Me To The End Of Love'




그리고 영화 중간에 진혜림과 금성무가 듀엣으로 부른 '봉래는 어디에(何處覓蓬萊)'는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어울리는 곡이라고 느낀다. (참고로 이 노래는 최가박당 시리즈 그리고 가수로 유명한 '허관걸' 아저씨의 발매 곡이다.) 둘이 함께 부르면서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보기 좋았다. 잔잔하고 순애보 가득한 이 영화에 정말이지 어울리는 장면이었다.( 계속 머릿속에서 가사가 맴돈다.. 으아아악 )




https://youtu.be/yZQ_N927prI

금성무와 진혜림의 '봉래는 어디에'





전성기 때의 홍콩의 모습을 한 폭의 수채화 그럼 처럼 담은 이 영화. 지금 홍콩에 간다면 왠지 쓰레기통 주위를 서성이면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는 금성무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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