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에서 홍콩식 오리고기를 만났다.
얼마 전에 폭염을 뚫고 좋아하는 만두집엘 갔다.
오전 11시 30분이었는데, 문이 닫혀 있더라.
이게 무슨 일인가요?
오늘 만두 먹고 망고주스까지 먹으려 했는데!
내 오후 루틴 어쩐담?
깊은 고민에 빠졌다.
한 끼는 귀중하다.
고로 잘 먹어야 한다.
문 앞에 서서
재료 소진, 오후 오픈이라는 팻말 아래.
뜨거운 태양의 따가운 등짝 스매싱을 받으며
어디 가지? 하며 다급하게 플랜 B를 꺼낸다.
아니 이 근처에 내가 가고 싶었던 홍콩오리고기를 하는 집이 있는 것이 아닌가.
아니 근데 만두고 그렇고, 여기는 홍콩인가요?
그렇게 해서 들어가니.
<예약석>이 무려 3자리다. 찐맛집이구나.
안 그래도 최근에 홍콩이 너무 가고 싶어서.
홍콩 영상이랑 사진 돌려보고 있었는데.
사실 다녀온 사람들 반응이 그저 그래서, 큰 기대는 안 했다.
이곳은 한국인 주방장, 그리고 중국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가게인데.
두 분이 부부시다.
우선 새우 창펀이랑 오리국수 그리고 오리고기는 반마리를 주문했다.
사실 이거 먹고 닭강정도 먹어야 해서 오리는 반마리만 먹기로 한다.
새우 창펀은 묽은 쌀반죽을 넓게 펴서 재료를 넣고 찌는 건데,
이게 만드는 게 상당히 번거롭다고. 근데 홍콩 사람들이 아침으로 즐겨 먹는 음식 중 하나.
안 그래도 먹고 싶었는데! 정말 기대 안 했는데 최고의 맛이었다.
무려 9,000원이나 했는데.
아깝지 않았음. 아니 진짜 너무 맛있는 거 아닌가요.
쫄깃!
국수는 넘어가고, 드디어 나온 오리고기(반 마리)
친절하게 순살로만 드릴까요? 아니면 뼈도 같이 드릴까요?
하는데, 살 한 점이 아까운 빈곤한 나는 아묻따 뼈까지다.
오리고기는 화덕에 갖은 약재랑 이렇게 저렇게 해서 오래 구워내는데.
껍질이 바삭한 게 특징이다.
홍콩에 가면, 많은 식당들이 오리고기를 걸어놓고 장사한 걸 본 적이 있는데.
다 이와 같은 형식이었나 보다.
뭐 아는 맛이겠지 했는데.
아는 맛이 맛있잖아욥?
진짜 맛있었음. 담백한 살코기와
뼈에 스며든 짭짤하면서도 감칠맛이 넘치는 맛.
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괜히 홍콩사람이 밥 위에 올려먹는 것이 아니다.
훌륭한 요리로 나왔지만, 밥이 떠오른다.
두 명이서 갔는데 반 마리가 딱 적당했다.
양도 그렇고, 사실 한 마리 했으면 너무 많았을 듯.
홍콩식 오리고기라고 해서 기대 안 했는데,
너무 맛있어서.
다음엔 가족들과 와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