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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레 Nov 08. 2023

[내향인의여행] 치앙마이 마지막 편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자.


#몬쨈 여행


갑자기 몬쨈으로 여행을 갔다.

이전에 치앙다오만 간 것이 너무 아쉬웠다고 말했더니.

같이 온 친한 동생이 몬쨈으로 여행을 가자고 했다.


몬쨈은 치앙마이에서 차로 1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 있는데.

경사진 곳에 글램핑 형식으로 즐기는 곳이다.

잠시 점심을 먹기 위해 들린 식당.


경기도 가평 같은 이 느낌은 뭐지?


로컬식당이라 그런지, 서비스토 투박하고 음식 맛도 투박하다.

그래도 똠양꿍에 쏨땀에 이것저것 시켜 먹어도 2만 원이 채 되지 않는 가격.


가격만 경기도 가평이랑은 달랐다.

손님이 왜 이렇게 없을까? 그리고 왜 물은 흙탕물이지?

위에서 비가 내리나? 설마.


했는데, 역시나.


그렇다 비가 쏟아졌다. 몬쨈 가는 길은 구불구불 산길을 타고 올라가는데,

행여 산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천장에 구멍이 생긴 줄 알았다.

비가 아니 쏟아지는 게 아니라, 위에서 바가지고 들이붓는 느낌.


'아. 그래서 아까... 그 계곡에 물이!'


하마터면 불어난 물에 휩쓸려 갈 뻔했다.

도착했음에도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차에서 몇 분을 기다렸을까.

다행히 비가 그치고, 우리는 체크인을 했다.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하늘이 맑아졌다.

‘… 묘하게 가평스럽네.’


생각보다 날씨가 무지하게 추웠다. 

아무래도 산중턱이라(?)... 해가 지면 엄청 추웠다.


오밀조밀한 아기자기한 라벤더밭, 그 사이에서 사진을 잘 찍어보겠다고 모두 노력했다.

해가 지기 전에 라벤더 밭도 다녀왔다.

쓰고 나니, 딱히 뭐 한 게 없네.




#치앙마이 대학생들의 소울푸드(일수도)


치앙마이에서 먹은 음식 중에 거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치앙마이 대학 근처에 있는 식당.


Grandpa Home Kitchen


열심히 돼지고기와 밥을 볶고 계시는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다.

영어가 되기는 하지만, 

그게.. 서로 소통이 조금 어려운 편.


그래서 갈 때, 태국어로 음식 종류 몇 가지만 알고 가면 좋을 듯.

(아니 생각해 보니 영어메뉴판이 있기는 하다.)


우리는 돼지고기 볶음, 똠양꿍, 그리고 카오팟무를 먹었다.

회전율이 상당히 빠르다. 주변을 둘러보니 죄다 대학생들.

찐 맛집인가 보다. 쉴 새 없이 대학생들이 몰려온다.


고추를 볶은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콤한 향이 공기를 타고 전해져 온다.


맛은 상당히 고소하고 담백하다.

자극적이지 않았고, 정말 집밥 같은 맛.

아 똠양꿍. 진짜 맛있었다. 맘같아선 들이키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똠양꿍이 제일 기억에 남았다.

딱 작은 국그릇에 담아서 나오는데, 정말 맛이 다 했다.


"뭐야, 이거 왜 이렇게 맛있어?"



(보너스) 치앙마이에서 1일 1개씩 먹었던 간식들.


세븐일레븐에 간다면 꼭 사 먹게 되는

 <일본식 미역무침>, 술안주로 제격이다.

사실 그냥 먹어도 맛있다. 해초 비린냄새가 1도 안 나고.

달달하고 짭짤한 맛만 있을 뿐.



<딸기에 이슬>

처음 태국에 왔을 때, 한국시 소주가 인기라는 소리를 들었다.

근데 자세히 알고 보니 한국식 소주는 맞는 게 과일향과 맛이 나는 소주가 인기라는 거다.


그래서 <선물>, <건배>와 같은 한국식 소주의 태국술을 만날 수 있는데.

도대체 과일향이 나는 소주는 왜 먹는 것이지?라고 생각했는데.


궁금해서 한 입하고, 그렇게 말한 나를 자책했다.

네. 맛있습니다. 달달하니... 깔끔하고 시원해서.

얼음 타서 마시니, 이게 술인지 음료수인지 헷갈렸다.


아니, 근데 왜 딸기에이슬은 한국에 팔지 않은 걸까?

슬프다.





#외전:핸드폰을 두고 내리다


약 일주일을 함께 보낸 친구들과 아쉬운 작별을 고하는 날이었다.

내 집과도 같은 술집의 사장님이 점심을 사주셨다.


어설픈 태국어로 보고 싶을 거라며, 내년에 꼭 다시 오겠다고 약속을 했다.

님만해민은 비만 쏟아지면, 금방 잠긴다.

떠나는 날 오후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나 집에 갈 수 있겠지?’


오후 5시가 돼서야 비가 그쳤다.

족히 20킬로가 넘을 것 같은 캐리어를 ‘원님만’에 맡겨두고, 친구들과 마지막 식사를 했다

마지막에 들린 그래프 원님만.


두 시간의 식사를 마치고, 치앙마이 공항으로 향하는 택시에 몸을 실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제 집에 가고 싶었다.

집에 가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기에. 빨리 돌아가고 싶었다.


돌아가면 날 기다리고 있는 수많은 일들, 계약, 외주미팅, 책 작업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 아파왔다.


그러다 다 왔다는 기사님 말에.

허둥지둥 차에서 내렸다.


이제 막 공항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알리기 위해, 휴대폰을 찾으려는데.


아뿔싸! 휴대폰이 없다. 


주머니에 있나? 가방에 있나?

다 뒤져봐도 없었다.


그렇다 휴대폰을 잃어버렸다.


‘아 어쩐지, 이번 여행이 수월하게 흘러가나 했다!’


갑자기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다행히 노트북이 있었기에, 나는 노트북을 들고 인포메이션 창구로 향했다.


직원에게 되지도 않는 태국어로 상황설명을 하자.

기사님 번호를 아냐고 물었다.  

아니면 내 휴대폰 번호를 알고 있냐고 물었다.


하필이면 태국 유심으로… 잠깐만.


순간 오늘 식당 예약하기 위해, 내 태국 번호를 적어뒀던 게 생각이 났다.

직원분은 친절하게 자신의 휴대폰으로 내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님이 전화를 받으셨다.


기사님은 언제 '센트럴 페스티벌' 지역까지 갔는지… 15분 만에 이동한 것이다.

다행히 기사님이 발견했다며, 곧 가져다주겠다고 했다.


사실 태국 사람들은 모두 친절하다는 것을 믿고 있었기에.

걱정은 되지 않았지만, 행여 내가 비행기 시간에 늦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


다행이다. 10시 수속이었는데, 아직 8시 30분이었다.

이미 체크인도 마치고 휴대폰만 기다리는 상황.


정확히 8시 55분 기사님이 빵빵하는 클락션 소리와 함께 도착하셨다.

난 기쁜 나머지, 주머니에 있는 모든 바트를 털어 기사님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안 그래도 곧 아이폰 15로 바꿀 생각이었는데…


왜 하필이면? 



가슴을 쓸어내리며 인천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이제 진짜 집에 가자.





#후기


두 번째 치앙마이 여행이 끝이 났다.


사실 여행이라고 할 것도 없다.

그냥 친구들과 님만해민에서만 놀았었고, 태국인 사장님 술집에만 있었다.


낮에는 덥다고 숙소에서 안 나오고, 일만 했다.


그래도 재밌었다. 

그냥 치앙마이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매년 찾아갈 치앙마이. 

고작 두 번밖에 안 갔지만, 뭔가 날 반겨주는 사람이 있기에

고향 같은 기분이 든다.


내년에도 다시 갔다 와서, 브런치에 글 쓸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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