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칵, 명쾌한 소리

대학생 시무 이야기 16

by 이리

이제는 수동 카메라를 사야 한다.
지금껏 친구에게 빌린 카메라로 버텨 왔지만 졸업 전시가 가까워지면서는 이런 일에 예민해진다.
엄마에게 사정하여 20 만원을 받았다.
나머지는 한 달 동안 번 아르바이트비를 모아 50 만원을 만들었다.
현금뭉치를 은행에서 뽑아 은행 종이봉투에 싸서 가방의 깊숙한 곳에 찔러 넣고, 남대문 카메라 상가를 찾았다.
카메라를 판매하는 아저씨들은 속을 읽을 수 없는 얼굴을 하고 있다.
저 꼭대기에서 시무를 한없이 하찮게 내려다보는 눈빛으로 카메라를 내민다.
우여곡절 끝에 다섯 번째로 들어간 가게에서 중고 니콘 FM2를 샀다.
드디어 퀘스트를 완료했다는 안도감과 함께 가격을 더 깎았어야 했나,
하는 후회도 밀려온다. 후회는 일상이지만 돈은 이미 내 손을 떠났다.
어쩔 수 없는 일은 어쩔 수 없다.

졸업 과제를 하기 전에 동네에서 테스트 촬영을 해보기로 한다.
늘 빌려 쓰던 카메라라 조심스러웠는데 내 카메라라고 생각하니 왠지 안심이 된다.
필름은 두 롤을 사고, 한 롤만 테스트로 찍을 예정이다.
24장밖에 쓸 수 없다. 아껴 찍어야지.
이대입구 정문 옆 뒷골목으로 들어가 본다.
토요일 오전이라 문을 열지 않은 가게들이 많다.
막다른 골목길에 담벼락 위에 고양이 한 마리가 햇빛을 쬐고 있다.
시무가 한 걸음 다가가자 왼쪽 귀를 팔랑 움직일 뿐 도망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다행히 아직 고양이의 사정권 밖인가 보다.
시무는 그 자리에 서서 조용히 셔터를 눌러보았다.
찰칵, 하는 명쾌한 소리에 놀라 고양이는 감았던 눈을 떴다.
가만히 고개를 돌려 시무를 내려다보았다.
시무도 그 카키색 눈동자를 올려다보았다.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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