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바쁜 사람인데요

대학생 시무 이야기 18

by 이리




시무는 졸업 전시 과제중 하나를 제출했다. 이제 네 개 남았다.
다른 전공으로말하자면 기말고사 하나를 끝낸 기분이랄까?
이럴 때는 돈을 써야 한다. 맛있는 걸 사먹어야 한다.
학교에서 나와 자연스럽게 걸음이 향한 곳은 한양문고.
이 곳은 만화책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서점이다.
체크 선배와 데이트할 때 자주 들르곤 했다.
서점 입구에는 일본식 뽑기 기계들이 늘어서 있다.
마지막으로 이곳을 왔던 것은 중간고사 즈음이었을 것이다.
선배는 보노보노에 나오는 캐릭터 열쇠고리가 랜덤으로 나오는 뽑기 앞에서
야옹이 형님을 뽑아주겠다며 의기양양했었다.
시무는 야옹이 형님을 좋아했다. 아니 존경했다.
그처럼 인생을 관조하며 살고 싶었다.
둘은 주머니에 있던 동전을 탈탈 뒤져 오백 원 짜리 두 개를 찾았다.
달그닥 달그닥 하며 뽑기 버튼을 돌리자 플라스틱 원형 캡슐이 퐁-하고 떨어졌다.
캡슐을 열자 짠 등장한 것은 야옹이 형님이 아니라 보노보노였다.
사람처럼 하늘을 향하고 누워 배 위에 조개를 품은 평화로운 얼굴로.
시무는 어이없어하는 선배의 얼굴을 훔쳐보며 슬쩍 웃었었다.
-
한양문고에 도착했다
입구 앞 뽑기 기계를 보자 선배 생각이 났다.
요즘은 회사일로 바쁜 걸까.
바쁘겠지, 신입이니까.
'근데 저도 바쁜 사람이거든요..'
시무는 자신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주억거리며 서점으로 들어선다.
'앗!! 신간이 나왔네!'
역시 여기 오길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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