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시무 이야기 20
선배는 품 속에서 레쓰비를 하나 쓱 내밀었다.
"오늘은 야근이 없어서..."
학교 앞 정류장에서 기다리던 선배가 멋쩍은 듯 웃었다.
또 이렇게 연락 없이 불쑥.
시무는 살짝 당황했다.
"회사원보다 피곤해 보이네"
건네받은 커피를 손에 쥐니 얼어있던 손가락이 녹는 기분이다.
"이제 곧 졸전이라서요... 그나저나 선배."
시무는 백팩을 채 내려놓지 못한 채 물었다.
선배 얼굴을 보니 묻고 싶은 게 생겼다.
"지금 하는 일은 어때요? 좋아하는 일을 하는 거예요?"
선배는 캔커피를 따서 한 모금 마셨다.
"지금 하는 게 원래 내가 좋아하는 일이었는데, 지금은 안 좋아해."
"저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데. 이걸로 돈을 벌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시무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선배가 말을 이었다.
"나도 아직 신입이지만 말이야, 그냥 잘하는 일을 하는 게 나은 것 같아."
'난 잘하는 게 없는데...'큰일이네, 시무는 속으로 생각했다.
딱히 잘하는 게 없다.
선배와 헤어지고 혼자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길,
머릿속을 구석구석 뒤져보아도 찾을 수 없었다.
요즘은 딱히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고.
아, 이건 변명인가.
우선 눈앞에 쌓여있는 졸업전시부터 해결해야 한다.
괜찮아, 취업은 그다음에 생각하자.
주머니에서 레쓰비를 꺼내어 볼에 갖다 대었다.
캔커피는 아직 식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