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 시무 이야기 4
"오래돼서 그래. 이럴 땐 재부팅을 하는 게 좋아."
시무의 컴퓨터는 갑자기 먹통이 되어 마우스 커서가 무한 로딩을 하고 있었다.
안절부절못하는 심정은 뒤통수에서도 뿜어져 나온다.
소설팀 디자인부 대리가 탕비실에서 나오다 시무의 기운을 느꼈는지 말을 걸었다.
다 알고 있다는 말투였다.
"아... 고맙습니다. 제가 이전 버전까지만 써봐서요..."
어째 발가벗겨져 거리로 나선 기분이다.
"지금 이 버전도 나온 지 오래된 건데, 도대체 어떤 맥을 써본 거야?"
"아마 학교 맥실에 있던 건 파워맥일 거예요."
"어머. 나 다닐 때도 그거였는데, 에휴. 그 학교도 학생한테는 돈을 안 쓰는구나."
대리는 믹스커피를 아예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더 이야기할 심산이다.
"근데 여기는 신입이 별로 없나 봐요. 다들 혼자 작업하시는 분위기네요.
사무실도 너무 조용하고, 회사는 원래 그런 건가요, 출판사라서 그런 건지...?"
목소리를 낮춰 시무가 말했다.
사락, 하고 어딘가에서 책장을 한 장 넘겼다.
학교에선 잘 몰랐던 것도 인터넷에 검색해가며 들키지 않았었는데,
이곳에선 며칠 되지 않아 들통 나 버린 걸까. 시무는 애써 침착한 말투로 화제를 돌렸다.
"이 회사에 신입은 시무 씨가 처음인 거 알고 있어요? 여긴 경력직이 아니면 잘 안 뽑아."
재부팅하기를 기다리며 대리가 말을 이었다.
"다들 신경 안 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무 씨가 엄청 신경 쓰일걸.
저 신입은 뭔데 여길 들어왔나 하구."
대화하는 사이 다시 컴퓨터 화면에 생기가 돌았다. 다행이다.
"됐다, 이제 켜졌지.."
"아..."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봐."
대리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갈 것처럼 이야기하고 나서,
"아무도 먼저 나서서 알려주지 않아. 회사는 그런 곳이야"
암표라도 파는 사람처럼 허리를 숙여 속삭였다.
시무가 무언가 대꾸할 말들은 찾았지만, 머릿속에서 빙빙 맴돌 뿐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대리님, 컵 놓고 가셨어요."
대리에게 잊힌 노란 머그 컵을 들고 시무는 겨우 한 마디를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