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거실

직장인 A 씨 이야기

by 이리


나는 점심시간에 집에 온다. 직장은 집에서 자전거로 5분 내에 주파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일하는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하루에 총 8시간이다.

점심시간은 오후 1시부터 2시로 근무 중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이다.

오늘은 영상 31도라고 하던데, 점심쯤 되면 이미 체감기온은 40도쯤 되는 것 같다.

점심 종이 울리자마자 자전거에 올라탔다. 경주마처럼 페달을 밟았다. 이마에서 땀이 투투둑 하고 떨어진다.


1시 6분.

현관문을 열자마자 옷을 하나씩 벗고 샤워를 한다.

반려묘가 다가와 벗어놓은 옷 위에 앉는다.


1시 11분.

기계처럼 정확한 움직임으로 밥을 뜨고, 김치찌개를 끓이고, 얼음통 속 얼음을 꺼낸다.

나무로 만든 숟가락을 꺼내 물에 씻고 트레이에 올려놓는다. 젓가락은 쓰지 않는다.


1시 17분.

왼손으로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를 라디오 앱으로 튼다.

오른손으로 묵묵히 밥을 입 속으로 집어넣는다.

반려묘가 냐앙-하며 내 다리를 비벼댔다.

아차, 밥 주는 걸 깜빡했다.


1시 29분

얼른 사료를 채워주고, 내 밥그릇은 싱크대에 넣어 물만 채워 놓았다.

점심시간에 설거지까지는 무리다.


1시 33분

핸드폰 알람 1시 50분에 맞춰놓고 소파에 누웠다.

배는 부르고 눈꺼풀은 반쯤 감겨있다.

고양이의 젤리와 바닥이 닿았다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머리맡으로 와 숨숨집에 숨었나 보다.

밖은 아직 밝고, 선풍기 소리는 규칙적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파에 닿은 등부터 서서히 녹기 시작해

팔을 지나 목에 이르고 코까지 흐물흐물해지면서 잠에 빠져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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