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원 시무 이야기 8
이거 나 보라고 가져온 거야?
김 팀장이 중간에서 체크 좀 하지 그랬어.
디자인팀 김 팀장은 고개를 숙였다.
시무 씨, 그래도 나는 재밌는 일 좀 해보라고 표지 하나 줬는데.
국내 소설책 표지 디자인 이거 아무나 맡기는 거 아니야.
나 실망했어, 김 팀장.
사장은 김 팀장과 시무를 바라보다가 작게 한숨을 쉬더니,
다음 회의 시간까지 팀장님이랑 잘 상의해서 수정해 봐~ 알았지?
-네.
말이 끝났나 싶더니 또 이어진다.
그런 거 있잖아. 살짝 고급스러운데 화려하진 않은 거.
젊은 사람이 왔으면 좀 새로운 것 좀 가져와 봐 봐.
그런 거 하라고 시무 씨가 이 회사에 들어온 거야. 응?
이 작가님이 5년 만에 우리 출판사에서 책 내는 건 다들 알고 있지?
시무 씨의 풋풋한 감성 기대할게~ 알았지?
그렇게 회의가 끝났다. 시무는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김 팀장은 시무를 소회의실로 불렀다.
그러게, 내가 그랬잖아. 사장님이 안 좋아할 거라고.
-죄송해요.
아까 사장님이 보여준 샘플. 그런 느낌으로 만들어야 돼.
지난달에 베스트셀러 된 그 에세이 책 느낌으로.
안 그러면 다음에도 또 까일 거야.
시무 씨 심정은 알겠지만, 회사에선 안전하게 잘 팔리는 걸 원해.
-그렇지만 아까 사장님이 새로운 거 해보라고... 하셨는데.
그 인간 말만 그래.
우리 회사에서 나온 책 표지 한번 쭈욱 봐봐요.
그럼 답 나올 거야.
시무 씨, 너무 고민하지 말고 대충 맞춰줘요.
어쩌겠어, 사장이 컨펌을 해줘야 이게 넘어가지.
회사란 게 다 그래.
-네…
그 날 저녁 시무는 어제 반려되었던 표지 파일을 열었다.
그래, 다시 보니 어설프긴 하다. 어제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사장이 보여준 표지 이미지를 화면 왼편에 열어놓았다.
화면 오른편에서 새 작업 파일을 만들었다.
잘해야 하는데, 인정받고 싶은데.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마음으론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 지금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지?
정말 팀장님 말대로 디자인 일이라는 게 원래 이렇게 하는 건가?
풋풋한 감성은 또 어떻게 하라는 건지?
시무의 컴퓨터 화면은 왼쪽 이미지를 클릭했던 마우스 포인터가
오른쪽 편집 프로그램으로 옮겨졌다가
갈 곳 없이 시계 방향으로 휘휘 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