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엄마와 점심을 함께 하기로 했다. 메뉴를 고민하다 테마를 정했다. 그래! 혼자서는 먹지 못했던 것을 먹자! 답은 하나다! 배달 떡볶이.
응급실 떡볶이를 먹고 싶었으니 낮에는 주문이 안된다고 하여 소크라테스로 변경, 매운맛 3단계를 먹었다. 어묵을 하나 집어먹었을 뿐인데 눈물이 흘렀다. 엄마를 쳐다보니 벌써 휴지로 콧물을 닦고 있었다. 3단계가 이 정도면 4단계는 얼마나 맵단 말인가! 엄마는 다음번엔 꼭 2단계로 먹자고 신신당부했다. 맵기도 했지만 양도 많아 반 이상 남겼다. 앞으로 일주일 정도는 떡볶이를 먹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남은 건 샐러드볼에 넣어 냉장고에 봉인했는데 이건 언제쯤 먹을는지.
후식으로는 크로와상 두 개를 준비했다. 레몬과 티라미슈 맛이다. 엄마는 "배불러 더 이상 못 먹어."라고 하길래 커피믹스를 진하게 타 주었다. 맥심 모카 골드를 한잔 마시면 레몬 크로와상을 한입 먹고 싶어 지고, 그러면 다시 맥심 모카골드가 당기고, 티라미슈 크로와상을 한입 베어 물는 무한 지옥에 빠진다. 엄마도 무한 루프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진다. 우린 '뭉쳐야 찬다-미스터 트롯 편'을 보며 빵과 커피를 해치웠다.
크로와상은 둘 다 치아가 시릴 정도로 달았다. 양치질을 했는데도 입 안의 달달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엄마를 지하철까지 배웅하고 나서 나는 작업을 하러 스타벅스로 출발했다. 혀로 어금니를 만져보니 아직도 단내가 났다. 부른 배를 자전거 위에 싣고 달려오는 내내 고민한다. 음료는 뭘 먹지?
지난주에는 핫초코, 어제는 카페모카였고, 그제는 코코넛 콜드 브루, 오늘까지 달달한 걸 먹고 싶진 않은걸.
순간 팟! 하고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정답은 콜드 브루다! 아메리카노보단 쓰지 않으면서도 입 안을 정화시켜줄 수 있는 단 하나의 메뉴우!
이런 생각을 다 하다니 나도 이제 어른이 된 것인가.
나는 한껏 도시 여자 같은 말투로 '콜드 브루 톨 사이즈'를 주문했다. 주문을 받는 alice님은 모르시겠지. 내가 오늘 어른이 된 날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