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 지옥에 빠졌다

by 이리

시장에서 새우 30마리를 10,000원어치를 샀다. 요즘은 새우도 껍질째 먹지 않는가! 나도 그냥 산적처럼 우적우적 먹어야지 하는 생각으로 들고 왔는데 막상 집에 오니 껍질을 까고 싶어 졌다. 내 생각은 하루에도 365번 바뀐다.
나는 다른 건 건드리지 않고 머리만 따기로 했다. 반 정도 했을까? 혼자 놀다 지루했던 이리가 내 발밑으로 와서 만져달라고 운다. 배를 뒤집고 앙앙 소리를 내며 나를 재촉한다. 비린내 나는 손으로 만질 수는 없었기에 조금 있으면 끝난다고 달랜 후 제거 작업을 계속한다.
머리를 툭 떼어내니 실처럼 생긴 똥 같은 게 딸려 나왔다. 어디선가 이게 새우 내장이란 소릴 들은 것도 같고. 오홍, 이렇게 하는 것인가? 체험 삶의 현장에서 이런 제거 작업을 했던 것 같은 기시감마저 들었다. 하다 보니 오기가 생긴다. 기왕 시작한 거 내장까지 제거하자 싶어 이미 작업한 새우까지 다 뒤적여 허리 쪽 내장을 뺐다.

작업한 새우를 씻고 나서 냉동실에 넣기 전, 가만히 들여다보니 배 쪽에도 길고 검은 줄이 박혀있는 게 보였다. 왠지 신경 쓰인다. 내장 part2 같은 것인가? 이 놈도 제거하자! 집도는 내가 한다.
손으로 꽉 잡고 빼면 쑥 빠지는 허리 쪽과는 달리 배 쪽은 칼집을 내어야 빼낼 수 있었다. 우리 집엔 과도가 없어 식칼로 했더니 섬세함이 부족해서 새우가 좀 너덜너덜해졌다.

이제 와 글을 쓰면서 검색해보니 새우 배 쪽 내장은 이쑤시개로 하면 쉽게 뺄 수 있다고 한다. 오늘도 나는 새로운 정보를 습득했다! 어쨌든 새우의 모든 딱딱한 부분은 제거되었다. 뿌듯하네.

작업을 완료하고 싱크대를 보니 새우 껍질이 한 더미이고 정작 새우 속살은 작은 밥공기 한 개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 많던 새우는 어디로... 뿌듯하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한 시간이 지나 있네! 다음번에 아마 홈플러스에 가서 손질된 칵테일 새우를 사겠지만 나는 이 한 시간만큼은 이토록 뜨거운 인간이었다!

싱크대 옆에서 날 기다리던 이리는 지쳤는지 식탁 의자 위에 올라가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잔다. 몇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내 손에서 비린내가 나서 아직도 이리를 쓰다듬어 주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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