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가 왜 좋아?

by 이리

우리 집에는 쌍둥이 1호 모모와 2호 리리가 있다.

1호인 모모는 언제부터인가 악어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왜 하필 악어인가? 그게 언제부터인가, 기억을 더듬어보면

악어가 그려진 물병을 사줬을 때부터인 듯하다.

아기들이 물을 먹는 컵은 크게 세 가지 형태로 진화하는데

1. 젖병

2. 빨대컵

3. 주둥이를 입을 대고 마시는 컵

이런 순서이다.


모모 리리가 한창 빨대컵에 익숙해진 다음, 어른들이 마시는 보통의 컵을 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지금쯤이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면 좋겠군. 하는 생각에 3. 주둥이에 입을 대고 마시는 컵을 검색했고

그곳에 마침 악어가 그려져 있었던 것뿐이다.

그렇다고 거기에 악어만 있었던 것은 아니고 사자, 기린, 호랑이 등 다른 동물도 많이 그려져 있었다.

컵 이름도 사파리 컵이었다.


컵을 받아 모모에게 주니 바깥쪽에 그려진 여러 동물을 가리키며 내게 이름을 물어봤고 하나하나 대답해 줬다.

그중 가로로 긴 동물을 보고 손가락으로 뭐냐고 묻길래

“이거 악어야.”

하고 말해주니 그 발음이 좋았는지 혼자

“악어... 악어...”

하고 중얼거렸던 것 같다. 그게 이 질긴 인연의 시작이었을까!


물론 집에는 그것 말고도 다양한 컵이 있다. 각각의 컵은 어느새 자연스럽게 물컵, 음료 컵, 어린이집용 컵, 등 자연스럽게 그 용도가 정해졌고 악어 컵은 음료 컵이 되었다. 요즘 모모가 빠져있는 음료는 망고 우유인데 답은 알고 있지만 난 늘 물어본다.

“어디에 담아 줄까?”

대답은 정해져 있다.

“악어”.


몇 달 전엔 같이 마트에 장을 보러 갔는데 장난감 코너를 보더니 “악어! 악어!”라고 해서 모모가 가리키는 곳을 봤다. 손가락만 한 작은 공룡 모형을 8개 정도가 들어있는 투명 플라스틱 박스였다. 나는 설명했다.

“모모야, 이건 악어가 아니고...”

말도 꺼내기 전에

“악어! 악어!”

하고 소리쳐서 얼른 사줬다. 가격 대비 구성이 훌륭한 점도 한몫했다.


우리 가족이 함께 자는 침대방은 벽지가 조금 들떠 있는 부분이 있는데

리리가 그 튀어나온 종이 끄트머리를 쭈욱 잡아당긴 모양이다.

벽지가 위로 찢어지면서 목이 긴 공룡(메갈로 사우루스) 모양으로 떨어져 나갔다.

그걸 보더니 모모가 또

“악어! 악어!”

라고 말하며 좋아한다. 나는 사실을 바로잡아주려고

“모모야, 이건 악어가 아니고...”

해봤자 소용없다. 모모는 내 얘기를 듣지도 않고

“악어! 악어!”

하고 소리친다. 우리 집에서 공룡=악어가 되었다.


모모가 좋아하는 티셔츠에는 강아지가 그려져 있다.

샤워 후 항상 그 옷을 찾기 때문에 벗자마자 세탁해 두는데 한 벌밖에 없으니

일주일에 사흘 정도는 강아지 옷을 못 입는 날이 발생한다.

어제가 바로 그런 날이었다. 샤워하고 나와서

“멍뭉! 멍뭉!”

하길래

“멍뭉은 오늘 입은 옷이잖아. 그건 지금 세탁기에 넣어놨어. 다른 옷 입자.” 나는 최대한 상냥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코끝이 벌렁벌렁하면서 울 것 같은 얼굴이 된 모모.

나는 잽싸게 기지를 발휘해서 서랍 속 브로콜리 옷을 집어 들었다.

“이것 봐! 악어 색깔이랑 똑같지, 이거?”

했더니 모모가 끄덕끄덕한다. 이게 먹힐까? 했는데 먹혔다.

초록색 악어 색깔이라 브로콜리도 오케이다.


며칠 전에는 악어 그림책을 세 권 주문했다. 이야기 그림책 두 권과 정보 그림책 한 권이다.

바로 어제 낮, 책이 도착했다. 모모와 리리를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오는 길에 모모에게 귓속말로

“모모야, 엄마가 모모 주려고 책 선물 샀는데 그게 오늘 도착했어.”

라고 얘기하니

“햇배(택배)! 햇배!” 라길래,

“응! 맞어! 택배로 도착했지. 악어책 세 권 샀어!”

라고 말하니 뛰면서 좋아한다.

집에 도착해 책 실물을 보고선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열심히 구경한다.

옆에 있던 리리가 (당연히) 갖고 싶어 해서

“그럼 각자 좋아하는 책 가져가기!”

라고 말했더니 세 권 중 하나를 고른다.

이야기 그림책을 고를 줄 알았는데 정보 그림책을 고른 모모. 조금 의외였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눈 비비며 거실로 나와서는

“악어! 악어!”하면서 그 정보 그림책을 펼쳐 놓고 뚫어지게 쳐다본다.

내가 읽어준다고 해도 싫다 하면서 같은 페이지만 보고 있는 모모.

모모는 악어가 왜 좋을까? 저 조그만 마음속을 들춰보고 싶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까닭을 알 수 없다.

하긴 나 역시 내가 줄무늬 티셔츠를 왜 좋아하는 것을 설명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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