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사이에 피어난 버섯

by 이리

베란다에는 노란 버섯이 활짝 피어있다.

건물 사이에 피어난 장미... 가 아니라 립살리스 사이에 핀 버섯이다.

립살리스 폭스테일이라는 더벅머리총각처럼 머리채를 길게 늘어뜨리는 식물 사이에 노란 버섯이 피었다.

이 식물은 우리 집에 온 지 8개월 정도 되어 이제 나의 관심 식물에서 벗어나고 있던 중이었다.

처음(2023년 1월)에는 더벅머리 소년 정도로 삐죽삐죽한 머리였는데 이제 머리카락이 제법 자라서 특별히 유심히 살펴보지는 않고 있었다.

머리카락을 늘어뜨리다 보니 이마와 머리 사이(?)의

공간 속에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었을 줄이야!

오우! 아이 해브 노 아이디어!

대체 어떤 촉촉한 사건이 벌어졌길래

이렇게 색깔 고운 노란 버섯이 피었을꼬?

사실 녀석을 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 아니다.


바로 어제! 무심코 베란다에 구경 나온 나는 스윽 <건조 식물원(우리 집 식물원의 이름이다)>의 식물들을 둘러보다가 노란색을 보고 잠시 눈을 의심했다.

<건조 식물원>에 노란색이라니요?

다름 아닌 초록초록 머리카락 사이에 노란 얼굴을 빼꼼 내밀고 있던 녀석과 눈이 마주쳤던 것.


저 영롱한 Y 100의 노란색이 이뻐 차마 뽑아버리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하루의 시간을 더 줄게.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아마도 넌 타버리겠지’ 하고 부모의 복수를 꿈꾸며 칼을 갈고 원수를 만나러 왔지만 그 사람이 불치의 병에 걸린 건 알게 된 비운의 검객처럼 속삭였다.

하루 만에 또 어떤 축축한 공기를 슉슉 흡입했는지 이번엔 갓까지 세웠다.

그 성장세가 마치 구문초(모기퇴치 식물 구문초도 마치 잡초 같은 생명력을 가졌습니다!)의 그것을 보는 것 같아 나는 감탄해 마지않았지.

이만큼 쭉쭉 성장하는 캐릭터라면 더더욱 뽑아버릴 수 없다.

어느 수목드라마의 성장캐도 이보다 더 왕성한 기세로

성장할 수 있을까! 나는 원래 버섯이란 생명체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이걸 보고 진지하게 버섯을 키워볼까,

하며 검색도 해보았다. 찾아보니 버섯 키트라는 걸 파는

모양이다. 곰팡이가 든 키트를 사서 하루하루 분무기로

물을 뿌려주면 버섯이 자라나서 그걸 바로 따서 맛있는 버섯볶음도 해 먹을 수 있는...


일단 장바구니에 넣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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