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구는 스트릿 출신이었다.
오구의 엄마는 네 마리의 새끼를 낳고서 새끼를 돌보지 않았다고 한다.
엄마의 보살핌이 없었던 고양이 새끼들은 모두 죽었고 기적적으로 오구만은 살아남았다고.
당시 오구가 있던 곳에는 길냥이 밥을 주는 사람이 있어 꽤 많은 길냥이들이 밥을 먹을 수 있었는데
다들 덩치 좋은 어른냥이였기에 비실비실한 오구는 밥을 얻어먹지 못해 말라가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게 하루하루 연명했던 녀석을 보다 못한 남편이 병원이라도 한번 가보자며 오구 얘기를 나에게 했다.
남편이 오구에게 이동장을 내밀었을 때 녀석은 운명을 예감한 듯 제 발로 이동장 안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내가 처음 본 오구는 뼈가 드러나서 고양이인지도 알아볼 수 없는 상태였다.
병원에 데리고 갔을 때 범백과 파보 진단을 받았고 의사는 치사율 50%라며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
오구는 죽을 운명은 아니었는지 하루하루 힘을 내어 우리와 함께 일 년 넘게 잘 살고 있다.
건강을 회복하고 보니 오구의 나이는 이제 한 살 반에서 두 살 정도.
평범한 고양이의 중성화 시기를 훌쩍 넘긴 나이가 되었다.
늦은 나이에 땅콩 수술을 받게 된 오구.
고자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걸까. 수술 후 식음을 전폐하고 끙끙대며 앓는 모습이 안쓰럽다.
저러다 아사하는 거 아니야? 할 정도로 츄르도 거부하길래 내심 걱정했는데
다음날부터 언제 그랬냐는 듯 똥꼬 발랄하게 돌아다닌다.
오래오래 만수무강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