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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 속, 나만의 기술적 상상

리터러시 인사이트 제7화

by 시뮬라크르

다시, 새로운 창작의 시작


2025년 3월 말, 업데이트로 챗GPT 이미지 생성 기능이 놀랍도록 발전했습니다. 불과 1주일 전까지만 해도 어려웠던 것들을 쉽게 해냅니다. 입력한 명령을 더 정확히 반영하고, 첨부한 사진을 잘 재현합니다. 예전엔 한글은 깨지거나 엉뚱한 단어가 생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제는 그런 문제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필자는 강의자료에 넣는 이미지 제작에 챗GPT를 활용합니다. 강의 내용 일부를 붙여 넣고 ‘이 내용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줘’ 같은 주문을 하면, 기대 이상의 관련성 높은 이미지가 만들어집니다. 챗GPT 업데이트 이후 강의 내용을 이미지화 해봤습니다. 명령어는 다음과 같습니다.


강의 PPT를 만들고 있어, 다음 내용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어줘.

사물은 퇴화하거나 사라짐

자연 현상으로 이러한 문제는 반드시 일어남

예) 사진: 색바램, 카세트테이프: 필름 늘어남

디지털 미디어에 기록된 것은(삭제하거나 저장 매체 파손 제외) 퇴화하거나 사라지지 않음


image01.png 생성형 AI로 만든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 이미지 (생성: 챗GPT-4o)


‘지브리 스타일’로 나를 그린다면?


지금 카카오톡을 열어보세요. 친구 프로필 사진에 만화 스타일, 정확히는 ‘지브리 스타일’의 이미지가 많지 않은가요?(현시점 유행이겠지만) 필자도 챗GPT로 만든 이미지를 프로필로 올렸습니다. 제 사진을 덧붙이고, ‘이 사진을 일본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바꿔줘’라고 요청하니, 몇 분 만에 만화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배경도 그대로 반영되었습니다. 여기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작권 문제는 없을까?’, ‘진정 내가 만든 이미지가 맞을까?’



image02.png 필자의 사진을 생성형 AI을 통해 애니메이션 스타일로 변경한 이미지 (생성: 챗GPT-4o)


AI 생성 이미지와 저작권


생성형 AI가 만든 이미지 자체는 저작권이 없습니다. 저작권법에서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이라고 규정하기 때문입니다. AI는 인간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지브리 스타일’로 만들어진 이미지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단순히 ‘지브리 스타일’이라는 이유로 저작권 침해가 성립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아이디어, 화풍, 스타일 같은 추상적인 요소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경계가 모호하고 논란의 여지 역시 있습니다.


필자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닌 듯, ‘지브리 스타일’ 관련 기사와 포스팅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 챗GPT를 개발한 오픈AI가 허락 없이 특정 애니메이션을 AI에 학습시켰다면 저작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단순한 스타일이나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은 괜찮다는 의견도 함께합니다. 복잡한 문제입니다. 이렇게 책임의 경계 줄다리기 속에서 우리는 생성형 AI를 통해 콘텐츠를 창작하고, 소비하고, 공유하고 있습니다.

생성된 콘텐츠를 읽는 능력


다시 말하지만, 직접 콘텐츠를 ‘생성’하는 시대에 왔습니다. 이 변화 속에 자연스럽게 ‘AI 리터러시’라는 개념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대체로 관련 연구들은 AI 리터러시에 대하여 AI를 이해하고, 적용하며, 평가(비판)하고, 창조하는 능력이라고 설명합니다. AI 리터러시는 미디어 리터러시, 디지털 리터러시, 정보 리터러시 등 여러 리터러시의 연장선에 등장했습니다. AI의 윤리적 측면 역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챗GPT나 미드저니를 통해 누구나 의도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콘텐츠 소비자에서 생산자, 나아가 연출자가 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이미지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AI는 왜 이런 방식으로 표현했으며, 저작권 같은 제한 사항은 없는지 등을 읽어낼 수 있는 AI 리터러시입니다.


공장처럼 그림을 만들어 내는 것은 우리는 연출자가 아닌, AI 플랫폼 소비자 또는 생산자 단계에 머물게 합니다. 물론 생성된 이미지뿐만이 아니라 글, 영상, 음악 모두 해당합니다.


생성형 AI 시대의 ‘대중적 기만’


미디어 철학자 빌렘 플루서(Vilém Flusser)는 현대 미디어가 구조는 복잡하지만, 기능적으로 단순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예컨대 유튜브 영상은 복잡한 알고리즘에 의해 작동하지만, 우리는 추천되는 영상을 간단히 시청합니다.


이 시점에 플루서의 ‘대중적 기만’이라는 개념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플루서는 기술로 나타나는 형상이 겉보기에 자연스럽고 중립적으로 보이지만, 어떤 권력이나 기획으로 구성된 체계로 보았습니다. 가령 건강정보 TV 방송에 특정 기업의 건강식품을 소개하는 상업적 의도가 함께 숨어있기도 합니다. 미디어가 쉬워질수록 우리는 더 자연스럽게, 감각이 마비된 채 내용을 받아들입니다.


지금 우리가 보는 생성형 AI 이미지 역시 겉으로는 내 지시로 이미지가 만들어졌지만, 이면에는 학습 데이터, 문화적 편향, 상업적 기획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순수한 이미지 자체로 봐야 하는가?’라고 스스로 돌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술적 상상을 통한 새로운 창작


플루서는 기술을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았습니다. 우리가 기술로 구현된 형상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이를 해독하고, 인간 특유의 ‘상상’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고도 봤습니다. 이것이 ‘기술적 상상’입니다. 우리는 생성된 이미지에 감탄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생성된 구조와 배경을 이해하고 비판하며, 거기에 나만의 해석과 맥락을 연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챗GPT에 내 사진을 업로드하고, ‘지브리 스타일로 바꿔줘’라는 한 줄의 명령어로 생성된 이미지가 ‘잘 나왔다’라는 감상에 머물 수 있습니다. 기술적 상상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지브리 스타일’이 어떤 기술과 사회문화적 환경에 작동했는지 생각하고, 다른 명령으로 이미지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실험할 수 있습니다. 주변 사람이나 SNS에 내 생각과 메시지를 전하고, 편집을 통해 나만의 콘텐츠로 발전시킬 수도 있습니다. 단지 기술을 소비하는 것이 아닌, 연출자로서 재해석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플루서의 말처럼 기술은 우리를 기만할 수도 있지만, 더 넓은 상상 역시 가능케 합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떤 태도를 가지냐에 달려 있습니다.


image03.png 현재 본문 내용을 ‘지브리 스타일’로 그려달라고 했을 때 생성된 이미지. ‘왜 이렇게 표현했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나만의 해석을 할 수 있다. (생성: 챗GPT-4o)


AI 리터러시를 통한 기술적 상상, 그리고 실천


지금, 이 순간에도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기업은 더욱 정교한 AI 기술을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술 자체는 더더욱 복잡해 지지만 이용은 더 쉬워졌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대중적 기만에 빠질 여지도 커졌습니다. 쉽게 만들어지는 ‘지브리 스타일’에 이렇게 세상이 호응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기술 이용 방법을 아는 단계를 넘어야 합니다. AI 리터러시는 AI 이해 및 활용 능력과 함께, 기술 속 현실을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그것을 창의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을 포함해야 합니다.


결국 창작, 비판, 재생산, 상상의 반복이 생성형 AI 시대 ‘기술적 상상’의 방향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AI가 만들어 준 지브리 스타일의 내 모습을 ‘내가 만들었다’라고 느끼는 것을 시작으로, 왜 이렇게 나왔는지 해석하고, 다르게 만들고, 생각과 상상을 덧붙여 보면 어떨까요.



참고문헌


Flusser, V. (1996). Kommunikologie. 김성재 역(2003). 코무니콜로기. 서울: 커뮤니케이션북스.


Ng, D. T. K., Leung, J. K. L., Chu, S. K. W., & Qiao, M. S. (2021). Conceptualizing AI literacy: An exploratory review. Computers and Education: Artificial Intelligence, 2, 100041.


ZDNET Korea(2025. 03. 30). [써보고서] 그림도 글도 한 번에···‘챗GPT 이미지 생성기’ 미래 바꾼다. URL: https://zdnet.co.kr/view/?no=20250330113731


뉴스1(2025. 04. 01). 챗GPT ‘지브리 스타일’ 논란···AI 저작권 문제 뜨거운 감자로. URL: https://www.news1.kr/it-science/general-it/5737679


*이 글은 '디지털포용뉴스'에 기고한 칼럼을 수정하였습니다.

URL: https://www.dginclusion.com/news/articleView.html?idxno=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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