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시처럼 : 말로 못 전한 마음, 시로 흘러나오다
마음이 복잡하고, 말이 되지 않던 어느 날
정리되지 않은 감정들이
조용히 시가 되어 흘러나왔다.
시를 쓰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내 마음을 돌아볼 수 있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말들이
서로에게 얼마나 날카롭게 꽂혔는지,
그제야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딸과의 대화에서 자주 실패했다.
말을 꺼낼 때마다,
전하고 싶은 마음보다는
억눌린 감정이 먼저 튀어나왔다.
설명하려 애썼지만,
감정의 칼날이 말을 먼저 베어냈다.
그리고 결국 침묵만이 남았다.
말을 통해 닿고 싶었지만, 그 말이 오히려 상처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말이 되지 않은 감정을 '시'로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지금 소개하는 두 편의 시는,
그 시절 내가 차마 꺼내지 못했던 감정들의 조각이다.
감정의 칼날
아무리,
설명하려고
설명하려고
시도해도
감정의 칼날이
툭, 튀어나온다.
또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가다듬고
얘기하려 해도
말의 소용돌이에 갇혀
칼날을 감출 수 없다.
더 이상 말을 잃은 나는
오래된 침묵과
벗이 되어버렸다.
말의 끝
말을 하면
창이 날아든다.
그대로 맞는
창끝의 차가움.
애써 외면하지만
가슴을 스쳐간다.
말을 실은 창은
천 리를 간다.
어디에 꽂혔나
찾아보다가,
명치에 박혀
숨이 멎는다.
길을 비켜라
길을 비켜라
애원해도
떠나질 않는다.
말을 말자
말을 말자
창은 날아오지 않는다.
오래된 침묵 하나가
내 옆에 앉았다.
-심우연
이 시들을 다시 읽을 때면,
나는 그 시절의 나를 마주하게 된다.
설명하지 못한 감정들,
닿지 못한 말들,
그리고 닿고 싶어 애쓰던 진심.
말은 실패했지만,
시 속에서는 감정이 비틀거리며라도
조금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지금도 나는 여전히 서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말이 닿지 못한 자리에서라도,
마음은 다른 방식으로 건너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시작은, 조용한 문장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