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시선으로 쓴, 엄마의 상상과 고백
그날, 엄마는 울며 집을 나갔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현관문 앞에 서서 멀어지는 엄마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밖엔 할 수 없었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 열한 살이었다.
아직 어린아이였다.
하지만 그 순간, 내 안에 무언가 '툭'하고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때부터 나는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느꼈다.
동생은 아직 아기였지만, 제법 잘 걸었다.
대신 예측할 수 없이 튀는 아이라
항상 사고라도 날까 봐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
엄마를 보고 싶어 하는 동생의 손을 꼭 붙잡고 도로를 건넜다.
조금만 한눈을 팔면 도망칠지도 몰라
늘 손에 힘을 주고, 주변을 살폈다.
엄마는 너무 지쳐 있었다.
나는 그런 엄마 앞에서 더 조심스러워졌다.
동생과 함께 다가갔을 때,
엄마는 우리를 보며 짜증을 냈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엄마가 화를 냈다는 게 아니라,
그렇게까지 망가진 엄마의 모습이 더 무서웠다.
엄마는 말없이 바닥을 바라봤고,
나는 그 옆에서 동생의 손을 잡고 서 있었다.
그때부터였을까.
내가 아이이기를 멈춘 게.
동생이 태어났을 때,
가족 중 내가 제일 기뻐했던 것 같다.
작고 따뜻한 생명이 생겼다는 사실에
매일이 설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엄마는 점점 지쳐갔다.
동생은 사랑스러웠지만,
그 사랑은 곧 책임이 되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지만,
나는 엄마를 돕고 싶었고,
동생을 지켜야 한다고 느꼈다.
그 마음은 어느새 무게가 되었다.
내 마음속 어딘가에
"혹시라도 엄마가 정말 사라질 수도 있다"는 불안이
조금씩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더 열심히, 더 잘하려 애썼고
엄마 눈치를 살피며 감정을 먼저 읽으려 했다.
나는 열한 살이었지만,
이미 내 안엔 너무 많은 감정이 들어차 있었다.
시간이 흘렀고,
나는 중학교 2학년이 되었다.
어느 날, 엄마가 물었다.
"오늘 동생 어린이집에서 데려올 수 있어?"
나는 대답했다.
"내가 왜 해야 돼?"
그 말은 단순한 거절이 아니었다.
그 안엔 오래된 감정이 쌓여 있었다.
'또 나야?'
'또 내가 감당해야 해?'
그 순간,
열한 살의 내가 다시 내 안에서 울고 있었다.
그 아이는, 그날 이후 한 번도 제대로 울지 못했으니까.
이 글은 딸이 직접 말해준 게 아니다.
엄마인 내가, 그 아이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상상해 본 이야기다.
딸아,
네가 느꼈을 외로움과 막막함,
그 모든 걸 다 이해하진 못하지만
이제는 알아가고 싶어.
이 글은
엄마가 그날의 너를 처음으로 껴안아 주는 시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