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와 애플펜슬
쓰기, 운동, 마음챙김은 나를 다스린다는 의미에서 닮았다. 쓰기도 운동처럼 규칙적으로 하는 게 좋다. 특히 마음에 좋다.
잘 쉰다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몸만 편하면 될 줄 았았는데 생각이 많아져 마음이 지쳐버린다. 그러니 몸과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규칙적인 물아일체가 필요하다. 라고 생각하니 어렵던 마음챙김도 쉬워졌다. 생각해보면 자세를 신경쓰는 일이 대부분 물아일체로 이어진다. 오이를 썰 때, 훌라후프를 돌릴 때, 공을 치거나 차거나 던질 때 몸과 마음은 하나에 집중한다. 취사병 시절엔 양배추썰기로 스트레스를 풀었고 지난 몇년간 재미를 붙인 것은 자전거 패달돌리기다. 오른 발을 내리 밟으면 왼발을 적절한 시점에 살짝 들어올려줘야하는데 이 단순한 반복이 꽤 어렵다.
몸을 쓰려면 공간이 필요하고 땀이 나다보니, 조금 더 쉽고 간편한 옵션도 필요하다. 손끝만 까딱해도 되는 게 있으니 바로 '쓰기'다. 올해부터 아침-저녁으로 일기를 쓰고 있다. 하루를 되돌아보고 다음 하루를 여는 기분을 설계하여 탑재하면 일이 즐겁고 쉬워진다. 짧게 쓰더라도 매일 쓰는 게 중요하다. 이 때 마음에 쏙 드는 도구를 마련하면 그 맛에 취해 중단 위기를 넘길 수 있다.
애플펜슬을 처음 쓴 건 4년 전으로 12.9인치 아이패드프로에 1세대 애플펜슬의 조합이었다. 몇 번 쓰다 말았다. 충전, 휴대 등 여러모로 불편했다. 2세대 애플펜슬도 확실히 좋아졌지만 여전히 몇 번 쓰다 말았다. 여전히 번거로웠다. 그러다 작년 말에 아이패드 미니를 사고 Noteshelf라는 앱을 쓰게 되면서 본격적인 디지털 글쓰기에 맛을 들였다. 손바닥만한 크기(8.3인치)로 작고 가볍다는 점이 그렇게도 귀찮던 일기를 계속 쓰게 만들었다. 한 번 습관을 붙이니 다시 큰 화면에 쓰고 싶어 12.9인치 아이패드 프로로 갈아탔다. 이제는 크고 무거워도 굳이 아이패드를 펼쳐 신나게 쓴다.
유튜브나 팟케스트 강의를 들으며 메모하는 기분이 참 좋다.
가장 많이 쓰는 것은 다이어리다. 인디자인으로 Plan Do See 다이어리 탬플릿을 맞춤형으로 만들어 쓰고 있다. 작년 겨울부터 10번 이상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꽤 만족스런 템플릿을 만들었다. 혹시 필요한 분이 계실지 모르니 파일을 공유한다.
디자인 스케치도 많이 한다. Notshelf는 덜 알려진 쓰기 어플이지만 Goodnote나 flexcil에 비해 쓰기 감성이 남다르다. 종이질감 필름을 붙이거나 펜촉을 바꾸지 않아도 쓰기를 즐길 수 있다.